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 이동통신 3사 보조금 대란 현주소
[심층취재] 이동통신 3사 보조금 대란 현주소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4-28 11:20
  • 승인 2014.04.28 11:20
  • 호수 1043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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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마이너스 성장 우려 데이터 과소비 유도로 돌파구?
▲ <뉴시스>

뺏고 뺏기는 가입자 확보 전쟁에 대란 양산
마케팅 비용 폭증 실적 악화 원인으로 지목
5:3:2 가입자 점유율 구조 변화 움직임 보여
공정경쟁 서약 발표했지만 근본 문제 해결할까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성장하면서 ‘호갱님’이란 말도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고가의 최신 스마트폰 출시 초기에는 제값을 다 내야하다가도 일정 시간이 흐른 뒤 이동통신사들이 푸는 보조금의 혜택으로 같은 스마트폰도 천차만별의 가격으로 구입하게 되면서다. 이렇게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지원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각종 대란을 일으켰다.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지만 1분기 영업이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또 영업정지 처분을 받고도 보조금 대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태다. 여기에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를 두고 데이터 과소비를 부추겨 매출을 올리려 한다는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일요서울]이 이동통신 3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속칭 ‘호갱님’은 어수룩해서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지칭하는 단어다. 호구와 고객님의 합성어인 셈이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의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값을 다 지불한 소비자는 호갱님이 된다는 인식도 급증했다.

이처럼 이동통신 3사의 밥그릇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시장에 풀리는 보조금 횟수도 늘어났다. 가입자 뺏기 경쟁이 과열되자 지난해 영업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 번의 영업정지에도 불구하고 3사는 올해 1분기에 사상 최대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며 ‘1·23 대란’, ‘2·11 대란’ 등 잇따른 대란을 일으켜 논란이 됐고, 또 다시 영업정지 철퇴를 맞았다.

이 과정에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대놓고 서로를 비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보조금 대란에 대한 원인을 두고 SK텔레콤은 LG유플러스가 주도했다고 주장한 반면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을 지목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양 사의 싸움을 놓고 “쌍욕만 하지 않을 뿐 대놓고 서로를 헐뜯으며 진흙탕 싸움을 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대란 논란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LG유플러스는 지난 21일 영업정지를 일주일 앞 둔 마지막 주말 동안 보조금을 투입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팬택 기종 출고가 할인이 편법 보조금이라는 의혹과 중고 휴대전화를 시세보다 고가에 매입하는 방식으로 보조금을 지급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보조금 경쟁 실적 부진 직격타

하지만 증권가에 따르면 이 같은 이동통신 3사의 행동은 오히려 ‘독’이 됐다. 보조금 경쟁 과열로 마케팅 비용이 폭증해 1분기 이동통신사의 실적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갖은 난리에도 불구하고 이동통신 3사의 보조금 경쟁 결과는 참담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적발표를 한 주 앞둔 지난 20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동통신 3사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대비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했을 때 SK텔레콤은 22%에서 최대 50% 감소, KT는 최대 6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LG유플러스 역시 최대 9.6% 가량 감소했다는 관측이다.

증권사가 예측한 1분기 SK텔레콤의 마케팅 비용은 대략 1조 원 이상이다. 전년 동기 대비 20% 가량 증가한 액수다. KT는 6000억 원, LG유플러스는 50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마케팅비로 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예측대로라면 3사의 총 마케팅 비용은 최소 2조1000억 원을 넘어선다. 이는 2012년 3분기 삼성전자 갤럭시S4와 애플 아이폰5의 경쟁, LTE 시장 주도권 잡기로 인해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던 때를 넘어서는 액수다.

이미 증권가에서는 올 초부터 이동통신 3사 모두 1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해왔다. 사상 최대 보조금 경쟁 여파와 그에 따른 영업정지가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이 실적에 미칠 것이라고 봤다.

보조금 대란의 영향은 영업실적 감소에만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다. 가입자 점유율의 판도도 바꾸는 기세다. 지난 24일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업계 2위인 KT의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12년 만에 처음으로 30% 아래로 떨어졌다.

그동안 국내 이동통신 시장은 2002년 SK텔레콤이 신세기 통신을 합병한 후 시장점유율 50%를 차지했고 KT가 30%, LG유플러스가 20%를 차지해 왔다. 5:3:2 구조가 유지돼 온 것이다.

그런데 지난 3월을 기준으로 무선통신가입자 현황을 집계한 결과 3사의 가입자 수(MVNO 포함)는 각각 SK텔레콤 2781만3697명, KT 1647만3385명, LG유플러스 1087만5305명으로 나타났다. 시장점유율은 SK텔레콤 50.42%, KT 29.86%, LG유플러스 19.72%로 각각 집계되면서 변동의 움직임을 보였다.

이는 영업정지 기간에도 보조금 논란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가운데 KT가 영업정지 기간 동안 타사의 보조금 정책에 영향을 받고, 가입자를 뺏긴 것으로 풀이된다. SK텔레콤은 지난 3월 13일부터 4월 4일까지, LG유플러스는 지난 4월 5일부터 26일까지 각각 영업이 가능했다.

따라서 KT의 가입자 감소세는 KT가 단독 영업에 나서는 5월에야 반전이 가능한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동통신 3사의 장기 사업정지 여파로 십년 동안 변함없던 5:3:2 시장 점유율 구도가 깨질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입자 점유율 구조가 단기간 동안만 변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이라면 결국은 이동통신사들이 근본적인 서비스 품질 향상에 노력한 것이 아니라 소용없는 곳에 헛돈을 쓴 셈이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실수요 적은 무제한 요금제도 논란

이런 와중에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무제한 요금제를 두고도 말이 많다. 지난 2일 LG유플러스가 ‘음성·문자·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이자 SKT와 KT도 LG유플러스와 유사한 요금제를 잇달아 출시했다.

하지만 전체 가입자의 3% 가량만 음성·문자·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로 전환해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과소비를 부추겨 더 비싼 요금제를 이용하도록 유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래창조과학부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LTE 가입자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월 2GB 수준에 불과했다. 보통 3만~6만 원대에서 한정된 데이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도 주어진 데이터의 평균 60%만 소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 3사의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은 3만2000~3만5000원 대이고, LTE 가입자 기준도 4만5000원대에 불과하다. 이동통신 3사가 내놓은 요금제가 8만 원대라는 것을 생각해보면 무제한 요금제에 대한 실수요는 크게 많지 않다.

매출과 직결되는 ARPU를 올리기 위해 실수요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배경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SKT의 경우 6만 원대 요금제 가입자 중 10%만 무제한 요금제로 옮기면 ARPU는 3%, 연매출은 2400억 원 정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되자 이동통신 3사는 지난 23일 이동통신 시장 안정화 방안과 공정경쟁 서약을 발표했다. 보조금 지급 상한을 정하고 유통망 보조금 감시단을 운영하며 중저가 단말기 출시 등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이동통신요금의 원가가 영업상의 비밀이란 이유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문제와, 비싼 요금제 사용에 대한 할인과 단말기에 주는 보조금을 명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소비자들을 속이며 출고가 인하에 적극적이지 않았다는 논란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다. 그동안 보조금 대란이 반복될 때마다 꼬리자르기식 대응책을 내놓았던 이동통신사들이 서약 발표에 따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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