골프계 세대교체 돌풍
골프계 세대교체 돌풍
  • 김종현 기자
  • 입력 2014-05-02 09:44
  • 승인 2014.05.02 09:44
  • 호수 1044
  • 56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승열·리디아 고 PGA·LPGA 동반우승

노승열, 투어 첫 승…우승 기쁨보다 실의에 빠진 국민 위로
리디아 고, 17세가 믿기지 않은 침착함으로 LPGA 점령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세월호 참사로 온 국민이 슬픔에 젖어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골프 신동들이 잇달아 승전보를 울리면서 위로의 소식을 전했다. 노승열(23·나이키골프)은 미국프로골프(PGA)에서 우승한 4번째 한국선수로 이름을 올렸고 리디아 고(17·한국명 고보경)역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세계랭킹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해냈다. 미국 무대에 거센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코리아 남매를 만나본다.

▲ <뉴시스>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노승열은 루이지애나주 애번데일의 루이지애나 TPC(파72·7341야드)에서 열린 PGA 투어 취리히클래식 마지막 날 최종합계 19언더파 269타를 기록하며 생애 첫 PGA 투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약 3시간 뒤 뉴질랜드 동포 리디아 고는 캘리포니아주 달리시티의 레이크 메르 세드 골프장(파72·6507야드)에서 열린 LPGA 투어 스윙잉 스커츠 LPGA 클래식에서 최종 라운드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 프로 데뷔 후 첫 LPGA 투어 우승을 차지했다. 아마추어 시절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우승이다.

이 같은 한국(계) 선수들의 동반우승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5년 10월 2일 ‘코리안 탱크’ 최경주(44·SK텔레콤)가 크라이슬러 클래식에서 PGA 통산 3승을 달성했다. 같은날 한희원(36·KB금융그룹)은 오피스디포 챔피언십에서 LPGA 4승을 신고하며 동반우승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이후 2006년 10월 29일 최경주는 크라이슬러 챔피언십에서 PGA 4승째를, 홍진주(31)역시 한국에서 열린 LPGA 투어 코오롱·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승리했고 2008년 7월 6일 AT&T 내셔널에서 앤서니 김(29·한국명 김하진)이, 뷰티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이선화(28·한화골프단)가 우승을 거머쥐며 동반우승 기록을 이어갔다.

2009년에는 ‘바람의 아들’ 양용은(42·KB금융그룹)이 혼다클래식에서 생애 첫 승을 달성했고 ‘골프 여제’ 신지애(26)도 같은 날 HSBC 위민스 챔피언스에서 4승을 일궜다.

하지만 골프에서 동반우승을 거두기는 쉽지 않다. LPGA 투어를 점령한 여자 선수와 달리 남자 선수들의 활약은 부진하고 PGA와 LPGA 투어 스케줄이 서로 다른 것도 한 몫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승열과 리다아 고가 모처럼 희소식을 전했다. 더욱이 각각 23세, 17세에 불과해 이들의 활약에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PGA투어 진출 2년 만에 우승컵

먼저 PGA투어 첫 승을 신고한 노승열은 3라운드까지 ‘노보기’의 깔끔한 경기 운영을 펼치며 단독 선두에 올라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파이널라운드에서는 첫 홀에서 보기를 범하며 불안한 출발을 보였지만 이후 파 세이브 행진을 이어갔고 8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며 전반홀을 이븐파로 마쳤다. 후반 라운딩 첫 홀인 10번 홀에서 버디로 시작한 노승열은 12번·15번 홀에서 보기를 범했으나 보기 후 다음 홀에서 곧 바로 버디로 만회해 선두 자리를 뺏기지 않았다.

그 사이 챔피언조로 노승열과 함께 라운딩을 펼친 키건 브래들리(미국)는 보기 2개, 트리플보기 1개를 범하는 등 부진에 빠졌고 2위 그룹인 앤드류 스보보다, 로봇 스트랩(이하 미국) 등이 뒤늦게 추격전을 벌였지만 노승열의 선두자리를 위협하지 못했다.

결국 17번 홀까지 2위 그룹에 두 타 앞선 노승열은 마지막 18번 홀에서도 무난하게 파 퍼팅을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이로서 노승열은 투어 진출 2년 만에 우승컵을 거머쥐었고 이날 우승상금 122만4000달러(12억7400만 원)를 받게 됐다.

우승 후 노승열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프로골퍼가 된 이후 갖고 있었던 두 가지 꿈을 모두 이룬 날”이라며 “PGA 투어 우승과 마스터스 출전이라는 목표를 지금까지 갖고 달려왔는데 오늘 그 꿈이 한꺼번에 이루어졌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또 자신의 우승이 실의에 빠진 국민들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길 바란다는 뜻도 전했다. 노승열은 “국내에 있을 때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다. 무거운 마음으로 다음날 미국에 왔고 현지에서도 계속해서 세월호와 관련된 보도를 보게 됐다. 대회 전 선수들과 모여서 ‘우리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했는데 운 좋게도 내 힘으로 국민들에게 작은 위안을 드릴 수 있게 돼 더욱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말뿐 아니라 대회 기간 내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모자에 노란 리본을 달고 경기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노승열은 “그동안 실패를 통해 성공의 길을 찾은 만큼 앞으로 흐트러지지 않고 좋은 분위기를 계속 이어가겠다”면서 “국민들에게 더 많은 해피에너지를 전해드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골프 신동 불구 PGA 투어 험난

지금은 PGA 첫 승으로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노승열이지만 2012년 PGA 투어 데뷔 후 갖은 고초를 겪으며 우승까지 쉽지 않은 길을 달려왔다.

흔히 말하는 ‘골프 신동’ 출신인 노승열은 신성중학교 3학년 시절 2006년 국가대표로 발탁된 뒤 2007년 프로로 전향해 2008년 아시안투어 미디어 차이나 클래식에서 정상에 올라 아시안투어 신인상을 받았고 2010년 아시안투어와 유럽투어가 공동 개최한 메이뱅크 말레이시아오픈에서 18세 282일의 나이로 우승해 아시안투어 최연소 상금왕에 오르는 등 정상의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PGA투어에 데뷔한 뒤로는 톱5에 5차례 오른 게 전부였다. 더욱이 지난해에는 난조에 빠져 투어카드를 잃을 뻔했지만 다행히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 파이널에서 우승해 PGA투어에 남을 수 있었다.

특히 자신과 맞는 캐디를 찾는 것에 곤욕을 치렀다. 투어에 뛰기 시작한 뒤로 몇 달이 멀다하고 캐디를 교체해야 했다. 그러다 이번에 제대로 된 짝을 만나 우승을 일궜다. 스튜어트 애플비(호주),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의 가방을 멧던 스콧 사즈티낵(호주)과 일주일간 호흡을 맞췄을 뿐인데 단번에 우승으로 이어졌다.

코치와의 불협화음도 그를 힘들게 했다. 손승열은 “코치라는 존재는 얼마나 실력있고 유명한 사람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코치는 저와 자주 소통하고 시간을 함께 오랫동안 보낼 수 있는 분이면 좋겠다”다고 말했다.

그는 2011년에는 세계적인 교습가인 부치 하먼에게 지도를 받았지만 실패로 돌아갔고 2012년에는 타이거 우즈의 코치 숀 폴리에게 지도를 받았지만 결국 결별해 지금은 혼자 모든 일을 해결하고 있다.

손승열은 “이제야 비로소 우승하는 법을 알게 됐다”며 “마지막 날 챔피언조에서 경기한다는 건 상당한 부담과 압박을 갖게 된다. 이전까지는 그런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 이번에 경기하면서 어떻게 하면 우승할 수 있는지 확실하게 알게 됐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중반 힘든 시기를 보냈다. 성적이 떨어지면서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었다. 그러면서 내 자신을 내려놓는 계기가 됐다. 마음을 비우고 다시 시작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며 “웹닷컴 투어 우승 그리고 이번 대회 우승까지 두 번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많은 실패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성공의 길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 <뉴시스>

데뷔 6개월 만에 LPGA 우승

동반우승을 또 다른 주인공인 ‘천재골퍼’ 리디아 고는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스테이시 루이스(미국·11언더파 277타)를 간발의 차로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 프로로 전향한 이후 LPGA 투어 첫 우승이다.

3라운드까지 리디아 고는 루이스에 한 타 뒤진 2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치열한 접전 끝에 정상에 올랐다. 파이널라운드 전반홀에서 버디 세 개, 보기 두 개를 기록하며 공동선두에 올랐고 13번·14번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반면 루이스는 13번 홀에서 보기를 범하면서 두 타차로 벌어졌다.

16번 홀에서 루이스가 버디를 잡아 한 타차로 좁혀졌지만 리디아 고는 침착함을 잃지 않고 17번 홀에서 파 세이브를, 18번 홀에서 버디퍼팅을 성공시켜 우승을 확정지었다.

특히 리디아 고는 오랜 만에 경기를 관전한 아버지 고길홍(53)씨 앞에서 프로데뷔 후 첫 LPGA 우승컵을 들어 올려 의미가 남달랐다.
그는 “모든 가족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우승해 더욱 의미가 크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경쟁자 루이스에 대해 “루이스를 흠모한다. 언젠가는 루이스처럼 골프를 잘 치고 싶다”고 겸손함을 보였다.

리디아 고의 돌풍은 올 시즌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그는 프로 전향을 발표한 후 그해 12월 대만 타이베이시 미라마르 골프 & 컨트리클럽(파72·6316야드)에서 열린 2014 한국여자프로골프(KPLGA) 투어 시즌 개막전인 ‘스윙잉 스커츠 월드 레이디스 마스터스’에서 데뷔 47일 만에 우승을 차지해 맹활약을 예고했다.

더욱이 그는 아직 17세에 불과한 어린나이에도 불구하고 냉정하고 차분한 경기 운영을 펼치면서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고 있다. 실수를 하더라도 크게 흔들리지 않고 빠르게 만회하며 LPGA 투어 25개 대회 연속으로 한 번도 컷 오프 탈락을 당하지 않을 정도로 꾸준함도 보였다.

여기에 3차례 LPGA 투어 우승 모두 다른 코스에서 정상에 올랐고 2연패를 달성한 2012년, 2013년 CN 캐나다 여자 오픈 역시 각기 다른 코스에서 열려 다른 선수들보다 코스 적응 능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리디아 고는 이 같은 자신의 장점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 우승으로 상금 27만 달러(약 2억8000만 원)와 함께 단숨에 세계랭킹 2위에 오르는 영예를 안았다. 그는 평균 9.42점을 기록해 4위에서 2계단 올라 1위인 박인비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세계랭킹 1위는 이번 대회에서 4위를 차지한 ‘골프 여제’ 박인비가 랭킹 포인트 평균 10.12점을 기록하며 55주 연속 세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지 언론 골프 영스타로 선정

한편 노승열과 리디아 고는 지난달 30일 세계 골프를 이끌어갈 영스타로 뽑혔다.

미국 CBS는 지난달 30일 지금까지 거둔 성적과 기대치를 합산해 주요선수들의 순위를 매겼다. 1위는 메이저대회 2승을 포함해 PGA투어 통산 6승을 거둔 로리 매킬로이(25·북아일랜드)가 차지했고 2위는 조던 스피스(21·미국), 3위는 패트릭 리드(24·미국)가 이름을 올렸다. 노승열은 8위를 차지했다.

CBS는 노승열에 대해 “메킬로이에 비교될 수 있을 정도로 좋은 스윙을 가진 선수”라고 평가했다.

또 미국의 골프 전문매체인 골프채널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남녀 통틀어 25세 이하 영스타 톱 5를 선정했다. 기자 3명이 각각 5명을 추려낸 가운데 리디아 고는 모두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렌달 멜 기자는 “렛기 톰슨이 좀 더 폭발적이고 스펙터클한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이 크지만 17세의 리디아 고는 일관적인 경기력으로 큰 이벤트에서 지속적으로 우승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1위로 선정해 눈길을 끌었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