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고발] 이케맨 투어 인기 끄는 까닭
[세태고발] 이케맨 투어 인기 끄는 까닭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4-28 10:18
  • 승인 2014.04.28 10:18
  • 호수 1043
  • 14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꽃미남’ 이용해 일본 여성 관광객 등치는 사람들
▲ <뉴시스>

가이드비 시간당 10만원이면 원나잇도 가능?
불법 부추기는 여행사… 50배 바가지 씌우기도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일본인들 사이에서 이케맨 투어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케멘’은 ‘미남’을 뜻하는 일본어 속어다. ‘미남’ 외에도 보통 ‘잘 나가는 남자’ ‘센스있는 남자’라는 뜻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최근 국내로 여행을 오는 일본 여성관광객들이 이케맨 투어를 이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케맨 투어는 대부분 무자격자, 무허가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바가지요금, 퇴폐관광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데이트 하고 관광하는 일석이조 여행

일본인 A씨와 B는 지난 19일 토요일 서울로 여행을 왔다. 직장인이었던 이들은 짧은 휴가를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이번 여행은 첫 번째 한국여행이었다. 그동안 주변 친구들은 주말을 이용해 자주 한국여행을 즐겼지만 이들은 한국을 찾을 기회가 없었다.

취재진은 지난 23일 이들의 서울여행기를 듣기 위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만남을 가졌다. 기자와 만난 A씨와 B씨는 대뜸 이케맨 투어를 아느냐고 물었다. 일본어가 생소했던 기자는 동석했던 한국인 C씨에게 ‘이케맨’이 무슨 뜻인지를 물었다.

C씨는 ‘이케맨’은 ‘꽃미남’을 뜻한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서 들은 이케맨 투어 이야기는 순수한 여행기가 아니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한국으로 오는 일본 여성 관광객들 사이에 이케맨 투어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여행트렌드라고 했다.

간단히 설명하면 ‘이케맨 투어’는 꽃미남처럼 멋있고 잘 생긴 가이드가 국내 이곳저곳을 안내하는 여행이다. 대부분 일본 현지에서 일본어로 된 홈페이지를 통해 정보를 얻고 예약을 한 뒤 한국에서 만남을 가진다.

A씨와 B씨도 지난 19일 한국에 입국하자마자 짐을 풀고 이케맨 투어 가이드를 만났다. 이들이 묵는 호텔 로비에서 만난 가이드는 훤칠한 외모에 잘 생긴 외모를 가졌었단다. 로비에서 처음 만났을 때는 어색했지만 일본어를 시원하게 구사해 금방 친해 질수 있었다고 한다.

유창한 일본어 시원한 외모에 반해

이들은 가이드와 함께 명동, 삼청동 등과 함께 남산과 덕수궁 등을 여행했다. 차량은 가이드가 가져온 카니발 승합차를 이용했다. 길안내는 물론 여행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친절하게 일본어로 해 주니 불편함이 없었다고.

일본인 여성 관광객들 사이에 이케맨 투어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간단하다. 데이트와 함께 색다른 한국여행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색다른 한국여행이란 바로 한국의 밤문화 탐방이다. 한국 남성들이 주로 핀리핀이나 말레이시아 등지로 여성들을 만나러 많이 나가는 경우는 있어도 일본 여성들이 국내에 밤문화 관광을 온다는 소리는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들의 말에 따르면 사실이었다. A씨와 B씨도 이케맨 투어에 대해 친구들에게 처음 들을 때만 해도 “위험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즐거웠다”는 친구들의 말에 호기심이 발동해 여행을 떠나왔다고 했다.

첫날 귀국과 함께 주간 여행을 마친 이들은 저녁을 먹고 호텔에서 옷을 간단히 갈아 입은 뒤 밤 10경 낮에 만났던 가이드를 호텔 로비에서 다시 만났다.

낮과 달리 흰색 면바지와 남방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가이드는 이들을 태우고 청담동으로 향했다. 청담동의 한 술집에 도착한 이들은 그렇게 첫 술자리를 가졌다. 이미 낮에 같이 여행을 가졌던지라 술자리는 화기애애에 했다고 했다.

하지만 밤 11시가 넘자 이 가이드는 “더 놀까요? 어떻게 할까요?”라고 물었다. 가이드 시간이 지났으니 추가로 요금을 주면 더 놀 수 있고 아니면 가겠다는 소리다. 이들은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른 상황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더 놀자고 했고 가이드는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이들과 함께 광란의 밤을 보냈다. 그리고 이 가이드는 이들의 숙소에서 함께 잠을 잤다.

취재진은 가이드가 이들의 방에서 함께 잤다는 소리에 놀랐지만 A씨와 B씨는 “즐거운 여행이었고 즐거운 밤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들은 처음 떠나 온 한국의 이케맨 투어에 흠뻑 빠져있었다. 이들은 다음에 또 한국에 온다면 이케맨 투어를 또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물정 모르는 일본인 여성 관광객 타겟

취재진은 A씨에게 가이드비로 얼마를 줬는지 물었다. A씨는 “시간당 10만원을 줬다”고 대답했다. 취재진이 너무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묻자, “비싼 만큼 편하게 여행을 했으니 됐다”고 대답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덕수궁 입장료로 얼마를 냈냐고 물어봤다. 이들은 덕수궁 입장료로 따로 돈을 지불하지 않고 각종 입장료 비용으로 한 사람당 5만원의 비용을 지불했다고 했다.

덕수궁의 개인 입장료는 1,000원이다. 이들이 덕수궁 외에 다른 문화재를 관람하지 않고 도시투어를 한 점을 비춰본다면 이 가이드는 50배로 바가지요금을 씌운 것이다. 이들에게 취재진이 비용 설명을 하자 A씨와 B씨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지난 며칠간의 즐거웠던 한국 여행의 추억이 한순간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추가로 지불한 비용이 없는지 물었다. 이들은 순수 가이드비 명목으로 첫째날 4시간 기준 40만원을 지출했고 입장료 명목으로 각각 5만원씩 10만원 그리고 술자리에서 추가 가이드비 30만원 등 총 80여만 원을 하루 만에 써 버렸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여행이었다. 이케맨 투어라는 번듯한 포장에 자신들이 속았다는 생각을 하니 분한 마음이 컷다. 이들에게 이번 한국 여행은 최악의 여행으로 남았을 것이다.

취재진은 이들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이케맨투어 여행사와 가이드를 찾아 나섰다. 다행히 이들이 받은 가이드의 명함이 있어 연락을 취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은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인지 꼬리가 잡힐 것을 염려해 연락처를 바꾼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A씨와 B씨에 따르면 일본에는 이케맨 투어가 많이 알려져 있다고 했다.

불법 관광 척결 나선 관광경찰대

현재 국내에는 관광경찰대가 운영중이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1월 23일로 출범 100일을 맞았다. 관광경찰은 명동, 인사동 등 서울의 관광명소 7곳에 배치돼 외국인 관광객을 보호하며 다양한 범죄 예방 활동을 수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청은 지난 100일간 관광경찰이 국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정보 제공 및 길 안내 등 9천여 건이 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관광경찰대에서도 이케맨 투어의 폐해를 잘 알고 있다. 일본어까지 구사가 가능한 경찰관을 동원해 이케맨 투어를 운영하는 여행사와 가이드를 쫓고 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케맨 투어는 불법의 온상이라는 것이다.

기존에 이케맨 투어를 운영하는 운영회사는 사업자 등록을 내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해서 여행업 종사자도 아니다. 심지어 일본에서 살다 추방당한 사람도 있다고 했다. 할줄 아는 게 일본어 뿐이다 보니 불법인 줄 알고도 이런 일을 저지른 경우도 많다.

가이드로 나선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자신들이 하는 일이 불법인 줄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인 여성관광객을 만나 즐겁게 안내하고 밤에는 술을 마시며 진탕 놀면서 돈을 벌수 있으니 뛰어 든 경우가 많다. 힘든 일은 하기 싫고 쉬운 일하면서 돈을 벌고 싶은 한탕주의자들에게는 최고의 직업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