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쪽방투기부터 위장전입까지, 인사청문 검증 실무주역
국회 보좌진들을 두려워하는 것은 피감기관 뿐만 아니라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후보자들일 것 같다.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장관후보자는 인사검증단계인 인사청문회 과정을 통과하지 못하고 낙마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해당 개별 의원실에서 후보자에게 요청하는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해 자질과 능력, 도덕성 검증을 엄격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공직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해 왔다. 국회 보좌진은 인사청문회 대상 공직후보자에게 있어서는 저승사자와도 같다.
쪽방투기부터 위장전입,병역기피,세금탈루, 스폰서 경력까지 국회 보좌진들이 쳐놓은 그물망같은 자료목록과 분석에 공직후보자들이 안걸려 들 수가 없다. 실제로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에게 질의를 하는 것은 의원들이다. 하지만 예리한 송곳질의를 하기 위해 꼬박 밤샘을 하며 분석한 자료는 국회 보좌진들의 몫이다. 그만큼 국회 보좌진은 의정활동의 핵심실무주역이다. 법률안 심의권, 예산심의확정권에 이어 인사청문회도 국회에 주워진 강력한 행정부 견제능력이다. 고위공무원들이 가장 겁을 낼만한 제도라 할 수 있다.
행정.외무,사법고시 등 각종 고시를 통과한 공무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가운데도 고위공직자 의 꽃인 각 부처의 장관(국무위원)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한번쯤은 갖고 있을 것이다. 어느 한 부처의 수장인 장관이 되기 위한 대통령에 의해 발탁된 내정자는 솔직히 공직후보자가 되는 것만도 영광일 수 있다.
하지만 그토록 어렵게 승진해 하늘에 별을 따는 만큼이나 어려운 장관자리를 목전에 두고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낙마한다면 본인은 물론 가족·주변의 충격은 대단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 보좌진들이 후보자에게 요청하는 자료목록을 보면 후보자와 가족들은 가슴이 철렁거릴만큼 날카롭다. 도덕성 검증이 워낙 꼼꼼해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한다. 납세의무,병역의무 등은 필수 검증항목들이다. 인사청문회 전후로 상당수 후보자들이 세금탈루와 후보자 자신과 자식들의 병역기피 의혹이 밝혀져 곤혼을 치르고, 장관 임명직전에 낙마하는 사례가 여러번 있었다.
지난 2009년에도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치른 지 하루만에 전격 사의를 밝히고 자진사퇴한바 있다. 결국 검찰총장이 되기 직전에 낙마한 것이다.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드러난 각종 도덕성 의혹 때문이었다.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2003년 이후 총장 임명전에 사퇴한 경우는 당시 천 후보자가 처음이었다.
검찰총장 내정이후 강남지역 고가 아파트 구입자금의 출처, 금전 거래가 있는 기업가와 동반 골프여행 의혹, 부인의 명품쇼핑 등 개인문제를 둘러싼 도덕성 비시가 불거져 결국 낙마한 것이다. 당시 야당의 집중적인 공세에 천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서 납득할만한 설득력 있는 해명을 하지 못했다는 평이 컸다. 당시 야당은 스폰서 검사라는 별칭을 들을 만큼 인사청문회 직전에 각종 도덕성 결함이 드러난 천후보자의 자진사퇴와 후보자 지명철회를 강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또한 2010년에도 이재훈 지식경제부장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직전 부인의 쪽방촌 투기의혹이 밝혀져 장관자리에서 낙마한 바 있다. 뉴타운 개발지구로 선정되기 1년전에 서울시 창신동 쪽방촌에 자신의 부인이 2억 4천만원을 투자해서 다른 사람과 공동으로 구입한 건물을 청문회 앞두고 알았다고 발뺌을 했다.
당시 장관후보자는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쪽방촌 투기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쪽방촌 주택구입은 부인이 알아서 구입하고 뒤늦게 청문회를 준비하며 알았다.구입하게 된 이유는 자세히 알지 못하고 집사람이 다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집사람이 노후대비용으로 친구들하고 같이 구입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답변으로 일관했다. 당연히 인사청문회를 시청하던 국민들의 거센 지탄이 이어졌고 민심이 요동쳤다. 결국 인사청문보고서 채택후 스스로 사퇴해 결국 장관자리에서 낙마했다.
한편, 지난해 11월에 있었던 감사원장 황찬현 후보자도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곤혹을 치른 바 있다. 당시 후보자의 시력으로 인한 병역면제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문제제기때문이었다. 대학재학시절했던 병무청 신체검사와 이후 신체검사에서 교정시력이 정정되었다는 지적을 받았다.
당시 감사원장후보자 인사청문특위에 소속된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병적기록표를 꼼꼼히 보며 이같은 과정을 밝혀낸 것이다. 신체검사때마다 시력이 들쭉날쭉 변동되었다는 지적이다, 당시 황찬현 후보자에게 안과치료와 시력변동 내역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제출하지 않다가 결국 인사청문회 진행과정에 안과에서 측정한 시력을 제출하기도 했다. 야당의 거센 비판 등으로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인사청문채택 보고서가 어렵게 채택해 감사원장 자리에 다행이 오를 수 있었다.
최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서 인사청문회를 받은 법관 출신의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도 인사청문회에서 곤혹을 치렀다. 소득이 없던 고시준비생의 장녀가 1억 4천만의 거액예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증여세 탈루의혹이 제기되었고, 무연고지역의 부동산 매입, 재산증식과정의 이상한 자금흐름, 모친의 상속재산에 대한 차명재산의 누락신고에 따른 불성실 가산세 납부 등 상속증여세 등 탈루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다행이도 인사청문보고서가 겨우 채택해 방통위원장에 임명은 되었지만 그 과정은 힘들었다. 해당분야 경력미흡에 따른 자질과 능력검증은 물론 도덕성 검증에서 많은 문제가 드러나 야당은 인사청문보고서에 ‘부적격 판단’을 내리고 그 사유를 상세히 적시한 바 있다.
이처럼 인사청문회는 고위공직자 후보자는 피할 수 없는 관문이다.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최종 임명되지 못해 낙마하거나 스스로 자진사의를 표명해야 한다. 설사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못한 채 임명되더라도 공위공직자로서 개인의 명예와 권위가 크게 실추된다.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지난 2000년에 처음 도입돼 당시에는 헌법에 따라 국회동의를 받아야 하는 23개의 공직만이 대상직위였지만, 이후 꾸준히 인사청문대상 직위가 확대돼 현재는 61개 직위에 대해서 국회 인사청문회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실시 이후 국회에서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사례는 총4건이며, 임명동의안이 표결에 부쳐지기 전에 후보자가 사퇴한 경우가 5건이다. 또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았으나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한 경우도 총23건에 달한다.
인사청문회 준비는 국회 보좌진에게 있어서도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보좌진들이 인사청문회를 준비하는 것은 사실상 후보자 내정이 발표된 직후부터 한다. 언론 검색을 통해 과거 경력과 발언 등을 인터넷 등을 통해 검색한다. 저서,논문,외부활동 등도 뒤지면서 청문회 검증아이템을 구상한다.
본격적으로는 후보자의 인사청문요청안이 국회에 제출되고나서부터다. 인사청문요청사유서와 함께 직업·학력·경력에 관한 사항, 공직후보자 병역신고사항, 재산신고사항, 최근 5년간 소득세·재산세·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실적에 관한 사항, 범죄경력에 관한 사항에다가 재산관련 부속서류인 공직후보자 재산신고사항 공개목록,예적금 및 보험 잔액증명서와 납입증명서,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이 공식적으로 국회에 제출되는 서류다. 이런 서류들이 오면, 보좌진들은 이 서류를 꼼꼼히 읽어보고, 분석하면서 공식후보자와 관련기관에 필요한 자료요구서 목록을 작성한다. (계속)
<김현목 보좌관>

김현목 보좌관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