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바벨탑의 저주
[울고 웃는 경제징크스] 바벨탑의 저주
  • 강휘호 기자
  • 입력 2014-04-14 11:24
  • 승인 2014.04.14 11:24
  • 호수 1041
  • 3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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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닿으려는 인간 그를 벌하는 신의 분노

초고층 빌딩 지어지면 각종 악재 몰려온다?
이미 역사가 증명…제2롯데월드 사고 등 주목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재계에도 징크스가 존재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업이 중요한 공사를 결정할 때, 논리와 계산 이외의 요소는 조금도 반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즉, 처음부터 끝까지 세밀하고 철저하게 분석한 뒤 과학적인 근거에만 입각해 일을 진행하지 않겠냐는 설명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도 때론 미신 아닌 미신에 시달린다. 일부 재계 관계자들은 “가끔은 눈에 보이지 않는 불길한 징조들이 더욱 섬뜩하게 다가온다”며 혀를 내두르기도 한다. 거칠 것 없어 보이는 이들에게 도대체 어떤 징크스가 따라 다닐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 <뉴시스>

성경에서 말하는 바벨탑의 저주는 다음과 같다. 고대 시절, 인간들이 신의 뜻을 거역하고 평지에 도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자신들이 직접 신에게 닿으려 높은 탑을 쌓아올렸다. 결국 인간들의 오만함과 어리석음에 진노한 신은 저주를 내렸고, 모든 것이 먼지처럼 사라졌다. 그 도시의 이름은 바벨이고, 그 탑의 명칭이 바벨탑이다.

그런데 이 바벨탑의 저주는 성경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직까지도 바벨탑의 저주는 경제계를 중심으로 깊게 박혀있다. 또 그 예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가장 가까운 예로 제2롯데월드를 들 수 있다.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숙원 사업인 제2롯데월드는 건물의 외형이 성경에서 설명했던 바벨탑과 비슷해 21세기형 바벨탑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건물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발전되기는커녕 계속되는 인명 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8일 건립중인 제2롯데월드 엔터테인먼트동 12층 옥상에서 배관설비 이음매 작업을 하던 인부 황모씨(38세)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것이다. 지난해 6월 자동상승거푸집(ACS)작업 중 붕괴된 구조물과 함께 21층 바닥으로 추락한 인부 6명이 죽거나 크게 다친 사고 이후 두 번째 사망 사고다.

더욱이 제2롯데월드는 지난해 10월에 거푸집 해체작업 중 추락한 쇠파이프에 길을 걷던 행인이 맞기도 했고 올해 2월에는 47층 컨테이너 박스에서 화재가 발생, 공사를 중단하는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때문에 혹자는 제2롯데월드를 바라보며 바벨탑의 저주가 내리고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도 바벨탑의 저주가 적지는 않았다. 1980년대 재계서열 6~7위를 오르내리던 대그룹, 국제상사의 상징물과도 같았던 용산 국제센터빌딩이다. 국제센터빌딩은 지하 4층~지상 28층, 연면적 10만5540㎡(3만1925평) 규모로 용산의 랜드마크로 우뚝 솟으며 1984년 준공됐다. 하지만 역시 바벨탑의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1985년 2월 국제그룹이 해체의 시작에 들어간 것이다. 국제센터빌딩 입주 3개월 만에 21개 계열사를 둔 대기업이 한순간에 공중 분해됐다. 더불어 국제센터빌딩을 다음 주인이었던 한일그룹마저 부도를 내자 국제센터빌딩을 둘러싼 바벨탑의 저주는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된 바 있다.

현재 진행형인 저주의 늪

현재는 시공조차 되지 못한 건물도 수두룩하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 뚝섬에 지을 예정이었던 110층짜리 사옥 건립 계획은 물 건너간 지 오래다. 서울시 규제로 개발이 막히고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제성이 떨어지자 방향을 틀었다.

새로운 바벨탑을 세우려 했던 서울시와 코레일, 삼성물산, 대우건설 등도 같은 아픔을 맛봐야 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로 불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31조 원)이 무산된 사태는 이미 유명하다. 물론 11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 건립도 물거품이 됐다. 결국 용산국제업무지구에 투입된 사업자금 1조5000억 원은 공중으로 날아갔고 책임 소재를 둘러싼 막대한 규모의 소송전만 기다리는 상태다.

아울러 서울시가 지난 2008년 상암동의 상징 건물로 계획했던 서울 라이트타워(133층) 사업도 무산됐다. 또 양재동 파이시티는 약 4000억 원에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지만 인허가 재인가가 이뤄지지 않아 계획이 무너졌고 은평뉴타운에 들어설 예정이던 알파로스 복합단지 사업도 사라져갔다.

지방도 저주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충북 오송역세권 사업은 유력한 투자자로 거론됐던 삼성물산, 롯데관광개발 등이 용산 참사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태고 천안 국제비즈니스파크 개발 사업은 출자회사들이 추가 투자와 지급보증을 꺼리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국제적으로 눈을 돌려보면 스케일은 더욱 어마어마해진다. 저주의 역사는 1907년에도 기록됐는데 당시 최고층이었던 미국 뉴욕 맨해튼의 싱어빌딩(47층, 187m)은 20세기 첫 금융위기를 몰고 왔다. 미국 뉴욕 크라이슬러빌딩(319m)과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381m)이 세워질 당시 세계는 대공황의 암흑에 놓여 있었다. 뉴욕의 세계무역센터와 시카고의 시어스타워 역시 고정환율제를 골격으로 하는 브레턴우즈 체제가 붕괴되고 미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던 1970년대에 세워졌다.

아시아 지역에선 1997년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타워(452m)가 아시아 외환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 두바이의 부르즈할리파(163층, 828m)가 한창 공사 중일 때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대만 타이베이 금융센터(일명 101빌딩)가 지어진 2004년에는 천수이볜(陳水扁) 대만 총통이 암살 위기를 모면했으며 중국과의 긴장도 최고조에 달했다. 일일이 나열하기도 버거운 수준의 사건들이 20세기 이후 나타났다.

상황이 이정도로 흐르자 바벨탑의 저주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4월 중 완공을 앞둔 중국 후난성 창사시의 스카이시티 빌딩은 지하6층 지상 202층 건물로 그 높이가 무려 838m다. 현재까지 최고층인 부르즈할리파와 비교해도 10m가 높다.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와 같은 중동 국가에선 부르즈 무바라크 알키비르(1001m), 킹덤 타워(1600m), 시티 타워 (2400m) 등 1Km가 넘는 빌딩도 계획 하고 있다. 이들 모두 안정성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내릴지 지켜볼 만하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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