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때 사랑했던 여자에게 보내는 구소련 우주비행사의 마지막 메시지’가 명동예술극장에서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11일까지 국내 초연된다. 이 작품은 스코틀랜드 대표작가로 부상하고 있는 데이빗 그레이그(David Greig)의 화제작이다.
‘저 밑에 사람들, 아무래도 우릴 잊어버린 것 같아’로 시작하는 작품은 소련 우주비행사 2명이 우주미아가 돼 떠돌고 있다는 설정에서 출발한다. 지구촌 인간 군상들이 우연인 듯 필연인 듯 순간적 접속을 경험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또한 서로 소통하고자 신호를 보내지만 사라지는 수많은 메시지들처럼, 광활한 우주 속 끊임없이 엇갈리는 우리들의 자화상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명동예술극장 해외신작시리즈이자 2014년 첫 제작공연으로, 이상우 연출과 최덕문, 이희준, 김소진 등 이 시대 젊은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보내는, 우주의 별과 같이 빛나는 찬란한 삶에 관한 메시지이다.
이상우 연출은 이 작품이 ‘이승에서 길 잃은 자들의 오디세이’라고 말한다. 그는 긴 제목이 던지는 화두인 “마지막 메시지”가 작품 내내 관객과 공명해야 할 부분이라며, 우리 삶의 소중함과 순간의 찬란함을 유머러스하게 그려내고자 한다.
또 인간사의 얽히고설킨 관계를 뜻하는 힌두교의 ‘인드라 망’, 모든 현상을 이루는 인과의 상호관계를 일컫는 불교의 ‘연기(緣起)’, 수많은 원자들이 만나 거대한 우주를 이루는 듯 보이는 화가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돼 다시 만나랴’ 등에서 영감을 받았다.

작가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우리 일상의 파편 위성신호처럼 지구와 우주 사이를 오가는 이야기들 16개 장소에서 13명의 인물들이 만나는 이야기 조각들은 서로 상관없는 듯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된다.
작가는 이 이야기들이 주변 삶에서 끄집어내 엮은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즉 특정한 인물에게 실제 일어난 일은 아닐지라도 실재하는 일상의 파편들이며, 이는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과 ‘어딘가 가본 듯한 낯익은 장소’들을 작품 속에 탄생시켰다.
무대는 에딘버러에서 런던, 파리, 프로방스, 오슬로 그리고 심지어 지구 밖의 우주 공간까지를 오간다. 장소 또한 카페, 공항, 술집과 같이 어느 도시에서나 일반적으로 갈 수 있는 장소들인데, 이렇듯 특정 공간이면서 지역적 특징은 없는 ‘비공간(Non-place)’적 장소에서 등장인물들은 오히려 더욱 내밀한 소통을 경험한다. 장소가 바뀌어도 그곳에서 만나는 인물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어디서 본 듯한 인물들’을 표현하는 작가 의도에 따라 대본에서는 배우 6명이 13명의 인물을 연기하도록 하고 있다. 한 명의 배우가 연기하는 두 영혼은 1인 2역임을 관객들에게 일부러 감추지 않음으로써, 두 인물 사이에 비유적 관련성을 부여한다. 이번 명동예술극장 공연 대본은 배우 7명이 13명의 인물을 연기한다.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사진=명동예술극장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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