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한다”44.5%
병원 선택시 의사 평판보다 거리 고려해
[일요서울 | 이기수 대기자]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의사는 언제나 존경받아 마땅한 직업인으로 여겼다. 언제부터인지 의사는 판·검사와 함께 우리 사회에서 존경과 함께 선망의 직업으로 꼽혔다. 법대와 의과대학은 대학진학을 앞둔 수능준비생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학과이기도 하다.
물론 시대가 변하면서 직업에 대한 인식과 선호도가 변하기는 하지만 오랜 세월동안 의사는 변호사와 함께 우리사회에서 존경받는 몇몇 직업군에 속하고 앞으로도 이런 인식에 급격한 변화는 없을 듯하다.
그러나 급변하는 사회 세태의 변화 속에 의사에 대한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의사는 환자의 생명을 구한다는 본질적 가치보다는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와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수단으로써 더 높게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의사들의 경우에 비윤리적인 태도나 직업 소명의식이 결여된 모습으로 환자들에게 적잖은 실망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여전히 환자의 생명을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훌륭한 의사들이 많지만, 대중에게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은 점점 TV의학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최근 한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성형공화국’, ‘인구대비 세계 최고의 성형국가’, ‘전세계 성형산업(20조 원)의 25%를 소비하는 나라’ 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성형에 관한 한 세계 최고의 소리를 듣게 됐다.
남자들까지도 성형수술을 받을 정도로 성형 지상주의 나라가 되면서 성형외과 의사들은 부와 명예를 거머쥐었다. 그러나 그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돈벌이에 급급해 무분별한 성형수술에 참가했던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의 양심고백이 이어지고, 수술의 기본 원칙도 지켜지지 않아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불법 성형수술에 참여했던 의사들이 경찰에 구속되는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성형외과 의사들은 ‘수술 머신, 돈의 노예’ 였다는 충격적인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의사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성형외과에 국한된 얘기도 아니다. 병원 역시 그 본분을 잊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이윤창출에만 몰두하는 병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질 좋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많은 환자를 받기 위해서 어느 정도 병원의 이윤추구가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현재의 모습은 그 본질과 수단이 지나치게 뒤바뀌고 있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리서치회사인 ‘엠브레인이 최근 3개월 내 병원방문 경험이 있는 전국의 19세 이상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러한 불신이 잘 나타난다.
이 조사결과 응답자의 절반 가까이(44.5%)‘의사들이 환자의 생명보다 돈을 우선시 한다’ 고 응답했고, ‘의사들이 의사로서의 소명의식을 갖고 있다’는 응답은 34.3%에 불과했다. 대형 유명 병원에 대한 신뢰도에도 변화가 엿보인다. ‘유명 병원 의사라면 믿을 수 있다’ 라는 의견에 동의한 응답자는 22% 수준에 불과해 ‘반반이다’(45.3%), ‘동의하지’않는다‘ (32.7%) 라는 냉소적인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병원을 선택할 때는 집에서의 거리(55.4%) 가 의사의 평판(25.0%) 보다 높게 나타났다(중복응답). 이는 이마트나 홈플러스처럼 편의시설을 찾아가듯 병원을 쉽게 찾을 수 있는 접근성이 병원선택에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병원선택 시 의사의 평판 보다는 병원에 대한 주변의 평판(37.3%)이나 대외 인지도(29.1%)를 여전히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사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중복응답) ▲환자를 대하는 태도(83.2%)를 가장 많이 꼽아 의사가 환자를 편하고 친절하게 대해주기를 원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다음으로는 ▲관련분야 경력(67.0%) ▲주변 사람들의 좋은 평판(63.5%) ▲전문 분야의 학위 및 연수경험(35.8%) 등을 선택했고 명문대 출신이어야 한다(7.0%)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이와 함께 과거에 비해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하게 인식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어떤 의사가 좋은가’ 라는 질문에 ▲‘병에 대해 길게 대화를 나누는 의사가 좋다’ 라는 응답자가 66.9%나 됐고 ▲‘경험 많고 나이 많은 의사가 좋다’ 는 응답자도 31.5%였다. 그러나 ▲‘경험이 부족하더라고 설명을 잘해주는 젊은 의사가 좋다’ 라는 응답자가 49.4%로 나타났다. 나이보다는 얼마나 친절하고 인간적으로 편안하게 대해주느냐가 좋은 의사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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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수 기자 o-ing58@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