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뱃머리에 부딪히는 청명한 물소리가 아름다워”
가족·연인과 함께하는 새로운 수상레포츠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올레길, 둘레길, 마실길 바야흐로 길의 천국이다. 전국 어디를 가나 이제는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길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제주도 올레길을 시작으로 전국에 걷기 열풍이 불면서 많은 걷기코스가 조성됐다. 느림의 미학을 즐기며 풍경도 감상하고 동무와 함께 이야기 꽃을 피울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은 야외활동은 없다. 이런 가운데 춘천 물레길이 야외활동을 즐기려는 사람들 사이에 인기를 끌고 있다. 흙길이 아니라 물길이다.
춘천은 낭만의 도시이자 축제의 도시다. 매년 춘천국제마임축제, 춘천아트페스티벌, 춘천호수별빛축제, 춘천닭갈비막국수축제 등으로 이어진다. 이런 축제의 도시에 새로운 즐길거리가 생겼다. 바로 물레길이다.
인디언이 타던 전통 캐내디언 카누
물레길은 2011년 강원대학교 장목순 교수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처음 의암호에 만들어졌다. 현재는 장 교수가 사단법인 물레길의 이사장을 맡고 있다. 장 이사장이 카누를 처음 접한 것은 2006년 공학 연구를 위해 캐나다에서 생활하면서부터다. 현지 지도교수 가족들과 섬이나 호수로 카누 캠핑을 많이 다녔다. 카누 캠핑에 흠뻑 빠졌던 그는 귀국 뒤 직접 카누를 만들기 시작했다. 카누 제작은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서 독학으로 배웠다. 3년 만에 손수 만든 첫 카누를 춘천에서 열린 월드레저경기대회에 선보이면서 춘천시와 인연을 맺어 2011년 처음 물레길을 열게 됐다.
물안개 가득한 의암호 주위를 캐내디언 카누를 타고 돌아보는 여정은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다. 흙길을 걷는 트레킹과는 다른 색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어 최근 인기몰이중이다. ‘호수 위에서 카누를 탄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카누와 카약은 다르다. 한쪽에만 날이 달린 노를 이용하는 것이 카누, 양쪽에 날이 달린 노를 사용하는 것이 카약이다. 물레길에서 타는 카누는 ‘전통카누다. 인디언들이 사용하던 방식으로 제작된 전통 북아메리카 방식의 국내 유일의 캐내디언 나무 카누다. 오직 잎갈나무만을 이용해 만든 캐내디언 카누는 클래식한 디자인과 함께 가볍고 조종이 쉬운 것이 특징이다.
의암호에서 카누를 즐기려면 호수변 송암레포츠타운으로 가면 된다. 선착장과 카누 보관 장소 등이 있다.

물길 따라 흐르다보면 자연과 하나 돼
물레길 코스는 붕어섬길, 의암댐길, 중도길 등으로 운영된다. 가장 인기있는 코스는 의암댐길이다. 송암스포츠타운에서 시작해 붕어섬을 거쳐 의암댐까지 다녀오는 약 3km 구간이다. 카누를 타고 이리저리 흘러 다니다 보면 실제 거리는 4~5km로 약 1시간 정도 걸린다. 재미있는 점은 그날그날 바람과 물살의 세기에 따라 운영되는 코스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의암댐길에 있는 붕어섬은 1967년 의암댐 건설로 생긴 무인도다. 삼악산에서 보면 호수에 떠 있는 붕어를 닮았다고 해 붙은 이름이다. 억새습지가 있어 분위기가 색다르다. 방향에 따라 달리 보이는 삼악산도 흥미롭다. 정면에서는 울창한 숲이, 아래에서는 바위들이 또렷하다. 삼악산 반대편 옛 경춘로 터널은 옆면이 아치형으로 개방돼 있어 눈길을 끈다. 유럽 산악지방에 이런 터널이 많다. 영화 ‘의뢰인’에 나왔다. 드름산은 깎아지른 암벽 때문에 클라이머들 사이에서 이름났다. 호수와 맞닿은 직벽 아래에는 가을에 철새들이 많이 모인단다.
카누를 타고 바라보는 풍경은 길을 걸을 때와 느낌이 사뭇 다르다. 호수 밖에서 호수를 바라보는 것은 익숙하지만 반대로 호수 안에서 밖의 자연을 바라보는 일은 그 차체로도 색다른 기분을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물레길의 장점이다. 카누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물길에 몸을 맡기고 흐르다보면 이보다 더 편하고 아름다운 세상이 없을 정도다.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서도 자유롭다. 오롯이 뱃머리에 부딪히는 물소리와 노를 젓는 소리뿐이다.
호수 주변에는 애니메이션박물관과 막국수박물관, 인형극장, 어린이회관 등 물길 따라 쉬어 가며 찾아볼 수 있는 곳이 많다. 의암호에 들어서는 레고랜드까지 완성되면 관광객들은 더욱더 늘어날 전망이다.

노 젓는 법 30분이면 배워
카누는 배우기가 쉽다. 30분 정도 노 젓는 법을 배우면 아이들은 물론 초보자들도 쉽게 카누를 체험할 수 있다. 특별한 기술이 필요했다면 인디언들이 카누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사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교육만 받으면 전진, 후진, 방향 바꾸기 등이 가능하다. 카약처럼 급류를 지나지 않으니 쉽게 뒤집힐 염려도 없다. 덩치에 비해 가벼워 다루기도 쉽다. 17피트(약 5m20cm)짜리 무게가 25~30kg에 불과하다. 이 정도 크기면 어른 2명, 아이 2명이 탈 수 있다.
카누제작·캠핑도 즐길 수 있다
춘천에서는 카누제작이나 캠핑을 즐길 수 있다. 블루클로버가 운영하고 있는 춘천 물레길 카누제작학교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커스텀 카누’를 만들 수 있다.
캐나다 카누 장인으로부터 기술과 라이선스를 이전받아 이곳에서 만든 카누는 캐나다 업체의 제작 인증을 받는다. 보통 하루 6시간씩 열흘정도면 카누가 완성된다. 최대 250kg의 짐을 실을 수 있는 4인용 기준(어른 2명, 아이 2명)으로 제작되는 카누는 재료비를 포함해 350만원 정도가 든다.
카누 투어 외에 캠핑을 즐길 수 있는 '물레길 캠핑장'도 운영한다. 오는 4월부터는 의암호 순환 자전거도로와 물레길 투어를 연계해 자전거 라이딩과 카누가 결합된 퓨전 레포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