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문에 지난 7월 23일 국회 행정자치위원회 긴급 현안보고를 하는 자리에서 여야 의원들은 최기문 경찰청장을 상대로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에 대해 경찰의 수사와 검거과정 등이 총체적으로 부실했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이에 최 청장은 “유영철 연쇄살인 사건의 발생과 검거, 발표와 사후 처리 등 모든 과정에 대해 종합적인 자체 감사를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최 청장은 특히 유영철의 검거 공과를 두고 경찰들간의 다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혀 향후 그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최 청장은 또 이 보고에서 “사건이 마무리되면 초동수사의 미비점과 유영철이 검거된 뒤 한차례 도주한 일 등을 자체 감사한 뒤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리겠다”고 밝혀 경찰에 불어닥칠 후폭풍을 예고했다.경찰은 그동안 유영철의 검거 과정에 대해 신고를 받고 출동해 체포했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보도방 업주들이 유영철을 붙잡은 사실이 드러나자 당혹스러워하며 말을 계속 바꾸는 등 석연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유영철 검거를 둘러싸고 경찰들 간에는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유영철을 처음 어떻게 검거하게 되었나’라는 질문에 서강지구 대장은 “보도방 업주들이 유영철을 잡아 달라며 찾아 왔다”고 말하다 별안간 “나도 자세히 잘 모르겠다. 그 부분에 대해 말하기 싫으니 기동수사대 쪽 다른 사람에게 물어 보라”며 대답을 거부했다.이에 기자가 재차 업주들이 직접 아가씨들을 찾아 달라며 서강지구대로 왔었냐고 묻자 “그것에 관해서는 이제 기자들에게 아무것도 말해 줄 수 없다”며 “그렇지 않아도 어제(지난 7월 20일) 그것 때문에 본청에 가서 밤새도록 조사 받고 와 너무 피곤하니 더 이상 묻지 말라”고 말했다.또 “우리가 아무리 말해도 기자들이 사실을 왜곡해서 써버린다”면서 “내가 사실을 이야기해도 결국 기동수사대 쪽 말만 또 쓸 것 아니냐. 경찰 생활하면서 기자들에게 이렇게 당하기는 처음이다”며 언론 보도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냉랭한 분위기가 감돌기는 서강지구대가 소속돼 있는 마포경찰서도 마찬가지다. 당시 상황을 묻는 질문에 마포경찰서의 한 관계자도 “그것에 대해 별로 아는 바 없고 말하고 싶지 않다”며 “기동수사대에 물어보면 잘 알 것 아니냐. 여기서는 그 점에 대해 아는 바 없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최초로 연락이 간 곳은 기동수사대의 양모 경장이고 현장에 가장 먼저 출동한 사람은 서강지구대의 김모 경장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장에서 유영철의 신병을 누가 인도해 갈 것인가를 놓고 경찰관들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던 게 사실이라고 기동수사대장도 시인했다.
이에 대해 강남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제 3자의 입장에서 보면 마포서가 섭섭한 건 이해가 된다”며 “내가 알기로는 현장에서 유영철의 검거가 이루어진 뒤 기동수사대 쪽 사람이 합세해 유영철을 인도해 간 걸로 안다. 때문에 마포서는 빼앗긴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7월 22일에는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경찰이 ‘범인을 같이 잡은 것으로 해 달라’고 말하며 신원을 알 수 없는 일반인과 모종의 거래를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주장까지 제기하고 있어 검거과정에서 경찰이 과연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강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사실 이전에도 서강지구대로부터 유영철을 인도해가면서 지구대와 서로 공을 나누기로 모종의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모 방송에서 제보자가 진술한 것처럼 일반인과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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