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나빠진’강남 나이트 클럽
‘물 나빠진’강남 나이트 클럽
  • 윤지환 
  • 입력 2004-07-29 09:00
  • 승인 2004.07.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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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윤락가 등지서 비위생적인 성행위를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인식돼 왔던 성병이 최근 들어 20대의 젊은 남녀들 사이에 무차별적으로 퍼지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심지어 고급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파트너로부터 성병에 감염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까지 있어 그 실태와 진상을 파헤쳤다. 나이트클럽을 자주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최근 속칭 ‘부킹 파트너’로부터 성병에 감염되는 경우가 많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소문이 퍼지는 바람에 이 나이트클럽을 찾는 부킹족들의 발길이 뜸해지는 것은 당연지사. 성병에 걸려 소문이 퍼질 경우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 때문에 부킹족들은 바싹 움츠러들 수밖에 없다.

특이하게도 성병에 감염된 사람들의 감염 경로가 강남의 고급 나이트클럽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강남의 고급 나이트클럽은 다른 곳에 비해 철저한 ‘물 관리’로 비교적(?) 안전지대로 인식돼 왔기 때문.이것과 맞물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14일 여성의 성병 감염자가 3년만에 2.5배나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최근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파트너와 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부킹족 사이에 긴장감마저 감돌고 있다. 한달에 한번 꼴로 강남의 유명 나이트클럽을 찾는다는 P(29)씨는 “요즘 여성들은 옛날과 달라서 스스로 피임을 한다”며 “그런데 최근 부킹 파트너와 하룻밤 잠자리를 한 뒤 성병에 감염됐다는 이들이 생겨나면서 콘돔은 거의 필수품이 됐다”고 귀띔했다.

대학교를 졸업한 뒤부터 자주 가지 않지만 대학 재학 중이던 2년 전만해도 매주 주말이면 어김없이 나이트클럽을 찾았다는 K씨(28)는 “강남 고급나이트 클럽의 경우 그곳에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검증된(?) 이들이기 때문에 부킹 파트너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해서 성병에 걸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며 “강남의 고급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이성에게서 성병에 감염됐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믿기 힘든 이야기”라고 말했다.이에 수소문 끝에 강남의 모 나이트클럽을 찾았다가 실제로 성병에 감염됐다는 사람을 만나 그 진상을 들어 보았다. 지난 달 말 친구들과 함께 강남의 모 나이트클럽을 찾았다는 Y(28)씨. Y씨는 이날 친구들과 어울린 자리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여성을 발견했다.

이 여성은 Y씨가 지난번 강남의 다른 나이트클럽을 찾았을 때도 그의 시선을 사로잡았던 적이 있어 Y씨는 현란한 조명 속에서도 한눈에 그녀를 알아보았다.이 나이트클럽의 단골이던 Y씨는 즉시 웨이터를 불러 그 여성과 부킹을 주선해 달라 주문했다. 잠시 후 그 여성은 웨이터의 손에 이끌려 Y씨 일행이 있는 테이블로 왔다.Y씨는 나이트클럽에서 그 여성과 함께 술잔을 나누고 춤도 추며 유쾌한 시간을 보냈다. 밤이 깊어갈수록 두 사람의 눈빛도 깊어 갔다. 자리가 파하자 둘은 당연하다는 듯 다음 코스인 모텔로 향했다.그러나 그들의 관계는 단지 하룻밤을 위한 관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기에 다음날 바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각자의 길을 갔다. 그 후로 그 여성은 Y씨의 뇌리에서 점점 잊혀져 갔지만, 그 여성이 머문 ‘치명적인 흔적’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선명하게 드러났다.

신체에 이상을 느껴 병원을 찾은 Y씨는 의사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성병의 일종인 임질과 요도염에 걸렸다는 진찰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하룻밤을 위한 관계였기에 그 여성의 연락처도 모르는 Y씨로서는 그저 자신의 부주의를 탓하는 것 이외에 마땅히 하소연 할 곳도 없었다.이 같은 사례들에 대해 나이트클럽의 웨이터 H(26)씨는 “요즘은 성 의식이 개방돼 있기 때문에 이제 성병의 위험은 어디에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와 함께 익명을 요구한 강남 나이트클럽의 한 관계자는 “부킹을 통해 눈이 맞으면 그것은 곧 성관계로 이어진다는 등식이 성립된다”며 “그러나 부킹은 오늘 처음 본 사람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좀더 상대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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