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정 남았지만 새 휴대폰 사고싶다”…37.9%
2명중 1명, 2년에 한번 스마트폰 바꿔
[일요서울 | 이기수 기자]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가 1위를 달리는 분야가 적지 않다. 자살률, 이혼율, 인구대비 성형률 등은 OECD 국가중 1위를 달린다.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바람직하지 않은 분야 세계 최고다. 그러나 IT분야에서, 그중에서도 스마트폰 부문에서 우리나라는 독보적인 기록으로 세계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빠름~빠름~빠름’을 외치는 어느 이동통신 회사 CF 광고처럼 스마트폰 업계의 지형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선 핸드폰업계 후발주자이며 스마트폰은 더 늦게 출발했다. 초창기 스마트 폰 시장은 핀란드 노키아와 캐나다의 블랙베리가 주도했다.
그러나 스마트폰 절대강자였던 노키아와 블랙베리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과 애플이 지배하게 된 스마트폰 시장에서 저가 스마트폰을 앞세운 중국 업체들의 가파른 성장이 시장의 판도를 뒤흔드는 중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연간 3억293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아 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32.3%를 차지하면서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2위인 애플사(15.5%)와의 격차도 2배 이상 난다. 최근엔 중저가를 앞세운 중국의 기세가 무섭다. 중국 화웨이사는 지난해 5.1%의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우리나라 LG전자(4.8%)를 4위로 밀어내고 점유율 3위를 차지했다. 5위는 레노버(4.6%)가 차지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에서도 독보적이다. 우리나라는 2012년 기준 스마트폰 보급률 67.6%를 기록하면서 세계 1위에 우뚝 섰다(자료= 美 스트레티지애널리스트). 2위인 노르웨이의 보급률 55%와도 큰 격차를 보이는 한편 전세계 스마트폰 평균 보급률 14.8% 보다도 4배이상 높은 수준이다.
이 모든 변화들이 불과 몇 년 사이에 일어났으며, 그 사이 스마트폰은 PC의 기능을 대체하는 수준으로까지 진화하고 있다. 게다가 무선 인터넷 환경 역시 2G와 3G 시대를 지나 LTE로 빨라졌으며, 최근에는 유선초고속 인터넷보다 더 빠르다는 LTE-A까지 등장했다.
호기심 때문에 기종 교체
소비자들은 점점 빨라지고, 더 좋아하는 스마트폰과 무선 인터넷환경으로 인해 끊임없이 최신 기종을 보유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실제 큰 맘을 먹고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을 장만하고 나면, 얼마 지나지않아 ‘구형’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새로운 제품이 빠르게 등장한다.
그러다보니 보통 2년으로 되어있는 가입약정이 끝나기 전에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리서치회사인 ‘엠브레인’ 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전국의 19~45세 성인남녀 1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도 잘 나타난다.
응답자의 52.6%가 ‘스마트폰 수명은 2년 정도인 것 같다’ 고 응답한다. 2011년부터 스마트폰 이용이 본격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의 상당수가 처음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이미 교체했거나, 교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자의 39.9%가 1회 스마트폰을 교체했다고 응답했고 2회째 교체했다고 응답한 사람도 14.8% 에 달했다.
스마트폰의 잦은 교체는 그 이유에서도 흥미를 끈다. ‘신규 기종에 대한 호기심’(54.0%) 이 ‘기존 휴대폰에 대한 불만’(46.0%)보다 높게 나타나 기계결함이나 불만이 아닌 호기심 때문에 고가의 스마트폰을 교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스마트폰을 교체한 응답자들 중에서도 ‘약정기간이 종료되어 교체했다’ (33.5%)는 사람보다 ‘약정이 남았지만 새 휴대폰을 사고 싶어 교체했다’(37.9%) 가 높게 나타나 약정기간에 관계없이 새 모델에 대한 구매충동이 교체율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스마트폰 제조사에 대한 기대감에도 변화가 보인다. 스마트폰 혁신의 리더로 꼽혔던 아이폰에 대한 기대감은 예전만 못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반면 애플과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삼성의 갤럭시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감은 ‘예전보다 더 높아졌다’(44.4%) 라는 응답이 ‘그렇지 않다’(22.3%)라는 의견보다 높았다.

스마트폰의 존재는 필요악
그러나 애플의 아이폰을 사용하던 매니아들은 아이폰을 사용하다 다시 아이폰으로 바꾸는 수평교체 비율이 67.7%에 달해 갤럭시에서 갤럭시로 바꾼 비율(52.2%) 보다 높게 나와 아이폰 매니아들은 여전히 아이폰모델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새롭게 제공되기 시작한 이동통신서비스인 LTE-A 에 대한 인지도는 82.3%가 알고 있거나, 들어본 적이 있다고 응답해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
이렇게 스마트폰을 자주 바꾸지만 소비자들은 가계지출 중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라가고, 요금제도에 대한 불만은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성보다 데이터를 많이 사용하는 소비자 이용패턴을 반영하지 못하는 요금제도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으나 이동통신업계의 대응은 뒷북치는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스마트폰 수명및 사용기간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평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0%가(중복응답) ‘신규모델이 너무 자주 나온다’ 라고 지적했다. 이는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영업 전략과 맞물려있지만 스마트폰 보급률 세계 1위의 자리는 결국 소비자들이 적극 도와주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의 절반은 스스로 ‘스마트폰의 수명은 2년 정도인 것 같다’ 고 응답하고 있고 ‘스마트폰의 존재는 필요악’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41.1%에 달했다.
o-ing58@ilyoseoul.co.kr
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