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게 더 화끈하게 ‘작은 지갑’을 노려라
더 싸게 더 화끈하게 ‘작은 지갑’을 노려라
  • 박경민 르포라이터 
  • 입력 2004-07-29 09:00
  • 승인 2004.07.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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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이 ‘북창동화’ 되고 있다. ‘10% 룸살롱’이라고 불리는 일명 고급 룸살롱이 즐비하던 강남에도 드디어 불황의 여파가 불어닥치면서 ‘좀 더 싸게, 좀 더 화끈하게’를 외치는 손님들이 늘어나기 시작한 것. 이에 발맞추어 일부 정통 룸살롱 업주들은 발빠르게 ‘북창동식 서비스’를 과감하게 도입하면서 새로운 손님 끌기에 나섰다. 가장 대표적인 지역이 바로 선릉역 인근. 최근 K룸살롱을 비롯해 C룸살롱 등이 연이어 개업한 이후 조만간 2~3개의 북창동식 룸살롱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강남이 북창동화되어 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기 때문. 업주들은 대체 서비스의 개발에 한창이고 손님들은 업주들의 경쟁 속에서 좀 더 수준 높은 서비스를 받고 있다.

‘좀 더 싸게, 좀 더 화끈하게’

강남에 위치한 C룸살롱은 최근 북창동에서 잔뼈가 굵은 한 영업상무를 전격 영입했다. 강남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북창동식 영업 방식에 밝은 사람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영업 상무는 인센티브까지 받아가며 자리를 옮긴 후 최근 활발한 영업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북창동식 룸살롱의 모토는 비교적 단순하다. ‘좀더 싸게, 좀더 화끈하게’라는 말로 압축되는 것. 이는 현재 강남의 밤문화를 가장 적절하게 대변하고 있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미 고급 룸살롱들이 영업의 한계를 느끼면서 ‘작은 지갑’이라도 열게 만들겠다는 이야기. 이곳의 주대는 대략 2인 기준으로 50만원선. 여기에 사람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소폭으로 밖에 증가하지 않는다. 3명 정도면 60만원, 4명 정도면 80만원까지 맞출 수 있다.

결국 1인당 20만원 정도면 2시간 정도를 질펀하게 즐길 수 있는 것이다. 예전의 고급 룸살롱에 비하면 현저하게 줄어든 비용. 강남의 한 북창동식 룸살롱 업주는 “20만원 정도면 직장인의 경우 한달에 한번, 최소한 두달에 한번 정도는 오지 않겠냐”며 “큰 돈은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 아예 작은 돈을 먹겠다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용에 비해 보다 많은 서비스를 받았다는 느낌을 얻기 시작하면 자주 이용하지 않겠냐”고 덧붙였다. 한편 이렇게 북창동식 룸살롱이 들어오면서 손님들에게는 이모저모 이익도 있다. 일단 아가씨들의 ‘따블’이 없다는 것. 따블이란 소위 이 테이블, 저 테이블 돌아다니면서 손님을 접대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북창동식은 2시간 동안 내내 쇼를 보여주고 손님들과 함께 놀아야 하기 때문에 따블이라는 것 자체가 있을 수가 없다는 것. 그러니 손님은 예전처럼 휑하니 혼자 남겨져 술잔을 기울여야 할 일이 없으니 그만큼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화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처음으로 강남지역으로 입성하다보니 업주들은 ‘북창동보다 더 북창동다운’ 화끈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일단 그래야만 손님들도 서비스에 감격해 다시 찾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 10% 룸살롱처럼 얌전한 아가씨들도 없고, 격식을 차리는 손님도 없다. 아가씨들은 처음 룸에 들어올 때부터 화끈하게 ‘신고식’을 치르고 2시간 내내 헌신적으로 놀아준다. 업소를 이용해 봤다는 김모(35·직장인)씨는 “예전에 북창동에 몇 번 가봤지만 그곳보다 더 서비스가 좋은 것 같다”며 “업주들간의 경쟁이 손님들에게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따른 업주들의 고민도 만만치 않다. 일단 손님의 질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는 것. 그래도 한때는 돈에 쪼들리지 않는 손님들만 받았던 업주들로서는 ‘쪼잔하게 술값 깎으려는 손님들’이 영 아니꼽다는 이야기다.

각양각색의 손님들

“어떻게 해서든지 한 푼이라도 더 깎으려고 해요. 어떨 땐 치사해서 못봐 줄 때도 있더라구요. 내가 꼭 주인이라서가 아니라 저럴 거면 뭐하러 술을 마시러 오나 하는 생각도 듭디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서 견적 문의를 하고 오는 손님들일수록 더 ‘자린고비 티’를 낸다고 한다. 또 아가씨 수급에 있어서도 문제가 있다. 관건은 과연 ‘2시간 내내 쇼를 보여줄 수 있는 탤런트를 지닌 아가씨’들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느냐의 문제. 예전에는 소위 ‘보도’라는 것에 의존하기도 했지만 현재로서는 보도에 의존할 수도 없는 상황.

또한 10% 룸살롱은 ‘몸매 되고 얼굴만 예쁘면 OK’였지만 북창동식의 경우는 그것으로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J룸살롱 업주는 “북창동이야 원래 아가씨들이 많다고 하지만 이곳은 현재 능력있는 아가씨의 수급에 있어서는 매우 척박한 상태”라며 “제일 가슴 아플 때가 아가씨가 없어 오바이트(들어온 손님을 그냥 돌려보내는 것)할 때”라고 말했다. 현재 강남의 북창동식 룸살롱을 아직 실험 단계이다. 기존의 고급 룸살롱을 제치고 질펀한 서비스가 성공할지는 미지수인 셈이다.

박경민 르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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