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속 강행한 분리…리베이트 갈등 여파는 그대로
오너 경영권 강화 위해 동아오스티에 지운 십자가?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강신호 동아쏘시오홀딩스(옛 동아제약) 회장이 논란 속에도 지주회사를 세우고 회사를 분할한 지 1년여가 흘렀다. 그간 동아제약은 대규모 리베이트 적발 후폭풍과 더불어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으로 매출이 하락해 자존심에도 금이 간 상태다. 이를 혼자 뒤집어쓴 것은 분할사 중 전문의약품(ETC)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로 여전히 의학계의 비난을 면치 못하고 있다.
동아제약이 지주사를 만들고 회사를 분할한 후 첫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동아제약은 지난해 3월 동아쏘시오홀딩스라는 지주사를 새로 설립하고 기존 동아제약을 동아에스티와 동아제약으로 분할했다.
이중 동아에스티는 병원 처방과 관계된 전문의약품(ETC)을 다루고 동아제약은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OTC)을 맡는 것으로 역할을 갈랐다. 또 동아제약은 동아쏘시오홀딩스나 동아에스티 등과 달리 비상장법인으로 남겨 두기로 했다.
엇갈린 ETC·OTC의협과의 돌파구 있나
사실 지주사 신설과 회사 분할은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위한 포석 중 하나로 분류된다. 이는 지주사 설립 시 기존 주식이 분할되는 과정을 보면 그 답이 나온다. 주식 교환에 들어가면 대주주는 원래의 주식을 내주는 대신 새 지주사 주식을 보다 높은 비율로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주사 신설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여론의 비난 속에서도 동아제약은 꿋꿋이 지주사 전환을 완료했다. 특히 동아제약은 강 회장과 차남 강문석씨의 갈등으로 한때 적대적 인수·합병(M&A) 가능성까지 거론돼 마음이 더욱 급했던 경우다.
문제는 회사 분할 이후 동아에스티와 동아제약의 실적이 크게 엇갈렸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분할 이후 동아에스티는 같은 해 12월까지 당기순손실 65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특히 전문의약품 매출만 놓고 보면 3837억 원으로 전년 4397억 원 대비 12% 감소했다. 여기에는 옛 동아제약 법인세 추징금과 더불어 대한의사협회와의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동아제약이 의협과 등을 돌리게 된 계기는 지난해 적발된 동아제약 리베이트 사태다. 국내 1위 제약사인 만큼 규모도 컸을 뿐 아니라 제약사와 의사가 함께 처벌받는 쌍벌제 도입과 맞물려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동아제약은 병의원 1400여 개에 48억 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이중 개원의 130여 명과 동영상 교육 콘텐츠 제작 계약을 맺은 것이 대가성 의혹에 휘말리면서 의사들과 담을 쌓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의협에 따르면 동아제약은 해당 의사들의 쌍벌제 위반 우려에도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다며 안심시켜 콘텐츠 계약을 진행했다. 하지만 정작 리베이트 논란이 불거지자 동아제약은 돌연 대가성을 인정해 의사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에 의협은 동아제약 의약품 불매운동은 물론 동아제약과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했다. 이는 앞서 한미약품이 정부에 리베이트 쌍벌제 도입을 제안하면서 의협과 관계가 틀어져 매출이 하락했던 사례를 상기시켰다.
결국 동아에스티와 의협은 법정싸움을 택했고 지난해 1심 판결 이후 각각 항소한 상태다. 또한 동아제약의 전문의약품 매출이 하락세를 그리면서 이는 분할 이후 전문의약품을 담당하는 동아에스티에 고스란히 전가됐다.
게다가 동아에스티의 신약 중 하나가 건강보험 급여제한 및 청구액 환수 위기를 맞으면서 동아에스티의 실적은 더욱 급감할 전망이다. 제약업계에 따르면 동아에스티의 만성위염치료제인 스티렌은 지난해 말까지 입증해야 할 임상시험 약효를 제출하지 못했다.
이로써 동아에스티는 근 3년간 스티렌 처방실적 중 30%를 환수당하고 건강보험 급여도 제한당할 처지에 놓였다. 반면 분리된 동아제약은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 276억 원을 시현하며 분할 이후에도 견고한 이익을 나타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동아제약 내부에서 의협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지만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것이 없다”면서 “당장은 박카스 해외수출 등으로 메워나가고 있지만 향후에도 갈등이 계속된다면 동아에스티의 매출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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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