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금] ‘변화’ 대신 ‘안정’ 선택, 김정은의 운명은?
[북한은 지금] ‘변화’ 대신 ‘안정’ 선택, 김정은의 운명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4-14 10:05
  • 승인 2014.04.14 10:05
  • 호수 1041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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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지난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정세변화를 알 수 있는 기회여서 국내외 언론, 정보기관 등이 큰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었다. [일요서울]에서는 회의결과 분석과 함께 북한 권력 변화의 흐름을 분석해 봤다.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는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재추대 됐다. 그동안 관심이 집중됐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은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돼 ‘2인자’ 자리에 올라섰다. 이로써 최룡해는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등 3대 핵심 권력기관의 요직을 차지하게 됐다.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총리는 유임됐다.

당초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퇴진이 예상됐으나 유임됐다. 고령임에도 유임된 이유는 김 상임위원장이 외교 엘리트로서 오랫동안 제 3세계에 구축한 폭넓은 외교 인맥을 활용하기 위한 것 파악된다. 경제 개혁 실패의 책임을 물어 교체 가능성이 거론됐던 박봉주 내각 총리도 유임됐다.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돼 처형설까지 제기됐던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외무상에 임명됐다. 깜짝 발탁이다. 리수용은 김정일의 해외 돈줄을 관리하며 1988년 스위스 대사로 김정은·김여정 남매의 스위스 유학 시절 후견인을 맡았던 인물이다.

 

리수용은 지난해 12월 처형 당한 장성택의 측근이기도 해 그동안 숙청설이 돌았으나 이번 회의를 통해 건재함을 알렸다. 김정은이 리수용을 외무상으로 발탁한 이유는 그동안 이수용이 비자금을 30년 동안 관리해 왔고 자신의 측근으로 만들 경우 충성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으로 보인다. 리 전 대사의 임명으로 북한의 대유럽 외교도 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방위 위원에는 장정남 인민무력부장,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조춘룡 대의원이 새로 선출됐고 박도춘 노동당 비서, 김원홍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은 유임됐다. 반면 군부 원로인 김영춘은 국방위 부위원장에서 탈락했다.

새로 진입한 조춘룡은 그동안 북한 매체에 노출되지 않았던 인물로, 백세봉의 뒤를 이어 제2경제위원장에 선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내각 부총리는 기존 9명에서 로두철, 김용진, 리무영, 리철만 등 4명으로 줄었으나 이들은 모두 유임됐다. 장성택의 부인이자 김정은의 고모인 김경희 노동당 비서는 이번 회의에서 주석단에 등장하지 않아 대의원에 선출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회의에서 최고인민회의 법제위원장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예산위원장은 오수용 함경북도 당 책임비서를 선출했다. 최고검찰소장과 최고재판소장에는 장병규와 박명철이 각각 임명됐다.

이밖에 전력공업상 김만수, 석탄공업상 문명학, 금속공업상 김용광, 철도상 전길수, 국가자원개발상 리춘삼, 원유공업상 배학, 림업상 한룡국, 기계공업상 리종국, 원자력공업상 리제선, 전자공업상 김재성, 체신상 심철호, 건설건재공업상 동정호, 국가건설감독상 권성호, 식료일용공업상 조영철, 수산상 리혁, 재정상 최광진, 노동상 정영수, 무역상 리룡남, 국가과학기술위원장 최상건, 국가과학원 원장 장철, 국토환경보호상 김경준, 도시경영상 강영수, 수매량정상 문응조, 상업상 김경남, 교육위원회 위원장 겸 보통교육상 김승두, 김일성종합대학 총장 겸 교육위원회 고등교육상 태형철, 보건상 강하국, 문화상 박춘남, 체육상 리종무, 중앙은행 총재 김천균, 중앙통계국장 리승호, 내각사무장 김영호 등을 선임했다.

이번 회의결과를 보면 김정은은 변화와 개혁보다는 체제 안정을 꾀했다. 신진세력의 파격적인 등장보다는 기존 세력의 인물을 승진시켰고 과거 김정일·장성택 측근 중 주요 인사들도 살아남았다. 체제의 불안정성을 줄이기 위한 포석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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