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 “문화재위원회, 소임 다 못 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
[정양모 교수의 ‘문화재 산책’] “문화재위원회, 소임 다 못 하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4-04-28 15:41
  • 승인 2014.04.28 15:41
  • 호수 1043
  • 6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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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심의·자문기관 아닌 의결기관이 돼야

#16. 심의·자문기관 아닌 의결기관이 돼야

문화재위원과 전문위원은 어떻게 추천 임명돼야 할 것인가는 아주 어려운 문제이다. 왜냐하면 각 분야의 전문인력 중에서 누가 가장 적임자인가하는 것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찾아내고 또 검증해 임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여러 전문연구기관(국립박물관, 대학박물관, 공사립박물관)의 전문 연구직들 중에서 20년 이상의 유경험자들과 각 대학의 해당 교수직(고고학과, 미술사학과, 고건축과, 문화재 보존감정학과, 역사학과, 민속연구학과)의 전문 교수 중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고학회, 미술사학회, 민속학회, 보존과학회, 역사학회 등 전국에 해당 전문학회도 많다. 이들 학회 밑에 또는 보다 세분화된 수많은 학회가 있다. 이들 학회의 정회원, 평의원, 운영위원 중에서 각 학회의 추천을 받아 후보자를 찾아내야 한다.

전문위원 후보자를 찾기 위해서는 우선 각 연구기관, 대학교수, 각 학회에서 추천받은 전문 인력풀을 만들어 놓고 그들의 여러 가지 연구 활동, 연구업적, 연구 성과들을 객관적으로 수집해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어 놔야 한다. 그런 후에 원로와 중장년 연구자들이 함께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력 풀 중에서 공개적으로 추천 선임하는 방법이 지금까지 선임하던 방법보다는 좀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문화재청의 기구와 인원도 어떻게 보완해야 우리 문화의 관리·보존·연구할 수 있는지에 대한 깊은 자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외국문화재 전담 기관과 문화재청의 기구·인원 등을 형식적으로 비교하지 말고 직접 그 나라에 전문가를 파견해야 한다. 그래서 몇 달간씩 보고 듣고 살피면서 구체적으로 경험하고 자료를 가져와야 한다. 이를 토대로 어떻게 개선하면 문화재청을 발전시킬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문화재위원회에서 함께 논의하고 꾸준히 개선방안을 보고서로 제출하면 좋은 방안들이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문화재청에는 이해가 상반되는 수많은 기관 개인이 얽혀 있다. 이미 언급했지만 사적 지정해제, 발굴허가, 무형문화재지정, 기능보유자지정, 고미술 매매단체와의 관계가 있다. 또 이들의 뒤에는 무수한 권력기관이 버티고 있어서 문화재청은 공명정대하게 일을 처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기관이다.

이로 인해 상상할 수조차 없는 비리와 부정이 생길수도 있다. 문화재 관리 보존이 차질을 빚어 국보급문화재도 훼손 멸실되고 있으니 이전에는 얼마나 많은 문화재가 알게 모르게 파괴되고 없어지고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지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문화재위원의 임명을 아무리 잘한다 해도 문화재위원회의 소임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으면 빛 좋은 개살구다. 문화재위원회에서는 문화재정책을 심의하고 문화재청의 중요한 시책과 사업에 대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 직접 심의 의결해 문화재청의 제반시책과 사업을 올바로 인도하고 견제하는 기능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화재위원회는 문화재청에서 조사·의뢰한 사안만을 조사했다. 또 의뢰한 사안에 대해서만 심의를 의결했다. 때문에 위원이나 전문위원이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해 공적으로 조사를 해도 위원회에서 심의·의결해 해결토록 할 수가 없다.

그래서 문화재위원이 문화재를 연구하던 중 어떤 문제나 사적지, 유물, 기능인 등에 대한 조사·지정·보존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만을 제시할 수 있다. 이것을 위원회의 의제로 상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문화재나 무형 문화재 지정이 잘못됐거나 무형 문화재 지정해제가 필요한 경우 문화재청의 여러 가지 업무와 사업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도 없다. 문화재청에서 심의를 의뢰한 것 역시 단지 자문위원회로서 심의하고 의결할 뿐 어떠한 구속력도 가지고 있지 않다.

물론 지금까지 문화재청에서 의뢰한 것에 대해 위원회가 심의한 것들은 대부분 그대로 시행됐다. 그러나 이는 의결, 결정된 것이 아니므로 청장이 시행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따라서 문화재위원회는 심의·자문기관이 아니라 의결기관이 돼야 할 것이다.

<정리=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청자모자원숭이형연적

 

▲ 청주모자원숭이형연적 <사진=한국미술발전연구소>

고려시대에는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여러 동식물의 형태를 형상화한 상형청자가 많이 만들어졌다.
이 가운데 원숭이 형태로 제작된 고려청자는 소수로 대부분 인장이나 묵호, 연적 형태로 제작됐다. 이러한 청자들은 고려시대 귀족들이 원숭이를 애완용으로 길렀다는 사실을 추측케 한다. 그 길상적인 의미를 고려해볼 때 문인 귀족들의 책상에 놓여 사용됐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연적은 그 가운데 가장 조형성이 우수한 작품으로 새끼를 품고 있는 어미 원숭이의 모습을 형상화했다. 어미 원숭이의 머리 위에는 지금 1cm 정도의 물을 넣는 구멍이, 새끼 원숭이의 머리에는 지름 0.3cm의 물을 따르는 구멍이 각각 뚫려 있어 그 용도가 연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모자 원숭이의 몸체는 간략하게 표현했고 손가락과 발가락은 칼로 조각해 도드라지게 했다. 어미 원숭이의 얼굴은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해 이목구비를 모두 조각해 전체적 형상을 사실적으로 나타냈다. 표면에는 잔잔한 기포가 있는 맑은 비색 유약을 시유했고 바닥은 시유하지 않았다. 어미 원숭이의 엉덩이에 4개, 양발에 1개씩 내화토를 받쳐 구웠다. 어미 원숭이의 등에 가로로 균열이 있으나 전체적으로 매우 뛰어난 작풍을 보인다. 어미 원숭이의 눈과 코, 새끼 원숭이의 눈은 철채로 까맣게 칠해 생기를 부여했다.
어미 원숭이는 쪼그리고 앉아 두 팔로 새끼를 받혀 안고 있다. 새끼는 오른팔을 뻗어 어미의 가슴을 밀고 왼손은 어미의 얼굴에 갖다 대고 있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모자간의 애틋한 정을 느끼게 하는 모습이다.
<사진=한국미술발전연구소>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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