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서울도시철도공사 임대 매장 차별 계약 논란
[현장르포] 서울도시철도공사 임대 매장 차별 계약 논란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4-28 11:09
  • 승인 2014.04.28 11:09
  • 호수 1043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길거리로 내몰리는 자영업자들 “생존권마저 위협 받는다”

민간사업자 계약서는 5년·대기업은 10년? 형평성 논란
공사비도 점주에게 떠넘겨, 초기 투자 비용 아끼려 꼼수?
협의회 “구두계약으로 재계약 약속…이제 와 배신”
공사측 “정확한 근거 없어…비용 돌려줄 의무 없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서울도시철도공사(사장 김기춘·이하 철도공사)가 서민들을 죽이려한다는 주장이 도시철도공사 집단상가협의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 집단상가협의회는 “도시철도공사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지하철 역사 내 상주하는 임대 매장의 재계약을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도시철도공사는 대기업에게만 특혜를 주고 일반 자영업자들은 사지로 내몰려고 한다”고 울분을 토한다. 그러나 도시철도공사 역시 “도시철도공사 집단상가협의회가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으로 이득을 보려한다”고 강하게 맞서고 있다. [일요서울]이 이들의 상반된 목소리를 들어봤다.

지난 15일 오전 11시 도시철도공사 집단상가협의회는 서울시 성동구 서울도시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계약연장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

한헌성 집단상가협의회 회장은 “계약이 만료된 상가 관계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렸다. 아울러 “영세 상인의 보호지원을 맡고 있는 협의회의 회장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 서울 시민이자 임차인·전차인 그리고 직원 및 가족인 우리를 핍박하는 철도공사는 지금이라도 우리의 생업을 찾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집단상가의 영업권 보장 및 연장계약 이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실제 [일요서울]이 강남구청, 이수, 고속터미널 등 철도공사와 상가 계약이 된 7호선 지하철역을 둘러본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점주들은 하나 같이 “생계를 당장 포기해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역의 한 점주는 “이번 달 말이면 길거리에 내몰려야 한다”면서 “철도공사 담당자들은 깜깜 무소식으로 일관한다”고 하소연했다. 강남구청역 상가에는 ‘서민들의 생존권을 빼앗으려는 도시철도 공사를 고발한다’는 내용의 플랜카드가 줄줄이 붙어 있었다.

그러나 결의대회와 각종 항의가 빗발치는 가운데서도 철도공사 측은 집단상가협의회의 요구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고 맞불을 놔 갈등은 점점 더 파국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 지난 22일 [일요서울]이 찾은 이수·강남구청역 등 지하철 7호선 역사 내 매장 모습.. 이미 문을 닫았거나 점포정리를 하는 상가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사건의 재구성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상가 점주들의 주장을 토대로 지난 5년을 재구성해봤다.

이들은 모두 서울의 지방공기업인 서울특별시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 역사 내 상가의 점주들이다. 2008년 철도공사가 유휴공간 및 불용시설 공간에 개별상가 10여 개 이상을 수용하는 집단상가를 개발하는 사업자를 모집, 임대수익을 얻는 정책을 결정했을 당시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어 모든 상가시설을 자비를 들여 설치하고 각종 지장물철거와 기존시설의 이설, 상가건축비용을 부담했다. 또 상가설치공사의 재료나 시공 방식은 모두 철도공사가 정하고 감독했다는 것이 집단상가협의회의 주장이다.

더군다나 지하철 역사라는 특성상 야간에만 공사가 가능해 일반 공사에 비해 약 두배가량 많은 공사비가 투입됐다. 그리고 5년이라는 임차기간에 사인을 하고 점주가 된 것이다. 2010년엔 철도공사가 제안한 SLA(Service level agreement·서비스수준협약) 평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정 곳곳에 숨어 있었다. 먼저 한 협의회장은 애초에 시설비 공사를 점주들에게 떠넘긴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지적한다.

한 협의회장은 “대합실의 상가는 지하철 이용승객을 위한 편의시설로 역무시설이고, 도시철도법 및 서울시조례에 따라 운영책임자는 철도공사가 된다”며 “상가 임대사업을 위해선 철도공사가 비용을 들여 상가를 설치한 후 임대사업자를 모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기존 개별상인들과 명도문제가 발생했고 너무 많은 비용 때문에 포기를 하려는 상인들이 많았다. 그러나 철도공사 측이 매일 같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보자면서 회유했다”며 “우리는 한 시대에 좀 더 나은 생활을 위해 투자를 했다가 배신을 당한 꼴”이라고 질책했다.

두 번째는 계약기간과 재계약 약속이행이 관련된 점이 대두됐다. 공사 당시 3억 원에서 많게는 14억 원까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시설비도 회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시설을 두고 그대로 인도하라며 소송까지 한 철도공사에 대한 반발이다.

생활용품 매장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공사를 진행할 때만 해도 철도공사는 5년 임차기간이 종료되더라도 최소한 5년은 더 보장해줄 테니 걱정 말고 철거와 건축을 진행해달라는 약속을 받았다”며 “5년의 운영으로는 도저히 시설비를 회수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한 회장 역시 “SLA 평가도 사실상 계약 기간이 만료됐을 때 1년 단위로 연장을 해준다는 이유로 실시했던 사항”이라며 “임차인 입장에선 최소 몇 년간 임대기간이 갱신되리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고, 그랬기 때문에 영업이 부진하더라도 임대료만은 정해진 기일에 납부했다”고 거들었다.

결국 이들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철도공사가 처음 사업을 조성할 땐 민간인들을 상대로 “공사비를 지불하면 향후 최소 10년 동안 장사를 유지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시설비와 수익을 보장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서류상 계약 기간인 5년이 지나자 “우리가 언제 약속했느냐. 당장 상가를 통째로 인도하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는 이야기다.

계약도 차별이?

현재 철도공사와 집단상가협의회는 법적 소송전으로 치달은 상태다. 한 협의회장은 이와 관련해 “과거에는 철도공사가 우리를 설득하고 사정해서 상가를 조성했는데 이제 와서 법으로 몰아내겠다는 철도공사의 정책은 국민을 위한 공공기관의 자세가 아니다”면서 “그 당시에는 10년이든 20년이든 재계약을 해 줄 것처럼 약속하더니 시장이 바뀌고 철도공사 사장이 바뀌자 우리를 내몰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아울러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제3 채무자 형식으로 소송을 해서 300%의 임대료를 부과하겠으니 나가라고 강요를 했다”며 “철도공사 사장은 2년이 넘도록 아프다는 이유로 면담을 거절하고 있는데 사채업자보다 높은 이율로 우리를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민간사업자와 대기업 계열 가맹점이 차별을 받고 있다는 점도 대두되고 있다.

철도공사가 지하철 역사 내에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민간사업자들은 법의 힘을 앞세워 재계약을 거부하는 데 반해 GS 등 대기업들과는 계약 당시부터 10년 단위의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로 인해 공기업이 입찰을 하면서 형평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 협의회장은 이와 관련해 “철도공사는 새로운 상가 세우는 비용을 모두 임차인들이 부담하게 해 전혀 비용이 들지 않았음에도 5년이라는 계약 기간을 철저하게 지키라고 말한다”며 “과거 계약서상 명시를 해달라는 요구도 묵살한 채 ‘우리만 믿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임대 계약 당시 우리는 5년이라는 기간을 정해주고 GS와 같은 대기업들은 10년 계약을 한 점을 알게 됐다. 매우 불공평한 처사라고 생각한다”며 “관리도 편하고, 스폰서도 많이 받다보니 대기업들만 유리하게 계약서를 작성해 준 것으로 보인다”고 반발했다.

또 그는 “일반 상인들이 5년 계약이면 대기업도 5년 계약을 해야 하지 않냐”면서 “우리는 돈이 없어서 넥타이 못 매고 깔끔하지 못하다고 차별하는 것밖에 더 되냐”고 언성을 높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도시철도공사가 초기 투자비용을 아끼기 위해 상인들을 이용하는 꼼수를 부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서울시장이 오세훈 전 시장에서 박원순 시장으로 바뀌었고 도시철도공사 사장도 새로 부임하면서 도시철도공사의 임대기간 연장 약속이 백지화된 것 아니냐는 불만도 폭주 중이다. 전 사장이 벌여놓은 사업을 후임 사장이 나 몰라라 한다는 소리다.

“문제 전혀 없다”

그러나 철도공사 측은 오히려 협의회 측이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완강하게 맞대응하고 있다. 계약 상 어떠한 문제점도 없다는 입장이다.

철도공사 사업관리팀 관계자는 “계약서상으로 집단상가와의 계약은 이미 종료됐다”며 “5년 계약임이 분명하게 명시돼 있고 재계약과 관련된 사항은 계약서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구두계약을 했다는 부분에 대해선 “계약서에 없는 이야기를 어떻게 받아줄 수 있겠나. 당시 사업본부장과 계약팀장에게도 확인해본 결과 전혀 그런 약속을 해준 적 없다고 한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계약서에 언급이 없는데 상가협의회에 연장을 해주면 오히려 대기하고 있거나 입찰에 참여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역차별로 느끼지 않겠냐”고 반문하면서 “상가협의회는 재입찰을 통해 다시 재계약 수순을 밟아 나가면 되는데 100% 재입찰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떼를 쓰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민간 사업자의 계약사항과 대기업 계약이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맞받아쳤다. 그는 “GS 편의점이 대표적으로 비교 대상이 되고 있는데 편의점은 당시 공사의 주력 사업이었고 1개 역사 당 1개의 점포를 입점하는 형태의 계약이었기에 기간이 다를 수 밖에 없었다”면서 “게다가 10년을 통째로 계약한 것이 아니라 ‘5년 후 5년 연장’이라는 조항이 삽입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시설비와 관련해선 “계약 때부터 시설비를 사업자가 내고 들어오는 조건에 합의가 된 부분이다. 사업자들도 그때 전부 알고 계약을 진행해놓고 이제 와서 돌려 달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시설비를 돌려줄 의무도 전혀 없다”고 대응했다.

한편 이번 양 측의 갈등과 관련해 서울메트로와 부산지하철 등의 경우가 비교되고 있다. 협의회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임차인이 상가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설치비용을 그대로 임차인에게 반환해 주거나 임대료를 그만큼 감액해 임차인이 손해 보지 않도록 하고 있다. 부산지하철 역시 임차인이 시설을 시공할 경우 최소 7년에서 15년까지의 임대차기간을 보장해주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도 과거에는 월드컵매장의 시설을 임차인이 시공했다는 이유로 10년 동안 계약기간을 갱신해준 바 있고 오목교 역 상인들에게도 시설비 일부를 보상하고 20년의 임차기간을 보장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 측이 서로 한 발짝도 양보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립이 어떤 식으로 귀결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도시철도공사는 계속해 법적대응을 진행할 방침이며 집단상가협의회는 서울시를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등에 탄원서를 넣는 것은 물론 목숨을 내놓고서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