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트리빅리조트 사업 암초… 공사 재개 가물가물
강동트리빅리조트 사업 암초… 공사 재개 가물가물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4-21 11:25
  • 승인 2014.04.21 11:25
  • 호수 1042
  • 25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독] 롯데-시행사 사업권 둘러싼 진실공방전

선진개발 “시행사 약점 잡아 개발권 빼앗으려 한다”
롯데 채무불이행 판정은 은행이 “오히려 피해봤다”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고향에서 진행중이던 사업이 시행사와의 마찰로 진흙탕 싸움을 예고한다. 특히 시행사는 “시공사인 롯데건설이 시행사의 약점을 잡아 리조트 개발권을 빼앗으려 한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아울러 ‘초과누계기성 비교표’를 통해 시행사와 롯데측의 원자재 단가와 수량 차이가 있었음을 밝혀 차익 사용처에 의문을 남긴다. 수년간 전문건설업을 해온 선진개발 정이구 대표는 [일요서울]과의 만남에서 “사업권을 빼앗기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고 강압적인 합의하에 시행사의 약점을 잡아 시행사 변경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며 “총괄회장인 신격호 회장의 고향(울산)에서 하는 대규모 사업이라 믿었던 게 내 실수였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할 뜻을 밝혔다. 롯데건설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피해를 봤다”며 반격한다.논란이 된 현장은 ‘트리빅리조트’개발사업 현장으로 면적 9만9960㎡ 규모의 지하 2층 지상 29층의 콘도(546실)와 워터파크, 컨벤션 등이 지어질 예정이었다. 신격호 총괄 회장의 고향에서 이뤄지는 사업이어서 롯데 측도 각별한 신경을 쓰던 곳이다.

정 대표의 주장은 이렇다. ㈜선진개발은 2007년 11월 15일께 착공식으로 이창배 롯데건설 당시 사장과 울산시민이 모인 자리에서 책임준공과 약정 체결에 따른 약속이행의 첫 삽을 떴다.

선진개발은 준공식에 앞선 8월 경남은행, 메리츠증권과 1030억원의 PF(프로젝트파이낸싱)계약을 체결했다. 롯데건설이 2010년 10월까지 책임준공과 책임분양 47%를 맡기로 하고 1700억 원 규모의 공사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후 1년간 울산시민의 이목을 모으며 사업이 진행되다가 갑작스레 공사가 중단됐다. 정 대표가 롯데측에 중단 사유를 물어도 묵묵부답이었다. 롯데의 태도가 이상해진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총 공정률이 25% 진행된 시점에서 롯데측으로부터 별다른 지원이 없었다. 통상적으로 이목이 집중되는 사업인 만큼 분양 홍보에 박차를 가할 법도 한데 조용했다. 2008년 8월 제1차 회원권 분양을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순탄치 않았다. 광고비와 분양수수료가 타 사업지와 비교해 턱없이 낮게 책정돼 업무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PM(분양 등 사업권 관리대행)을 맡은 시공사 롯데는 광고 및 분양대행을 시도조차 않고 시행사에 대한 업무지원도 중단했다. 여전히 이유는 오리무중이었다.

이후에 롯데가 보여준 행보는 더욱 아연실색케 했다.

선진개발은 2007년 11월 자신의 회사 계좌로 나온 국세환급금 5억 원을 롯데와의 도급약정 이전에 시공한 공사비 미지급금 등의 변제자금으로 사용했다. 롯데에 이 내용을 통보한 터라 큰 탈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일방적 공사계약 파기 의문 남아

한동안 아무런 말도 없던 롯데가 8개월을 넘긴 2008년 6월 “환급금으로 사용한 것은 디폴트 사유"라고 압박하며, 경남은행과의 3년간 PF 대출금 상환계약을 2년으로 줄이도록 하는 등 시공사가 시행사의 사업진행을 어렵게 만든 것이다.

롯데는 또 PF 자금 1030억원 중 토지매입잔금, 공사비 등을 제외하고도 400억 원 이상이 남아 있는데도 금융위기와 경제침체 등에 따른 자사 내부사정을 핑계로 사전 통보도 없이 2009년 1월부터 공사를 돌연 중단했다.

이후에는 시행사가 선진개발에서 KD개발로 변경되면서 사업 재개 움직임을 보여왔고 올 들어 본격적인 리조트 사업계획 조정에 들어가 계획변경 완료를 앞뒀다. 그런데 KD개발은 롯데건설이 설립한 시행사다. 롯데 측 인사가 현재 KD개발의 주요인물이기도 하다.

정 대표는 “여러 차례 공사 재개를 요청했으나 시행사가 공사대금을 지불할 수 없는 약점을 잡아 설계변경과 공사규모 축소를 감행, 시행사를 압박하고 공사 진행의지를 보이지 않았다"면서 “자금 능력이 부족한 시행사가 부도나기를 장기간 방치해 스스로 포기하도록 바라는 대기업의 횡포로, 지금 생각해보면 다 사전에 계획된 수순이었다"고 롯데 측을 성토했다.

뿐만 아니다. 정 대표는 ‘초과누계기성 비교표'를 통해 신진개발 측과 롯데 측의 원자재 단가와 수량 차이가 있었음을 밝혀 차익액수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다. 선진이 작성한 철근·철근가공조립·레미콘 등의 사용금액이 77억4293만 원인데 반해 롯데가 작성한 표에는 124억8428만5000원으로 기록돼 있다. 47억 원 가량의 차이가 발생한다. 정 대표는 “이 돈도 롯데로 들어갔다. 사용처는 모른다"고 말해 의문을 남겼다.

롯데건설은 정 대표의 주장에 대해 “말도 안 된다"는 입장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2008년 공사중단은 선진개발측이 경남은행으로부터 채무불이행 판정을 받아 사업진행이 어렵게 됐다"며 “시행사의 채무불이행 등의 사유가 생길 경우 사업권을 롯데건설 또는 제3의 사업자에게 넘긴다는 세부 조항이 있고, KD개발로 사업권을 넘길 당시 선진개발도 합의 서명한 사안”이라고 강하게 반박했다. 그러면서 자신들도 도의적인 책임을 통감하며 사업 재기를 위해 노력했음을 분명히 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문제가 된 디폴트는 PF를 내준 경남은행이 선언했으며 이를 막으려고 우리가 많은 노력을 했다"면서 “그 일로 우리가 채무인수와 연대보증을 서게 돼 우리도 피해자이며, 어떻게든 리조트 사업을 성공적으로 끝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초과누계기성 비교표의 차익액수와 관련해서는 “공사 기간 두 번의 감리를 받았다. 두 번 모두 문제가 없다고 해 양측이 확인 사인을 한 사항이다. 정 대표의 의문과 관련해선 개인적인 생각이지 부정적인 의도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중단 5년여 만에 공사재개를 앞두었던 이번 사업이 또 다시 안갯속을 걷게 됐다. 자칫하면 시행권을 둘러싼 논란 등으로 다시 표류될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