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인터뷰] “21세기 보릿고개, 건설 경기를 말하다” 김세현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
[직격인터뷰] “21세기 보릿고개, 건설 경기를 말하다” 김세현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4-14 14:44
  • 승인 2014.04.14 14:44
  • 호수 1041
  • 6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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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우리나라 최대 수출 상품은 건설 산업”

“정부의 건설업 처벌 일변도 정책 우려돼”
“성패의 갈림은 해외건설 시장 개척 여부”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김세현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은 매우 다양한 삶을 살아왔다. 그는 1957년 부산 해운대 출신이다. 가야고등학교, 동아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연세대학교 행정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마쳤다. 사회에 나온 그는 충암고등학교 영어교사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정치가로서의 길을 걸었다. 한나라당 청년자원봉사단 총괄단장(2001~2002)과 친박연대 대변인(2008.09~2009.10)을 거쳐 현재는 미래희망연대 사무총장(2009.09~)을 역임하고 있다. 그랬던 그가 또 하나의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바로 지난해 6월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으로 취임한 것이다. [일요서울]은 김세현 부회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가치관과 건설업계 현안에 대한 생각들을 들어봤다.

김 부회장은 “지난해 국내 건설시장의 규모는 최근 10년 동안 최악의 수준인 91조 원에 그쳤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이전인 2007년 128조 원에 이르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37조 원 가까운 건설물량이 줄어든 것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건설업의 취업계수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연간 29만9700여 명의 일자리 창출기회를 상실한 셈”이라고 현재의 건설업 상황을 설명했다.

건설업의 불황과 어려운 현실

이어 “이처럼 내수시장의 부진이 길어지면서 연간 1000억 달러 시대를 바라보던 해외 건설시장에도 심각한 경고등이 켜졌다. 그동안 해외건설 시장을 선도해왔던 다수의 대형사들을 시작으로 지난해부터 해외 저가수주에 따른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성장통을 겪고 있다. 국내 건설연구기관 중 한 곳은 올 한 해 동안 우리 건설사들이 최소 10억 달러에서 최대 195억 달러까지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건설기업들의 고통에 대해서는 “현재 국내 건설시장에 등록된 종합건설업체는 1만921개가량 된다. 1만2590개사에 이르던 2008년 말과 비교하면 1669개사가 줄어든 수치다. 한국 건설업의 리더그룹으로 꼽히는 100대 건설사 중에서도 30여 개에 이르는 업체들이 워크아웃, 법정관리 등에 처해 있을 정도다. 사실상 우리 건설 산업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러면서 “지금 건설업계는 기업의 규모나 지역을 막론하고 성장성과 수익성, 안전성 등 거의 모든 면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지난해 9월말 기준으로 116개 상장건설사들은 1조 1707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내고 있다. 건설사들의 경영 악화는 해외건설 수익성 악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이고, 국내에서는 민간건설시장 위축과 PF사업 부실화에 따른 대손 충당금 증가, 가격경쟁 심화 등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무너진 국민들의 신뢰, 회복은?

경기 불황은 물론 건설업은 타산업에 비해 여러모로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거나 4대강 사업 등 각종 대형국책사업들에 대한 담합협의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는 질문에도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건설업계가 공공건설공사 담합협의로 이중, 삼중의 처벌은 물론 부패하고 탐욕스런 집단으로 내몰리는 불명예까지 고스란히 떠안고 있는 형편인 점은 스스로 인정하지만 좀 억울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담합 협의를 받고 있는 각종 대형 국책사업들에서 건설사들은 수익보다는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건설사들이 담합을 했다면 이익이 남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을 던지기도 했다.

또는 “기업이 사회로부터 신뢰를 회복하는 기본은 역시 고품질의 상품생산일 것이고 다음이 안정적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한 높은 신용과 수익의 실현일 것이다. 요약하면 건강한 재무 상태를 유지하는 기업이 적정이윤을 보장받는 공사를 수행하면서 사회적 윤리성에 충실한 경영을 해나갈 수 있는 여건과 풍토가 조성될 때에만이 건설업의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결국 “이러한 건설업 신뢰회복을 위한 여건과 풍토는 결국 건설업체의 경영혁신과 기업윤리 정착, 건설 산업 정책의 진취성과 개혁성이 얼마나 상호견인의 시너지 효과를 일구어 내느냐에 달려있다”는 생각이었다.

이에 따른 여담도 들려 줬다. 그는 “근래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상품이 건설이라는 것을 아는 국민들이 얼마나 되는지 궁금하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이후 연평균 596억 달러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을 거두며 어려운 시기 국가경제를 지탱한 대표적인 수출상품으로 떠오른 것이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수출주력 상품들인 석유제품 562억 달러, 반도체 504억 달러, 자동차 472억 달러, 선박 397억 달러와 비교해도 훨씬 높은 금액”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앞으로의 회복세에 대해선 “최근 정부의 건설업계에 대한 처벌 일변도의 정책에 우려가 높다. 장기불황으로 가뜩이나 생존의 갈림길에 서 있는 건설사들에 대해, 그동안 우리 건설업계가 국가와 경제에 기여한 공(功)과 순기능을 참작하는 정부의 유연한 정책으로의 전환을 기대한다”며 “올해 들어 국내외 건설시장의 여건이 조금씩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건설 산업을 둘러싼 자금, 규제, 경쟁 여건은 언제든 다시 악화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올해는 건설업체들에게 생존을 넘어선 재도약의 계기가 될 수도, 퇴출의 길을 갈 수도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건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

그는 국내 건설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는 “국민 생활편익은 물론 국가경쟁력 제고 차원에서라도 적정 수준의 건설투자는 반드시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 한국의 SOC스톡은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건설투자 감소세가 지속될 경우 국토 기반시설 노후화로 국가 경쟁력 저하 및 국민 삶의 질이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국민복지 향상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도로, 교량 등 기존 노후 인프라 시설의 유지관리 분야에 대한 투자와 더불어 재해·재난 방지를 위한 방재·안전 시설물이나 상하수도, 사회복지시설 등 생활형 인프라를 지속적으로 확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국내 건설 산업은 최근 저성장 국면에 진입했기에 향후 한국 건설 산업의 성패는 해외건설 시장 개척과 필연적으로 맞닿아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국내 건설시장의 제반 환경과 룰을 글로벌 스탠다드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면서 “올림픽이나 국제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경기종목들을 살펴보면, 국내에서부터 국제표준에 맞는 훈련과 경기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건설 산업도 마찬가지다. 가격만 중요시하는 공사발주제도나 과도한 지역중소건설업체 보호정책 같은 경쟁제한적인 제도와 관행은 국제기준에 맞도록 고쳐서 국내건설과 해외건설시스템 간에 호환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국내 건설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도 도모할 수 있으며 우리 건설기업의 해외 경쟁력도 높일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처럼 김 부회장의 인터뷰의 대부분은 부동산 경기침체로 건설업계가 21세기 보릿고개를 넘는 형상에 대한 걱정이었다. 실제로도 건설업은 사양 산업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건설업은 수익성에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고 건설산업기본법, 전기공사업법, 정보통신공사업법 등 각종 건설관련 법령에 둘러싸여 기를 한 번 펴는 움직임조차 보이기 힘들어 하고 있다. 김 부회장의 조언과 바람대로 국내 건설업이 또 다시 활황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한국건설경영협회와 경영신념

한편 김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한국건설경영협회는 국내를 대표하는 30대 건설업체를 회원으로 한 협의회다. 하지만 김 부회장은 한국건설경영협회를 단출하다고 소개한다.
그는 “한국건설경영협회는 국내 건설업을 대표하는 대형사들의 단체임에도 불구하고 조직과 예산이 단출하다. 상근부회장을 포함해 상시근무인력이 10명 미만에 불과할 정도의 살림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회원구성이 소수정예인 만큼 기존 단체들에 비해 회원사들의 규모, 추구하는 방향과 이해관계 등에서 그 동질감이 매우 높고 의사결정 구조가 간결하다는 것이 강점”이라면서 “특정 이슈에 대해서는 국내 건설업계 최고의 인프라를 자랑하는 회원사의 관련 분야 실무전문가들을 활용한 태스크포스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가고 있다. 때문에 활동량과 질적 측면에서는 오히려 최고의 효율을 발휘하는 작지만 강한 단체라고 자평한다”면서 협회에 대한 자부심은 숨기지 않았다.

아울러 개인적으로 오랜 시간 정치인으로서 활동해오다 한국건설경영협회 부회장직을 수행하면서 느낀 점을 전했는데 “한국건설경영협회 상근부회장에는 지난해 6월 부임했다. 그러니까 아직 1년이 채 안된 셈이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우리 경제 및 건설 산업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는 값진 경험의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특히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건설기업인, 그리고 전문가들과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산업현장의 애로사항을 경청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국회와 정부 관련부처에 전달하면서 현실에 맞는 법제도와 개선방안, 국민편익과 국가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들을 심도 있게 고민하고 학습하는 시간이 됐다”고 전했다.

또 “10여 년간의 교직 생활이나 오랜 정치인으로서 살아오는 동안에는 미처 몰랐던 다양한 분야들을 알아 가고 있다는 것에 보람과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은 앞으로의 내 삶에서도 훌륭한 자양분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최우선으로 삼는 경영신념 등을 묻는 질문에는 “내가 가지고 있는 경영신념이라면 ‘열린 마음’ 그리고 ‘소통’ 이라고 말하고 싶다. 친박연대 사무총장 시절, 정말 다양한 이해관계에 놓인 사람들 간의 중재를 경험하면서 터득한 나름의 원칙이기도 하다. 열린 마음이란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을 갖지 않을 때 가능한 것이고, 진정한 소통이란 편견과 선입견 없이 상대방의 얘기를 경청하고 나의 진심을 전달할 때 이뤄진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hwihols@ilyoseoul.co.kr

 

◆ 한국건설경영협회는?

한국건설경영협회는 국내 건설업체를 회원으로 한 협의회이다. 건설시장의 세계화와 급변하는 건설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함으로써 건설 산업과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설립 당시에는 도급한도액 상위 30대 건설업체를 회원으로 두었으나 현재는 국내에 영업지를 둔 종합건설업체를 자격 요건으로 하는 일반회원과, 건설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단체 또는 업체를 자격 요건으로 하는 특별회원으로 구성된다. 주요 사업은 건설사업 발전 및 국제경쟁력 향상을 위한 정책 및 제도 연구·건의, 건설정보체계 구축 및 지원, 건설기술력 및 건설인력 교육·관리, 환경친화 및 안전 관리, 협력업체의 전문화·선진화 지원 등이다. 건설업 관련 국제기구 및 외국 건설단체와의 협력 증진, 회원 간의 상호협력 및 친목도모 사업도 추진한다. 1992년 8월 한국건설업체협의회로 발족했다. 1994년 한국건설업체연합회, 1999년 한국건설경제협의회를 거쳐 2005년 6월 현재의 이름으로 개칭됐다. 최고의결기관인 총회를 정점으로 회장, 이사회, 감사, 상근부회장으로 구성되며, 실무부서로 기획위원회, 정책위원회, 홍보위원회의 3개 위원회와 기획관리팀, 정책팀, 기술지원팀이 있다.

<출처=네이버기관단체사전>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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