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연예인과 흥청망청 돈 썼다
여자 연예인과 흥청망청 돈 썼다
  • 윤지환 
  • 입력 2004-06-08 09:00
  • 승인 2004.06.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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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서초, 송파 지역의 부자집들이 무더기로 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렇게 털린 곳이 무려 140여곳에 이르고 그 피해액만도 15억여원에 달한다. 특히 이 절도범들은 훔친 금품으로 재벌 부럽지 않은 호화생활을 해왔을 뿐 아니라, 여자 연예인들과 어울리며 돈을 흥청망청 쓴 것으로 진술하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범죄소탕 100일 작전이 한창일 무렵인 지난 3월 중순, 성남 남부경찰서에 한 용의자가 절도혐의로 잡혀왔다.

이 용의자는 창살을 뜯어내고 집안으로 침투, 절도행각을 저지르는 수법을 전문으로 하는 절도범으로 이미 전과가 있는 인물이었다.형사 2반의 조천용 반장은 창살을 뜯어내고 안으로 들어가 절도 행각을 벌이는 수법이 1년 전부터 강남일대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복도식 아파트 전문 절도행각과 비슷하다고 판단, 이 혐의자를 불러 그 사건과 연관성이 있는지 신문하기 시작했다. 역시 생각대로 범인은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신문이었지만 조 반장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그러자 처음에는 모른다고 잡아떼던 혐의자도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지쳐갔다.결국 그는 조반장의 집요함에 무릎을 꿇었다.

강남 연쇄절도사건의 범인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있다는 자백을 한 것. 그 혐의자의 말에 따르면 예전에 자신과 같은 절도범으로 징역을 살다 나온 사람이 최근 강남에 거주하며 어디서 났는지 모를 돈을 흥청망청 쓰고 다닌다는 것이었다. 형사의 직감일까. 이 말을 들은 조반장의 뇌리에는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강남 아파트 전문 절도 사건은 지난해 7월부터 범인 검거 전까지 100여건이 넘게 발행했고, 피해액만도 15억원에 달했다. 때문에 관할 경찰서인 강남경찰서는 범인들을 잡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다.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송파구 등 부유층이 밀집한 곳을 돌며 140여 차례에 걸쳐 15억원어치의 금품을 털었지만, 범인은 오리무중이었고 피해액도 늘어만 갔다. 신출귀몰한 그들의 행각에 경찰은 범인들의 윤곽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 이처럼 사건 해결이 난항을 거듭하자 서초경찰서와 송파경찰서도 거들었다.

그러나 수사는 여전히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3개 경찰서가 이들을 잡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가운데 조반장은 한 절도용의자의 진술을 바탕으로 즉각 수사에 돌입했다. 절도 전과자들 중 비슷한 수법을 사용한 사람들 중 강남 절도사건의 용의자로 의심되는 이들을 추려내 공통분모를 찾아 들어갔다.그 결과 지모(22)씨에게 초점이 모아졌다. 지씨는 과거 성남에 거주하며 비슷한 절도행각으로 구속된 바 있는 데다 현재 강남 지역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돈을 많이 쓰고 다녀 의심 가는 인물이라 자백한 바로 그 인물이었다.이에 조반장과 형사들은 서울로 상경, 연쇄절도범들을 잡기 위한 작전에 돌입했다. 그러나 서울은 범인들을 감시, 미행, 추격하는 수사에 그리 수월한 곳이 아니었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피해자들의 증언도 들어야했던 것은 물론이고, 피해현장을 덮치기 위해 그들을 미행하다 교통혼잡 때문에 놓치는 일도 허다했다.

또 복잡하고 낯선 지형 때문에 헤매기 일쑤였다. 이렇게 헤매기를 2개월. 드디어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일대의 고급아파트만 골라 수십억원대의 금품을 털어 호사스런 생활을 누리던’싹쓸이파’일당을 잡아들이는데 성공했다.서울 강남 일대의 아파트와 빌라의 창살을 뜯고 들어가 금품을 훔치거나 빼앗은 혐의(강·절도)로 최모(27)씨와 전모(25)씨 등 ‘싹쓸이파’ 일당 4명을 구속했다. 조반장과 그의 형사팀은 강남일대 강·절도 피해 아파트의 CCTV에 찍힌 지씨와 나머지 일당의 신원을 확인한 뒤 지난 5월 20일 밤 강남구 역삼동의 한 빌라에 있던 일당 두 명을 격투 끝에 먼저 붙잡았다. 그 뒤 추격을 계속해 5월 21일 역삼동의 한 게임룸으로 들어가던 나머지 두 명을 붙잡았다. 또 이들로부터 장물을 넘겨받은 혐의(장물취득)로 이모(41)씨도 잡아들였으나 검찰에서 이씨는 전과가 없는 초범임을 감안,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풀려났다.

역삼동 빌라에서 두 명을 먼저 검거할 당시, 이 합숙소에서는 2000만엔(2억여원) 상당의 엔화 등 각종 외화와 명품시계, 다이아반지 등 귀금속이 쌓여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교도소에서 알게 된 전씨 등 4명은 부자들의 집들을 싹 쓸어버리자는 뜻에서 조직의 이름을 ‘싹쓸이파’로 정하고 출소 후 범행을 공모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훔친 돈으로 고급승용차를 빌려 인기 가수 P모양과 강남 일대의 고급술집 등에서 하룻밤에 수백만원씩 탕진하고, 강남에 합숙용 빌라까지 마련하는 등 재벌 부럽지 않은 생활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또 일가친지에게 음식점을 차려주는 등 선심도 썼던 것으로 드러났다. 각자 가족들을 위해 서울과 경기도 등지에 대형 호프집과 중국음식점을 차려준 것이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국회의원 집에 들어가 배지도 훔쳤다고 진술했으나 사실확인은 되지 않았다.

윤지환  jjd@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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