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료이지 여자 연예인이 아니다”
“우리는 동료이지 여자 연예인이 아니다”
  • 이인철 
  • 입력 2004-07-28 09:00
  • 승인 2004.07.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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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연수원 얼짱, 몸짱 선발?’사법연수원이 때아닌 ‘얼짱’, ‘몸짱’ 파문에 휩싸였다. 한 연수생이 홈페이지 게시판을 통해 ‘얼짱’과 ‘몸짱’ 등 여자 연수생의 외모와 관련된 내용을 게재했다가 홍역을 치른 것. 파문이 커지자 글을 올린 당사자가 사과문을 싣고 관련 글을 삭제했지만 글의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최근 사법연수원 홈페이지가 갑자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여자 연수생들의 외모를 순위로 매긴 글이 올라 해프닝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사법연수원 여자 ‘얼짱’ 순위 공개?

논란을 일으킨 글은 지난 1일 사법연수원생 홈페이지 자치광장 익명게시판에 한 연수생이 ‘2004 여 연수생 각분야 베스트’라는 제목으로 여자 연수원생들의 실명과 함께 올려졌다. 익명게시판 성격상 작성자는 자신을 35기라고 소개했을 뿐 자세한 신원은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글을 통해 35기 여자 연수생 180여명을 대상으로 ‘몸짱’ ‘얼짱’ ‘깜찍이’ ‘유망주’ 등 분야별로 나눠 순위를 매겼다. 게시판은 즉각 항의성 글로 도배되는 사태가 빚어졌다. 한 연수생은 “여 연수생은 동료이지 여자 연예인이 아니다”라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또 다른 연수생도 “외모에 호감을 느끼는 것과 실명까지 거론하며 품평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고 작성자를 비난했다. 이밖에도 “솔직히 말해 역겹다”는 식의 반응이 많았다. 하지만 그냥 넘겨도 될 사안을 크게 부풀려 생각하지 말자는 의견도 있었다. 한 연수생은 “‘기가 막혀서’하고 넘어가면 될 일을 굳이 부풀리는 것도 그다지 고상한 태도는 못된다”고 말했다. 또 “황당한 사람이 많구나, 시험 보느라 힘들었나보구나 하는 생각이 들 뿐”이라고 적었다.

작성자 파문일자 자진삭제

그러나 게시판이 항의성 글로 넘쳐나자, 작성자는 즉각 자신이 올린 글을 삭제했다. 그는 또 게시판을 통해 사과의 글을 게재했다.‘여 연수생 각분야 BEST 법조의 아름다운 별들이 되실 것을 믿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사과문에는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고 적었다. 그는 이어 “성적경쟁에 임관경쟁, 어쩌면 각박하고 메마른 연수원생활에 잠시 여유를 느껴 볼까해 올린 것이었다”며 “예상외의 파장에 적잖이 놀랐으며 무엇보다 실명이 거론된 분들께 누가 될까하여 얼른 지웠는데 파장이 가시질 않는다”고 해명했다.

또 “솔직히 제가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려고 그런 것도 아니고 저는 정말 사람은 마음이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고 밝힌 뒤 “그러나 아쉽게도 학기의 생활을 했지만 동시대 동일한 공간에서 살아가는 연수생들을 속속들이 알 기회가 없어 눈에 보이는 것부터 관심의 표현을 한다는 것이…”라며 글을 쓰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거론된 이들이 눈에 띈 외모가 죄가 되어 괜한 곤욕을 치른게 아닌가 하여 정말 거듭 사과를 드린다”며 “보다 많은 연수생들을 제대로 알게 될 때 훌륭한 연수생에 대해 이번엔 비공개적으로 공경의 마음을 전하겠다”고 말했다.

여 연수생 자치회 반발

익명 게시판을 달군 이 글에 대해 연수원내 여자 연수생 자치회는 지난 5일 “글쓴 분은 연수원 생활에 작은 여유를 느끼기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그 글 때문에 불쾌감과 모욕감을 느낀 사람이 있다”고 지적한 뒤 “실명이 거론된 사람뿐 아니라 35기 여연수생 모두가 피해자”라는 글을 게재했다. 또 “연수생 동기이자 법조계에서 함께 일할 동료가 될 여 연수생들을 성적 매력이나 육체적 기준으로 대상화하고 평가하는 것이 문제”라며 “우리가 얼마나 여성을 상품화하는 문화에 젖어있는지 돌이켜 보자”고 비판했다.

그러나 더 이상 이번 일이 확대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사법연수원측은 “장난삼아 올린 글로 특정인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어 작성자를 찾아내 징계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사법연수원 해프닝을 두고 일각에서는 예비 법조인들의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우려를 보내고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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