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월에 만날 수 있는 들꽃… 괭이눈, 노랑제비꽃 등
4계절 내내 다양한 풍경 보여주는 걷기 좋은 길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처음 강릉 바닷길을 걸으며 ‘바우길’이라는 팻말을 봤을 때만해도 ‘바우’가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바우’가 강원도 사투리로 ‘바위’를 가리키는 말이란 것을 알고는 참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보통 강원도 사람을 친근하게 부를 때는 ‘감자바우’라고 하는데 ‘바우길’은 이 명칭에서 유래했다. ‘바우’는 또 다른 말로 바빌로니아 신화 속에 나오는 건강의 여신을 뜻한다. 강릉에 조성된 바우길에서는 강원도의 아름다운 산과 강을 모두 볼 수 있다. 바우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바우길은 ‘치유의 길’이라고도 불린다.
코스경로(12km, 4시간)

대관령휴게소(신재생에너지전시관) → 풍해조림지 → 2구간분기점 → 국민의숲길분기점 → 샘터 → 목장길 → 선자령 → 동해전망대 → 대관령휴게소(신재생에너지전시관)
강릉 바우길은 백두대간에서 경포, 정동진까지 산맥과 바다를 끼고 걷는 총 길이 308km 길이다. 코스는 모두 14개가 있으며 대관령바우길 2개 구간과 울트라바우길, 계곡바우길이 있다.
산과 바다를 끼고 걷는 치유의 길
바우길의 장점은 다양한 경치를 한 곳에서 체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 좋고 산 좋은 강원도의 산과 바다를 걷다보면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 또 대부분의 코스에 강원도의 상징인 금강소나무 숲이 있어 소나무 숲이 이루는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소나무 숲길을 걷다보면 도심에서와는 다른 색다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소나무 특유의 향과 함께 숨 쉬는 것만으로도 지친 심신이 치유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여름엔 초록세상 겨울엔 하얀세상
바우길의 첫 번째 코스는 선자령 풍차길이다. 대관령(832m)에서 선자령(1157m)으로 이어진 길로 소설가 이순원씨가 이름을 붙였다. 옛날 대관령은 영동지역에서 서울로 통하는 유일한 통로였다. 수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지났고 그 사람들의 수만큼 이 길에는 많은 사연과 애환이 녹아 있다.
선자령 풍차길은 매력이 많다. 맑은 기운이 서린 아름다운 계곡, 피톤치드 가득한 울창한 숲, 고지대에서만 만날 수 있는 앙증맞은 들꽃들, 고원지대의 목가적인 풍경 등은 걷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게 만든다. 숲길 역시 콧노래 절로 나올 정도로 완만하고 부드럽다.
5월에는 푸른 기운이 도는 연노랑의 괭이눈, 샛노란 빛깔이 눈길 끄는 노랑제비꽃과 양지꽃, 알록달록한 노랑무늬붓꽃, 자줏빛의 봄구슬붕이, 새하얀 홀아비바람꽃을 만날 수 있다. 붉은 자줏빛의 앵초도 드물게 얼굴을 내민다.
선자령 정상은 해발 1157m나 되지만, 출발 지점의 해발이 850m쯤이니 고도를 300m 정도만 높이면 닿을 수 있다. 출발점과 도착점이 같아 원점회귀가 가능하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선자령 풍차길은 봄·여름에는 초록의 아름다움을 겨울에는 하얀 눈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코스다. 또 바람이 거세기로 유명한 선자령에는 거대한 풍력발전기가 있어 이국적인 풍광이 펼쳐진다.
대관령은 개마고원과 함께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위평탄면이다. 고도는 높지만 평지가 있어 산을 오르기도 내려가기도 편하다. 대관령을 경계로 동쪽은 남대천이 강릉을 지나 동해로 흐르며, 서쪽은 남한강의 지류인 송천이 된다.
한랭대우지역으로 대관령은 남한에서 가장 먼저 서리가 내리고 폭설이 잦기로 유명하다. 계절에 상관없이 몰아치는 강한 바람 덕분에 큰 나무들이 자라기가 쉽지 않다. 능선이 초원지대인 이유다. 이러한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봉우리가 선자령이다. 선자령은 겨울철 눈꽃산행 코스로 인기가 높다. 겨울철 산행 초보자도 쉽게 오를 수 있을 만큼 편안한 길이다.
잣나무, 전나무, 자작나무 숲 길
과거 선자령 산길은 대관령에서 백두대간 능선을 타고 오르는 길뿐이었지만 지금은 계곡길도 있다.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시작해 선자령 계곡길과 능선길을 밟아 원점 회귀하는 코스는 약 12㎞로 4시간쯤 걸린다. 봄, 여름, 가을에는 방풍자켓만 있어도 되지만 겨울철 선자령 산행시에는 아이젠, 스틱, 방풍자켓을 꼭 챙겨야 한다.
선자령 들머리는 옛 대관령휴게소에서 강릉 쪽으로 400m쯤 올라간 지점이다. 국사성황사를 알리는 거대한 비석 100m쯤 전에 ‘선자령 순환등산로 5.8㎞’를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 이곳 공터에서 산행은 시작된다.
천천히 걷다보면 숲과 계곡을 지난다. 계곡에서는 졸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볼 수 있다. 등산로에는 물푸레나무 등이 가득 심겨있다. 야트막한 언덕에 오르면 철조망이 보이는데, 그 안이 양떼목장이다. 입장료 안 내고 양떼목장을 구경할 수 있는 길이 한동안 이어진다.
목장길이 끝나면 잣나무 군락지가 나오면서 삼거리에 다다른다. 오른쪽은 국사성황사 방향이고 왼쪽이 선자령이다. 여기서 국사성황사를 거쳐 백두대간 능선에 올랐다가 강릉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바우길 제2코스 ‘대관령 옛길’이다.
삼거리에서 선자령 방향으로 들어서면 포근한 산길이 이어진다. 거대한 전나무 뒤에는 약수터가 있다. 이곳을 지나면 자작나무 군락지를 만난다. 하얀 나무껍질을 가진 자작나무는 풍경이 이채롭다. 마치 외국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면 참나무 숲길과 마주친다. 바람소리도 시냇물 소리도 잦아들어 조용하다. 비로소 자연과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이다.
자작나무 숲을 지나 조금 더 능선을 따라 오르면 하얀 풍차들이 보인다. 풍력발전기다. 바로 위가 선자령이다. 길을 따라 300m쯤 오르면 펑퍼짐한 선자령 정상이다. 북쪽으로 곤신봉, 매봉을 지나 소황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 능선에는 하얀 풍차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푸른 바다와 하얀 풍차가 아름다운 정상
그 능선 오른쪽으로는 파아란 동해가 보인다. 능선과 풍차 그리고 푸른 바다의 빛깔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해 준다. 겨울에 오르면 온통 하얀 눈뿐이다. 무릎까지 쌓인 눈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관령 일대에는 연평균 초속 6.7m의 바람이 꾸준히 분다. 풍차가 들어서기에는 안성맞춤이다.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대관령 풍력발전단지의 발전 용량은 소양강 다목적댐의 절반에 해당하는 98㎿급인데, 이는 약 5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이다. 산길이 험하지 않아 가족이나 연인끼리 오르는 코스로도 좋다.
내려올 때는 남쪽 능선을 타고 천천히 내려오면 된다. 일반 산들과 달리 길이 편해 어려움이 없다. 능선 초원지대를 40분쯤 내려오면 길이 양갈래 길이 나타난다. 길은 나중에 합류하지만 새봉전망대를 거치려면 왼쪽 길을 택해야 한다.
나무 데크로 만든 새봉전망대에서는 서면 동해와 강릉이 아주 가깝게 보인다. 자세히 보면 경포호도 볼 수 있다. 새봉을 내려와 대관령 산신 김유신과 국사성황신 범일국사를 모신 국사성황사를 거치면 다시 옛 대관령휴게소로 내려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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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