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
  • 구나원 전문강사
  • 입력 2014-04-21 14:34
  • 승인 2014.04.21 14:34
  • 호수 1042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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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는 A산업에 입사하여 공무팀 업무와 운전지원을 맡고 있으며, 안부장은 A산업 건설현장의 감리를 맡고 있다.

A산업은 사무실을 건설현장 내 부지로 이전하는 바람에 차량이 없는 시공사 직원들과 감리사 직원들의 출퇴근을 위한 12인승 차량을 지원했고, 운전은 은희가 담당했다.

은희는 감리사직원 안부장의 언동으로 자기비하감, 인간관계에서의 위축감, 업무 집중곤란 등을 느끼고, 안부장의 목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쿵 뛰며 식은 땀과 구토 증세를 보이는 신체적 증상까지 있어서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한다며 호소했다.

위와 같은 안부장의 성적언동들로 인해 괴로워하던 은희는 회사에 관련사실을 보고하고, 성폭력상담소에 피해사실에 대한 상담 및 정신과 진료 등을 지원받았다. A산업은 안부장과 동료 여직원의 면담 및 조사를 실시하여 안부장의 교체를 결정하였으나, 감리사측의 거부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감리사측은 일단 안부장에 대해 A산업 현장방문 못하게 한 후, 은희와 안부장의 의견이 상이한 점을 들어 진상규명절차를 진행해 볼 것을 제안한다. 소식을 접한 안부장은 은희에게 ‘끝까지 명예회복 및 물질피해손상에 대해 법적 조치를 할 예정…’,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등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뿐만이 아니라 현장방문금지에도 불구하고 수차례 현장을 방문까지 했다.

직장내성희롱에서 당사자간의 업무관련성을 살펴보면 은희는 건설시공사의 직원이고, 안부장은 은희 소속사의 업무를 관리·감독하는 감리단의 직원인 점, 그리고 문제가 되는 내용들이 통근차량에 동승 중이거나 그 이용과 관련한 상황에서 발생한 점 등을 볼 때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안부인사와 딸처럼 생각해서 말한 순수한 농담이라고 했던 말들과 이웃집 남자가 옷을 벗고 있었다는 등의 성적 농담은 양측모두 시인한 부분으로 사실로 인정된다. 한 편 차 안에서 일어난 신체적 접촉에 대해서는 A산업(은희의 소속사)의 조사내용, 서로의 입장이 상이하지만 피해사실이 매우 구체적이고 일관된 경우, 함께 근무하는 직원들이 은희의 피해사실을 인식하고 있었을 경우에는 은희의 이야기를 사실로 인정할 수 있다.

안부장은 은희의 주장을 인정하면서도 그러한 언동의 취지가 안부나 단순한 농담일 뿐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받아들이는 은희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었다면 성희롱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은희는 안부장의 언동으로 수치심, 자기비하감, 업무집중 곤란, 대인관계에서의 위축감뿐만 아니라 신체적인 증세까지 호소하는 등 성희롱 피해자가 보이는 일반적인 상태를 호소하고 있고, 안부장의 신체적 접촉이나 원치 않는 접근, 성적인 농담과 같은 성적합의를 지닌 언동은 합리적인 여성의 관점에서도 성적굴욕감을 느끼게 하기 충분하다. 또한 은희는 안부장의 관리·감독을 받는 시공사의 하위직 직원인 점, 둘의 나이와 경력차이를 고려할 때 은희는 안부장의 언동 즉시 적극적인 거부의사를 밝히기 어려웠을 것으로 여겨지므로 위와 같은 이유에서 직장내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거기에 안부장이 은희의 문제제기 이후 오히려 비난하고 위협하는 문자 메시지를 보내고 회사에서 지시한 방문금지 사항도 성실히 이행하지 않아 은희의 피해를 악화시킨 것은 이에 상응하는 중한 책임을 묻는 것이 마땅하다.

1년에 1회 이상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을 형식적으로 또는 문서로 대신하고 있는 사업장이 아직도 많다.

이에 대해 노동부의 철저한 사전 관리감독과 실질적인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직장 내 성희롱은 단순한 성적 괴롭힘이 아니라 직장 내 권력관계, 나이, 성차별의식에 기반해 발생하는 것으로 노동자의 노동권과 건강권을 위협하는 폭력이라는 것을 인식을 가져야한다.

메마른 펌프에 ‘마중물’ 한 바가지가 시원한 물줄기를 끌어 올리듯. 서로에 대한 작은 관심과 배려가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성희롱 사건을 해결하기 위한 조직의 지침마련과 처리절차의 확립은 밝은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것을 기억하길 바란다.

구나원 전문강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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