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관장은 그러나 “변정일 대표가 챔피언이 되고 나서도 개런티로 이인영에게 1500만원 정도를 제시했다”며 “챔피언에 합당한 대우가 아닐뿐더러 우리를 무시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인영의 현 프로모터인 BJI 변정일 대표는 “당초 1500만∼2000만원 이상을 주겠다고 했지 딱 잘라 말하지 않았다”며 “원했던 5000만원을 주었지만 남자선수도 1000만원을 받는 현실에서 1차 방어전 개런티로 5000만원을 요구한 것은 무리한 액수였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인영과 킴 메서는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며 “킴 메서의 경우 세계적으로 상당히 이름이 알려진 선수로 흥행가치가 상당했지만, 이제 챔피언이 된 이인영이 그녀와 같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은 침체돼 있는 시장의 현실을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1차 방어전을 앞둔 상태에서 이인영과 그녀의 프로모터였던 변정일 대표와의 갈등은 점점 커져갔다. 급기야 이인영이 다시 술을 마시고 다니며 훈련을 게을리한다는 보도까지 터져나왔다. 하지만 모리모토 시로(일본)와의 1차방어전은 다행히 치렀고 이인영은 타이틀을 지켰다. 그러나 개런티 문제로 인한 양측의 갈등이 봉합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감정의 골이 깊어져 회복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져들었고, 결국 이인영은 1차방어전 이후 잠적이라는 최악의 선택을 했다.
강릉 주문진에 있다?
잠적의 대가는 컸다. 그토록 힘겹게 얻은 챔피언 벨트를 내놓게 된 것. 잠적으로 90일 이내에 지명 방어전을 치러야 하는 규정을 어기게 돼 국제여자복싱연맹(IFBA)이 챔피언 타이틀 박탈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변정일 대표는 “지난 5월 11일 연맹에서 방어전을 치르지 않은 사유서를 보내달라고 해 ‘소재파악이 안되고 훈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내용으로 보냈다”며 “정식 공문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지만 세계 챔피언 자격이 박탈됐다고 통보 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관장은 “타이틀 박탈 소식을 뉴스를 통해 듣고 화가 나 협회에 전화를 했는데 연맹이나 협회에서도 타이틀 박탈통보를 정식으로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며 “프로모터가 선수의 입장을 대변하지는 않고 정식통보 이전에 미리 타이틀 박탈 소식을 언론에 알릴 수 있느냐”고 성토했다. 현재 타이틀을 박탈당한 이인영은 강릉 주문진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가족들에 따르면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생활하고 있고 휴대폰은 꺼둔 상태로 그녀가 직접 전화를 걸기 전까지는 연락할 길이 없는 상태다. 이인영의 어머니 김신자씨는 “전화를 걸 수 없어 답답하지만 인영이가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는 전화를 종종 하고 있다”며 “최근에 큰언니가 강원도 주문진에 있는 것 같다고 해서 인영이를 만나려고 광주에서 찾아갔지만 휴대폰을 꺼두어 만나지 못하고 돌아왔다”고 전했다. 김씨는 또 “타이틀을 박탈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지만 인영이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어 일단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잠적 동기로 알려진 변 대표와의 갈등에 대해서 “인영이는 의리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지 돈에 욕심부리는 사람이 아니다”며 “1차 방어전때쯤 변 대표와 다툰 것으로 아는 데 프로모터가 돈도 중요하지만 선수의 기를 살려주면서 함께 살아야 되는 것 아니냐”고 심경을 밝혔다.
갈림길에 선 선수생활
가족들은 이인영이 타이틀은 박탈당했지만 선수생활 자체를 포기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어머니 김씨는 “인영이가 ‘변정일 프로모터와 계약이 끝나면 돌아오겠다’고 말하고 있다”며 “돌아오면 다시 복싱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잠적한 뒤 체육관에 있지 않을 뿐 러닝과 복싱훈련을 계속하며 몸 관리를 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32살이라는 나이가 부담스러운 현실이다. 하지만 김씨는 “인영이에게 ‘네 나이도 적은 편이 아니다’고 말했지만 ‘40살까지는 걱정없다’고 말했다”며 “인영이의 나이는 문제될 것 없다”고 밝혔다. 복싱스승이자 챔피언이 되기까지 가장 큰 영향을 주었던 산본체육관 김주병 관장도 마음 고생이 심한 상태다.
김 관장은 “지금껏 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인영이가 복싱을 포기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조만간 인영이를 찾기 위해 주문진에 직접 가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김 관장은 “복싱에 입문할 때부터 인영이가 나하고는 끊지 못할 정이 있기에 본인이 원한다면 복싱을 계속 시킬 생각이다”며 “비록 타이틀은 박탈됐지만 랭킹 안에는 들어있기 때문에 언제든 다시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다”고 밝혔다. 결국 이인영의 복귀는 현 변정일 프로모터와의 계약이 끝나는 이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관장은 “계약기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인영이 링에 복귀할 경우 국제적인 새로운 프로모터를 구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변 대표는 “프로모터를 바꾸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들어줄 의향이 있다”면서 “하지만 최소한 이인영을 챔피언으로 만드는데 투자했던 원금정도는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싱계는 잠적과 챔피언 타이틀 박탈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이번 파문이 하루빨리 수습되길 희망하고 있다.
이인철 chle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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