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어설픈 조사결과 발표 석연치 않은 시선
[일요서울 | 김정현 프리랜서] 북한 소행으로 추정되는 무인기가 최근 잇따라 발견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는 수거된 3대의 소형 무인항공기가 북한 무인기라고 결론 내렸다. 국방부는 지난 11일 경기도 파주와 서해 백령도, 강원도 삼척에서 발견된 북한제 추정 소형 무인기에 대한 중앙합동조사단의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대전의 국방과학연구소(ADD)에서 기체를 공개했다.국방부는 “그동안 비행체 특성과 탑재장비에 대한 합동조사 결과 북한의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정황 증거를 다수 식별했다”고 밝혔다.국방부는 파주 무인기는 1번 국도에서 북→남→북 방향으로 비행했고, 백령도 무인기는 소청도→대청도 방향으로 비행하는 등 다수 군사시설이 밀집된 지역 상공을 이동하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그러나 일부에서는 북한소행인지 명백하게 밝혀내지도 못했을 뿐만 아니라 발견된 기체가 정찰을 위해 제작된 무인기라는 점에 대해서도 의문점이 깨끗하게 해소되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따라서 국방부의 이번 발표를 두고 선거 정국에 영향을 주지 않기 위해 서둘러 발표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방부 발표 내용을 살펴보면 북한 무인기라고 확신하면서도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우선 국방부는 무인기 이륙 장소로 추정되는 북한지역이 입력됐을 것으로 보이는 ‘인공위성위치정보(GPS) 복귀좌표’를 해독하지 못해 북한 소행임을 최종적으로 밝혀내지는 못했다. 또 합동조사단은 GPS 복귀좌표가 입력됐을 것으로 보이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분해하지 않아 북한 소행임을 단정할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했다.
중앙합동조사단의 조사 결과 3대의 무인기는 한국과 미국, 일본, 중국, 체코 등 여러 나라의 상용부품으로 제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서 구매하기 쉬운 이들 상용품은 엔진과 카메라, 컴퓨터 칩 등 무인기의 핵심장치에 들어 있다.
이들 부품 내부의 금속판에는 부품 명칭과 제조사, 제조번호 등이 적혀 있었지만 추적을 못 하도록 무인기 제작과정에서 고의로 훼손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방부는 이를 북한 소행으로 확실시되는 유력한 근거 중 하나로 제시했다. 하지만 배터리에 적힌 글자는 우리 측에서 사용하는 워드프로그램 서체 ‘바탕체’와 일치해 의문점이 남는다.
일단 국방부는 GPS 분석 등 추가 조사를 위해 ADD 무인기사업단장을 팀장으로 한국과 미국의 민간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학조사전담팀을 편성하기로 했다. 과학조사전담팀은 무인기가 촬영한 사진과 CPU 등 내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GPS 복귀좌표 해독과 비행경로 검증을 통한 이륙지점 확인 등 무인기 운용 주체를 규명하는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합조단은 설명했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북한이 소형 무인기를 해외에 수출할 가능성이 있고 이 무인기가 테러에 이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다른 나라들과 협조해서 이를 차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무인기 핵심부품의 기술적 분석은 국제적으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방부는 이날 발표에서 연료통 크기와 엔진 배기량, 촬영된 사진으로 미뤄 무인기 항속거리는 최저 180㎞에서 최고 300여㎞ 정도이기 때문에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에서 보냈을 가능성이 없어 북한에서 날린 것으로 분석했다.
무인기 동체의 위장 도색 색깔과 모양이 2012년 4월15일 김일성 생일 열병식과 2013년 3월25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1501 군부대 방문 보도 사진에 나타난 무인기와 매우 유사하다는 것도 북한 제품으로 추정하는 근거다.
정부는 추가 조사를 통해 북한 소행으로 최종 판명되면 정전협정을 위반한 것으로 간주, 유엔군사령부 군사정전위원회를 통해 북한에 강력히 경고하고 국제공조를 통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기로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의 소형 무인기 침투를 저지하기 위해 저고도 탐지레이더를 조기에 도입하는 한편 소형 무인기의 운용을 공세적·비대칭 개념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군의 한 관계자는 “이 개념은 소형 무인기를 자폭형 타격기로 개발해 유사시 북한지역의 표적을 공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무인기는 미스터리”
국방부가 무인기 조사결과를 밝혔지만 무인기를 둘러싼 여러 의문점들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우선 무선조종비행기 전문가들은 무인기가 발견된 상태를 주목하고 있다. <사진1>과 <사진2>를 살펴보면 추락한 무인기의 상태가 비교적 온전한 모습이라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무인기는 시동이 꺼질 경우 글라이딩이 되지 않아 앞으로 고꾸라진다. 이렇게 되면 엔진과 프로펠러가 있는 앞부분이 크게 손상된다”며 “그런데 발견된 무인기는 엔진과 프로펠러가 너무 온전한 모습이다. 특히 무인기의 프로펠러는 나무재질로 매우 쉽게 부러진다. 최근 발견된 것과 같은 모습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또 엔진 배기구 주변이 너무 깨끗한 것도 의심스럽다는 견해가 많다. 2행정 엔진은 혼합유를 쓰기 때문에 배기구 주변에 그을음이 심한데, 이 무인기는 배기구에 시동이 걸린 흔적이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합동조사팀 관계자는 지난 2일 “무인기 정밀분석 작업 중 꼬리날개 부분에 내장된 영상 송신장치를 발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송신장치는 안테나 길이 15㎝ 정도로 2.4G㎐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관계자는 “2.4G㎐는 한국에선 영상을 송신하는 주파수로 활용하지 않는다”며 “한국에선 1.25G㎐나 5G㎐ 등을 영상 송신장치 주파수로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방부는 다시 말을 바꿨다. 국방부는 최근 “무인기를 추가 조사한 결과 북한 무인기에 송신장치는 없었다”며 공식 부인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에 발견된 무인기는 일제 카메라로 사진을 촬영한 뒤 기체를 회수해 분석하는 방식”이라며 “초보 수준의 정찰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두 가지 모두 앞뒤가 안 맞는 설명이라고 지적했다.
한 무선조종비행기 전문가는 “2.4G㎐ 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와이파이 주파수다. 송신장치가 있었더라도 와이파이가 북한까지 넘어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또 “기체를 회수해 분석하는 방식이라는 국방부 발표도 의문이다. 이게 흔히 UAV에서는 Waypoint 혹은 Return Home 기능을 추가하는 건데, 원하는 위치로 보냈다가 다시 복귀하게 하는 것”이라며 “이걸 쓰려면 GPS/IMU가 있어야 한다. 위치뿐만 아니라 비행체가 그 위치에서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무인기에는 그런 안테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또 카메라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무인기에서 발견된 카메라는 24미리 단렌즈라고 군 당국은 밝혔다. 하지만 무인기가 떠다닌 5킬로미터 상공에서 소형 24미리 화각렌즈는 항공사진으로 도저히 쓸 수 없다는 게 공통된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 한 무인기 전문가는 “모든 비행기는 정밀한 조정장치가 있어야 한다”며 “하지만 북한 무인기를 살펴보면 그런 장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전문가에 따르면 양력이 발생하려면 추진 속도와 날개에 붙은 플랩스(flaps)이라는 가변익이 필요하다. 게다가 가변익은 정밀하게 움직이는 장치로 조금만 틀려도 날지 못한다. 컴퓨터 같은 시스템이 있어서 매우 정밀하게 콘트롤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비행기에 가변익 도 부실하고 그 콘트롤장치도 없다. 또 수직 꼬리 날개에 방향타가 있어야 하는데 역시 없다는 것이다.
무인기의 가공할 위력
또 무인기에서 발견된 엔진의 성능을 살펴보면 Displacement: 29.83, Bore: 35mm, Stroke: 31mm, Suggested prop: 16*12, RPM: 1800 ~ 10000, Weight: 1530g의 2행정 엔진이다.
이 엔진에 대해 또 다른 전문가는 “북한 무인기가 진짜 북한에서 내려왔다면 비행에 필요한 연료는 왕복에 10L 정도 필요한데 사진을 보면 연료탱크 공간이 없다”고 말했다.
또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조작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사진4>는 북한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인데, 이를 과거와 현재 구글어스가 찍은 <사진5>과 비교하면 수년전 구글에 찍힌 사진과 북한 무인기가 찍은 사진이 일치하는 점도 석연치 않다.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에는 수년전 청와대 주변이 공사하기 전 모습을 담고 있지만 최근 구글어스가 찍은 사진을 보면 최근 공사 이후 사진이다.
<사진4>는 건물이 들어서기 전 공터지만 <사진5>건물이 들어서 공터가 사라진 모습이다. 따라서 무인기가 찍었다는 사진은 최근에 찍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된다.
이와 함께 무인기가 북한의 새로운 비대칭전력(非對稱戰力)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무차별 자폭기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김관진 국방부장관은 “TNT소량만 적재할 수 있어 파괴력이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최근 발견된 무인기 10여대만 서울상공에 투입돼도 서울시민이 몰살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공군의 한 관계자는 “무인기가 TNT를 소량 싣는다면 큰 위협이 아닐 수 있지만 다른 물질을 싣고 남한으로 내려올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김 장관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미국이 이른바 백색가루로 불리는 탄저균 때문에 홍역을 치른 적 있다. 소량으로도 수천명이 목숨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 무인기가 탄저균 가루와 같은 화생방 물질을 싣고 남쪽으로 내려와 서울상공에서 살포를 시작하면 대참극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탄저균 백색가루 같은 세균무기를 실은 북한 무인기 10여대가 서울상공에서 백색가루를 동시 살포할 경우 서울시 인구 1,000만명이 몰살될 수 있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에 무인기와 같은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대한 재고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전쟁에 사용되는 무기는 대칭전력과 비대칭전력으로 나뉜다. 대칭전력은 탱크·전차·군함·전투기·포·미사일·총 등 실제 전투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무기를 뜻한다.
비대칭전력은 비대칭무기를 포함한 말로 핵무기·탄도미사일·화학무기·생물학무기·장사정포·잠수함(정) 등을 비롯해 대량살상과 기습공격을 위해 땅굴로 침투하는 무장공비, 게릴라와 같은 비정규군도 비대칭전력으로 분류된다.
비대칭전력은 인명을 살상하는 데 있어 재래식무기보다 월등한 위력을 발휘한다. 또 상대의 강점을 피하면서 취약점을 최대한 공격할 수 있고, 대칭전력에 비하여 비교적 싼 비용으로 효과를 극대화시킬 수 있어 북한은 비대칭전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북한의 비대칭전력에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것이다.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