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검·산·금·국·교·청·군·철피아까지
악마의 손 된 관피아…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4·16 세월호 여객선 대참사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관리·감독해야 할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들의 방임이 세월호 침몰 사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피아’(해양수산부+마피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전직 관료들의 잘못된 관행이 ‘봐주기식 처벌’로 이어졌는지를 수사하라고 강조했다. 이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부끄러운 용어를 우리사회에서 추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정부 부처 전반에 걸쳐 ‘전관예우’ 악습을 뿌리뽑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대한민국을 멍들게 하는 ‘관피아’(관료+마피아) 세상을 알아봤다.
세월호 참사 후폭풍을 피해갈 수 없는 곳이 해피아 조직이다. 검경 합동수사본부, 검찰 등이 유병언 회장 일가 및 청해진해운 수사와 버금갈 정도로 시간과 인력을 총동원해 집중조사하고 있다. 조사 대상은 해양 관련 관리 감독 기능을 지니는 해양수산부를 필두로 해양경찰청, 해운조합, 한국선급, 선박안전기술공단(KST), 전국항만공사, 한국선주협회, 전국해양산업총연합회 등 산하기관, 유관단체에 협회까지 ‘해피아’ 조직을 일망타진할 태세다.
막걸리 먹는 해피아 “억울하다?”
일단 해양수산부와 국토해양부 전직 인사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부실한 여객선 운항관리로 세월호 사고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해운조합이 있다. 해운 조합은 선박의 과적 감시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해운 조합에 전직 해수부 관료들이 노른자위를 독차지해왔다. 역대 이사장 12명만 보더라도 10명이 해수부 출신이다. 또한 14개 산하 및 유관기관 중 11곳의 기관장이 해수부 출신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주성호 전 이사장은 국토해양부 제2차관을 지냈다. 한홍교 경영본부장은 1979년 부산지방해운항망청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해 2012년 해수부에서 일했다. 김상철 안전본부장은 경무관으로 서해·동해지방해양경철청장까지 지낸 해경 고위관료 출신이다. 선박의 개조와 운항 과정에서 필수적인 검사 수행기능을 갖고 있는 한국선급 오공균 전 회장 역시 해수부 출신이다. 정부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민간단체인 선주협회와 해양연합회 역시 전직 관료 출신들이 독차지하고 있다. 협회는 주로 회원사들의 이권을 위해 지역내 고위 관료나 정부, 정치인을 대상으로 ‘로비’를 하는 이익 단체다. 이번에 검찰이 압수수색한 두 협회는 2009년부터 최근까지 5차례에 걸쳐 여야 국회의원 26명의 해외 시찰을 지원했다.
시찰 참가 의원 다수는 해양수산위원이나 바다를 끼고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다. 인천이 지역구인 새누리당 박상은 의원이 회장으로 있는 ‘바다와 경제포럼’ 소속 의원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협회의 주된 로비 대상이자 접대 대상이다. 해경과 그 산하단체인 해양구조협회 역시 유착관계가 드러났는데 해양구조를 맡고 있는 언딘 김윤상 대표와 해경 최상환 차장이 협회에 부총재로 있다는 점에서 유착관계를 의심받고 있다.
하지만 해피아 조직 내부에서는 불만에 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민국 관피아중 해피아는 최말단 세력으로 ‘우리가 막걸리를 먹는다면 다른 데는 양주를 먹는다’며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농해수위에 근무했던 한 인사는 “재경부 출신들이 장악하고 있는 금융권 모피아는 더 문제가 심각하다”며 “사람만 죽이지 않을 뿐 사실상 날강도와 다름이 없는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대한민국 관피아의 갑 ‘모피아’
대한민국 관피아 중 최고 갑인 모피아는 지난 2011년 저축은행 사태가 벌어졌을 당시 그 실체가 드러났다. 재무부(MOF) 및 금융위원회와 마피아를 합성한 ‘모피아’는 당시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원인으로 지목됐다.
이들 두 세력이 무분별한 저축은행 규제완화를 주도해 저축은행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이 일었다. 모피아 출신들이 재경부 산하 기관인 금감원, 예금보험공사, 한국자산관리공사 등에 무려 93명이 자리를 차지했다. 역대 금감원장 역시 모두 재경부 출신들이 돌아가면서 독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원자력 발전소 비리가 발견됐을 때에는 원전마피아(한수원+마피아)가 지탄의 대상이 됐다. 한수원 출신이 중심이 된 원전 마피아들은 『국가 보안 사안』이라는 이유를 들어 원전 부품에 대한 중요 정보를 모두 숨김으로 불량 가능 부품에 대한 감사를 피해가고, 이런 악습을 제도적으로 가능케 만든 권력 핵심들은 중간에서 납품 대금 중 일부를 횡령했다, 원자력기관들과 제조납품 업체들은 학계, 언론계, 정계에 갖은 로비를 벌였다. 원전마피아-권력 핵심-원전기업 등 부패 커넥션이 들통난 사건이다.
이처럼 해피아가 세월호 대참사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국민들의 공분을 일으키면서 다른 관피아 역시 불똥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미 알려진 3개의 마피아뿐만 아니라 검피아(검찰+마피아)·산피아(산자부+마피아)·금피아(금융감독원+마피아)·국피아(국토교통부+마피아)·교피아(교육부+마피아)·청피아(청와대+마피아)·군피아(군부+마피아)·철피아(코레일+마피아)·조피아(조달청+마피아)까지 대한민국이 온통 마피아 조직으로 이뤄졌다.
국피아의 경우 국토부 소속 4급 이상 공무원 314명 중 118명이 산하기관이나 유관단체에 재취업했다. 산피아의 경우 현재 37명이 산하단체 및 유관기관, 협회에 근무하고 있다. 통상 관피아라고 하면 공무원으로 퇴직한 이후 3.3.3(퇴직후 산하기관장 3년, 유관기관장 3년, 유관협회 3년) 최대 9년 동안 월급을 받으면서 자기들 잇속을 채울 수 있다는 점에서 국민적 지탄의 대상이 된 지 오래다. 무엇보다 관피아의 존재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정도로 막대한 피해를 준다는 점에서 그 폐해가 크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그동안 잠자고 있던 관련법 개정에 여야 국회의원들이 발벗고 나서기 시작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민병두 의원은 ‘관피아 방지 세트법’ 발의를 앞둔 상태다. 민 의원은 ▲공무원 퇴직 후 10년간 실명제 취업 이력 공시(공직자윤리법 개정안) ▲국가고시 폐지(국가공무원법 개정안) ▲비공개 운영 정부 산하 위원회 속기록 공개, 공공기관 정보공개 강화(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개정안)을 준비중이다.
관피아 대청소 나선 국피아 결과는 ‘미지수’
새누리당에선 김재원 의원이 지난달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기업이나 법무법인 등 공직자의 퇴직후 취업제한 대상을 정부나 지자체 출자·출연·보조를 받는 기관단체, 정부나 지자체 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하는 기관·단체로까지 확대·적용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밖에도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차단하고 이해관계 충돌 직무수행을 금지)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정치권의 뒷심 부족이다. 모피아, 원전마피아 등 문제가 생겼지만 관련 법안이 신속하게 통과되지 않았다. ‘원전 마피아’를 솎아내는 법률도 여전히 방치돼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법안이 처리되면 6개월 유예기간을 거쳐 10월 시행할 계획이었으나 산업위 법안소위 심사도 받지 못했다. 국회가 직무 유기를 하는 동안 한수원의 퇴직 간부들 중 81명이 납품업체 등 유관업체에 재취업했다. 결국 대한민국 관피아의 막강한 인맥과 자금 그리고 치열한 로비로 인해 입법기관이자 독립기관인 국회마저 ‘국회 마피아’로 전염된 게 아니냐는 의혹어린 시선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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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