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사회주의 옷 벗고 있는 중”
“중국은 사회주의 옷 벗고 있는 중”
  • 중국=우수근 통신원 
  • 입력 2004-08-05 09:00
  • 승인 2004.08.0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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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마오쩌뚱 주석도 콜라마시며 이야기했을 겁니다.”중국식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차이에 대해 들어보려 만난 왕모(28·대학원생)씨가 웃으며 던진 말이다. 연일 38도를 웃도는 상하이 날씨에 모택동 주석이 살아있었더라도 ‘콜라’를 마시며 이야기하자고 했을 것이라며 너스레를 떤다. “현재 중국정부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라는 말을 쓰는데 그것은 단지 변명이요 구실일 뿐이지요 뭐, 자본주의와 다를 게 뭐가 있겠습니까.”중국에서는 말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기자도 특히 중국의 정치나 공산당에 관한 이야기는 누가 언급한다해도 되도록 끼여들지말라는 이야기를 수도없이 들어왔다.

그런데 왕씨는 거침없이 중국정치를 잘근잘근 씹는다. 상대가 중국인이 아니므로 괜찮다며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의 허구에 대해 거침없이 뱉어내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중국은 사회주의라고는 하지만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다를 것이 하나 없다고 한다. 실제로 기자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 다른 자본주의 국가와 다른 것을 느꼈느냐며 반문하기까지 한다. 어쩌다가 모택동에 의해 사회주의라는 옷을 입게 되었고 그 이후 수십년간 지내온 것을 하루아침에 바꾸기가 여의치 않아 ‘중국식 사회주의’라는 구실을 만들어 “시간을 벌며 사회주의 옷을 벗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다른 나라 사람만큼이나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다고 생각해요.”중국인들의 정치관심도에 대한 질문에 대해 영국에서 4년간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리모(여·31·상업)씨는 위와 같이 말한다.

영국 등의 ‘서방국가’와 중국을 비교하며 중국공산당의 부패문제부터 관료부패 (그녀 부친도 저장성 고위관료란다), 국영기업 부패 등 중국을 온통 들쑤시는 그녀. 그러면서 중국에는 개혁개방의 선구자 덩샤오핑이나 청렴결백한 주롱치 전 총리와 같은 분들이 더욱 많이 배출되어야 하는데 현재 중앙정부에는 이렇다 할 사람들이 보이질 않아 속상하다며 혀를 찬다. 그런데 그녀 말처럼 중국인들의 정치관심도는 실제로 <베이징 칭니엔빠오(北京靑年報)>신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해 반증된다. 베이징 칭니엔빠오에 의하면 중국인 중 정치문제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은 80%에 달했으나 실제로 정치활동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17%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한편 그녀의 남편은 한국인 김모(33·상업)씨이다.

영국유학중에 만났다는데 기자는 그에게 슬쩍 중국정계의 알려지지 않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청해 보았다. 하지만 이에 대해 그는 “중국은 한국과 달리 그런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아요. 철저히 통제되는 것 같아요”라며 빙긋 웃기만 한다. 자신도 상하이에서 같이 사업하는 친구들과 한잔할 때면 이것저것 들어보려 하는데 모르는 것은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것이다. 이에 기자는 중국의 한 일간지 기자인 쵸모(남·30대 중반)씨를 만나 보았다. 일반인들로부터는 현 중국정부 지도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가 전혀 감지되질 않았기 때문이다. 기자의 인터뷰 취지를 듣고 그는 오히려 “우리는 아직 선거다운 선거도 없는데 한국은 어떻게 대통령 탄핵까지 갈 수 있었는가?”라고 되묻는다. 의도를 몰라 일순 당황했지만 곧 다름아닌‘부러움’에 의한 자탄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에 의하면 중국에서의 정치인은 말하자면 한국의 해병대와 같단다. 즉 “한번 정치인은 영원한 정치인!”. 부패가 만연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사실 취재를 하다보면 공산당의 고충도 이해가 되기는 된다고 토로한다. 광활한 대륙에 13억의 인구가 사는데 이들은 ‘56개 민족’이 의미하듯 거의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을 한 방향으로 리드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의미에서 실제로 서방 학자 가운데는 공산당의‘고충’을 이해, 그래도 중국이 지금처럼 경제발전을 하며 선전할 수 있는 것은 다름아닌 공산당 ‘덕’이라는 논리를 펴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이는 잠시뿐, 그의 중국 지도부에 대한 비난은 다시 이어진다. 이에 기자는 조심스럽게 한국의 민주화운동이나 필리핀의‘피플파워’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그랬더니 알아차렸다는 듯 “아직 시간이 성숙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기자의 의도가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었는데 그가 앞서 나간 것이었다. 여하튼 말이 나온 김에 그의 말을 더 들어보니 아직까지 집권 공산당의 파워가 너무 강하기 때문에 인민들은 말을 아끼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으로 인한 경제자유화의 과실, WTO 가입 등으로 더욱 거세질 세계화의 영향에 집권층도 이미 적잖이 긴장하고 있을 것이라고 한다.

그 예로 얼마전에 장쩌민 전 총서기도 “세계화는 날이 무딘 칼과 같다”며 어쨌든 칼은 칼임을 주지시켰다는 일화도 덧붙인다. “우리에게 경제자유의 달콤함을 알게 되면 언론자유를 주장하게 되고 이는 곧 정치자유 요구로까지 이어짐을 인류역사가 가르쳐주고 있지 않습니까.” 기자와 친분관계가 있는 한 중국인 교수와 ‘인터넷과 정치’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다가 나온 그의 말이다.마오쩌뚱의 무모한 사회주의 실험이 중국의 혼돈을 초래했다고 서슴지 않고 비판하는 그는 머리카락이 듬성듬성해지기 시작한 40대 후반의 외국유학파이다.

그는 경제발전과 인터넷 등 IT산업의 발전으로 중국정부의 대국민 통제력 누수현상이 이제는 비단 ‘경제자유’뿐 아니라 ‘언론자유’로까지 번지고 있다며 다음과 같은 한 예를 들려준다. 즉 얼마전 중국 북경대학의 한 교수가 인터넷상에 중국판 ‘보도지침’을 강렬히 비난하는 글을 올렸다고 한다. 그와도 아는 사이인 북경대의 그 교수는 언론에 보도금지 조처를 남발하는 공산당의 핵심권력기관인 당중앙선전부를 “토벌하라”는 글을 발표(물론 곧 삭제당했지만), 네티즌을 통해 신속히 전파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그 교수는 “언론자유란 사회문명의 척도”라고 주장, 언론자유에 부정적인 태도를 견지해 온 중앙선전부야말로 중국 문명발전의 걸림돌이며 부패분자의 가장 강력한 보호세력이라며 맹렬히 비난하였다 한다. 물론 그 이후 그 교수와는 한동안 연락이 되질 않았다고 한다. 그런데 이를 전술한 80% 정도의 중국인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한 베이징 칭니엔빠오와 결부시켜 볼 때 그 교수의 언론자유 요구 ‘소동’은 달리 겉으로 표현되지 않고 있을뿐, 많은 중국인들도 이미 관심있게 그 추이를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 할 수 있다.

중국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며 체제유지상 어쩔 수 없이 취한 중국의 경제자유화 조치. 하지만 그 경제자유화는 예상을 뛰어넘는 고속성장이라는 순항을 거듭하고 있질 않은가. 그런데 바로 이와 같은 고속 순항에 중국정부가 웃을 수 만은 없는 또다른 고민이 숨겨져 있다. 경제발전이 잘 될수록 중국 그 자신이 언론과 정치자유라는 복병과 난마에 다가가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실로 쉽지만은 않은 문제인데 이웃한 우리나라도 향후 중국정부의 슬기로운 문제해결을 예의주시하지 않으면 안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중국=우수근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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