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세 조종 직접 관여 의혹…현재현 회장 등 검찰 통보
“꼬리 자르기식 수사 말고 본질 수사하라” 금소원 촉구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동양그룹 사태가 총성없는 전쟁이 되고 있다. 가해자 없이 피해자만 늘고 있다. 계열사를 통한 동양그룹의 주가조작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실마리조차 찾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주가조작 세력을 찾아낸 검찰과 세무당국이 전방위적 수사에 나서고 있지만 현재현 회장의 가담여부를 파악치 못해 결국은 꼬리자르기식 수사만 이어가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는 사이 투자자들의 피해는 늘어가고 있다.
동양그룹이 주가조작 세력에 이사 직함을 주고 주가를 조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자자들을 다시 울렸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이를 살리기 위한 타계책이 아닌 메우기식 방법을 통해 돌파하려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만약 이번 수사에서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면 사기와 배임 혐의로 이미 기소된 현 회장이 주가조작을 통해 수백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챙긴 부분까지 혐의에 추가될 전망이다.
이런 조직적인 조작이 그룹 총수의 지시없이 자행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 사건을 미리 조사해 검찰에 넘긴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와 금감원도 지난 2월 현 회장이 주가조작에 직접 개입한 정황이 있다고 한 만큼 철저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주가조작에 동양증권 등 그룹 계열사와 임직원들이 동원됐는지도 수사할 방침이다.
현재 현 회장은 이번 사안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3부는 지난 22일 동양시멘트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로 개인투자자 강모(44)씨와 투자자문업체 E사 이사 공모(35)씨, 이 회사 고문 이모(41)씨를 구속기소했다.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된 시세조종 전문가 유모(52)씨도 함께 기소했다.
그들의 수법을 재구성해보면 다음과 같다. 강씨 등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약 3개월에 걸쳐 18만2287회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다. 주당 940원이던 동양시멘트 주가는 2012년 3월 4170원으로 크게 뛰어 올랐고 동양그룹은 시세조종으로 122억5200여만 원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주가조작 방법은
강씨와 유씨도 주식을 직접 매매하며 각각 1억3500만 원, 2억8800만 원 상당의 차익을 얻었다.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 측은 정직원이 아닌 개인투자자 강씨를 그룹 미래전략실 이사에 앉혔고, 시세조종을 주도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 차원에서 3억3000만 원을 건넨 사실도 확인됐다. 이 돈은 금융감독원 조사를 받다 지난 1월 자살한 동양시멘트 김모 고문이 전달했다.
아울러 대만 업체에서 유치한 투자금 1500만 달러(약 155억 원)를 주가 유지를 위해 이씨에게 운용을 맡겼다. 이씨는 대여금 명목으로 5억 원을 별도로 받고, 공씨와 함께 7190차례에 걸쳐 주가조작을 펼쳐 주가를 올렸다. 검찰은 이 때 주가조작을 통해 수백억 원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양그룹은 자금난 해소를 위해 코스닥에서 거래량이 적고 계열사 지분이 많은 동양시멘트를 타깃으로해 주가를 조작했다.
동양그룹은 이렇게 오른 주식을 기관투자가에게 ‘블록세일(일괄매각)’ 방식으로 처분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주가가 매각 적정가보다 더 올라 블록세일이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그룹 계열사가 소유한 주식을 대량으로 내다팔아 주가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투자자문업체의 고문으로 있던 이씨는 자신의 고객 계좌로 동양시멘트 주식을 매수하면서 수수료를 챙겼다.
검찰 관계자는 “증선위으로부터 사건 내용을 통보받으면 금융조세조사3부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주가조작 사건은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하고 신속히 수사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특수부와 협업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소비자원도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와 관련해 금융당국의 책임규명을 위한 수사를 촉구했다.
금융당국 “배상대책” 강조
금소원 측은 “검찰이 현재현 회장 구속 등을 청구한 수사는 1차원적인 기본 수사에 불과하다”며 “이제부터는 분식회계 규명,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로비, 유착 및 책임규명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수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증선위가 현 회장을 주가조작 혐의로 검찰에 고발한 데 대해서도 모양새만 갖춘 결과라고 비판했다.
금소원 관계자는 “이는 이미 검찰에 제공된 사실이고 공유된 내용으로 구속 청구에 맞춰 모양새만 맞춘 결과”라며 “이 시점에서 분식회계 등을 발표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피해구제를 위한 신속한 배상대책 발표도 강조했다. 금소원은 “금감원과 금융위는 피해자를 위한 구체적 사기발행 파악, 분식회계, 조직적 사기 의사 결정을 밝혀내 발표하고 피해구제를 위한 구체적 채권보전조치와 배상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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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