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희 회장’ 모신 동부그룹
‘최연희 회장’ 모신 동부그룹
  • 박시은 기자
  • 입력 2014-04-14 10:46
  • 승인 2014.04.14 10:46
  • 호수 1041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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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기 회장의 外사랑 순수 동부맨은 어디로…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뉴시스>

친분 두터운 정·관계·삼성맨 출신 영입 다수
“임원 선임 시 역량 검증 꼭 필요 없다” 주장도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재무위기를 겪고 있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外사랑이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성추행 논란이 있었던 최연희 전 국회의원을 영입하면서다. 해당 분야의 경험이 없고, 구설수에 오른 바 있는 최 전 의원이 건설 및 농업부문 회장에 오른 것은 김 회장과의 친분 덕이라는 입방아에 올랐다. 더욱이 김 회장은 일전부터 정관계 출신을 선호하는 인사 스타일을 보여준 바 있어 논란이 가중됐다. 이처럼 동부그룹이 정·관계 출신, 외부 인력 영입의 비중이 커지면서 순수 혈통 동부맨들이 설 자리를 잃어간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김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둘러싼 뒷말이 무성하다. 개인적으로 친분 관계가 있는 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물론 외부 인사의 영입률이 높아 순수 혈통 동부맨들이 소외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7일 동부그룹은 최연희 전 국회의원을 건설 및 농업부문 회장으로 영입했다. 최 전 의원이 회장으로 영입됨에 따라 동부그룹은 김 회장과 오명 동부하이텍 대표이사 및 회장과 함께 ‘3회장 체제’를 갖추게 됐다.

최 회장 영입은 그의 경륜과 네트워크가 동부그룹에서 큰 역량을 발휘해 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친분만으로 성추행 논란이 있었던 최 회장을 영입했다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김 회장과 최 회장이 유년시절부터 두터운 관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현재 동부그룹은 재무위기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유동성 위기로 인해 3조 원 규모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안을 내놨으며 동부하이텍 동부제철 인천공장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기로 했다.

이런 시점에 영입된 최 회장은 건설 및 농업부문의 관련 전문 지식도 없고 사업 경험도 없다. 또 성희롱 논란을 일으킨 바 있어 공공기관 건설 수주시 도덕성 문제가 지적될 수 있다. 때문에 동부그룹의 위기를 극복할 역량이 증명된 것이 없고, 그룹 이미지 쇄신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것이다.

이미 “챙겨주기 식으로 ‘사외이사’ 정도에 그쳤으면 몰라도 회장으로 영입한 것은 과한 결정”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계 인사를 영입하는 경우는 신규 사업 확장이나 정관계 로비를 위한 목적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동부그룹은 최 회장의 영입 사실을 알리면서 그가 가진 네트워크에 기대를 거는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상 최 회장의 정계 은퇴의 이유가 여기자 성추행 사건으로 인한 출당에 가까운 마무리였기 때문에 최 회장이 이에 적합한 인물로 보기는 어렵다. 또 구조조정으로 그룹의 몸집을 줄이는 과정에서 정계 인사에 걸 수 있는 기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최 회장은 지난해 4월 동양그룹 화력발전소 건립 추진 과정에서 부회장 겸 동양파워 사장에 선임됐지만 동양그룹의 분해로 동양을 떠났다. 그런 최 회장의 발길이 동부그룹으로 향하자 동부그룹 경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더욱 깊어졌다. 동부그룹의 차입구조가 동양사태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제2의 동양사태가 우려되는 시점이어서 최 회장의 영입 역시 동양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는 것이다.

꾸준히 정관계 선호 취향

여기에 김 회장이 전부터 최 회장의 사례와 비슷한 영입을 여러 차례 한 바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됐다. 동부에 영입된 상당수 정관계 인사들이 김 회장과 개인적인 친분이 있으며 동부에 몸담고 있는 가족들 역시 정관계와 연관이 있는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2월 영입된 오명 동부하이텍 대표이사 및 회장은 김 회장의 경기고등학교 선배이자 과학기술부 장관 겸 부총리를 지낸 인물이다. 2000년부터 동부그룹 금융부문 회장으로 3년간 활동한 강경식 전 부총리는 어렸을 때부터 집안 간 교류가 있었다. 김 회장의 친동생인 김택기 전 동부화재 대표는 16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태백·정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그의 전 부인인 이양희 성균관대 교수는 이철승 전 신민당 총재의 딸이다. 김 회장의 외삼촌인 김형배 전 동부그룹 제조부문 회장은 공업진흥청장을 지냈다.

동부그룹 8개 상장 계열사 중 관료 출신 사외이사의 비중은 45%에 달한다. 10대 그룹 전체의 사외이사 중 관료출신 평균 비중은 36% 정도다.

그 뿐만 아니라 동부그룹은 ‘애프터(after)삼성’이라고 불릴 정도로 외부인인 ‘삼성맨’ 영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허기열 ㈜동부 대표와 최창식 동부하이텍의 대표가 삼성 출신이며 과거 건설, 화재 등 4개사에서도 삼성맨이 CEO를 맡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동부하이텍, 동부대우전자 등 반도체와 가전 사업에 뛰어들면서 삼성출신을 잇따라 영입한 것이다. 최근에는 건설, 금융 등으로 전방위로 영입분야를 늘려왔다.

이처럼 외부 인력들이 늘어가자 동부그룹 내부에서 순수 혈통 동부맨을 찾기가 어려워졌다. 순혈 동부맨들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으며 내부반발이 제기되고 있다는 주장도 등장했다.

경제개혁연대의 한 관계자는 “동부그룹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그룹에 해당되는 문제”라면서 “감시·감독의 역할을 해야 하는 사외이사에 관료 출신을 선임한다든지 친분이 있는 이들을 위주로 영입하는 일은 재계 전반에 퍼져 있는 문제점이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논란에 동부그룹 관계자는 “역량만큼이나 오랫동안 공직생활을 하며 쌓아온 경륜도 중요한 영입요소다”며 “동향, 교연으로 맺어진 깊은 인연인 만큼 김 회장이 최 회장의 역량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이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는 점을 설명한 것인데 친분관계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 전 의원은 강원도 동해 출신인 4선 국회의원으로 오랜 검찰 생활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국회 한나라당 사무총장까지 역임했지만 2006년 여기자 성추행 논란으로 한나라당에서 탈당했다. 이후 무소속으로 동해 삼척에서 출마해 국회의원이 됐다.

seun897@ilyoseoul.co.kr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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