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들의 사이버 불륜 ‘꼼짝마’
아내들의 사이버 불륜 ‘꼼짝마’
  • 박경민 프리라이터 
  • 입력 2004-06-01 09:00
  • 승인 2004.06.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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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란물 차단 프로그램

일산의 김양지(가명·35) 주부는 최근 남편에게 불륜사실을 들키고 말았다. 나름대로 휴대폰 관리도 철저히 해왔고 일상 생활에서의 ‘알리바이’도 완벽하게 정리해두었다. 컴퓨터도 마찬가지였다. 이메일 비밀번호도 일주일 단위로 바꾸면서 보안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어느 날 남편이 증거를 대며 불륜사실을 추궁하자 김씨는 맥없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도저히 알아낼 수 없으리라 확신했던 김씨는 남편이 도대체 어떤 방식으로 알아냈는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비밀은 바로 ‘음란물 차단 프로그램’에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말 그대로 아이들이 음란물을 볼 수 없도록 차단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하지만 점점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되면서 화면 저장과 키보드 저장 기능이 추가됐고 이것이 바로 김씨의 남편이 불륜사실을 알아낼 수 있었던 ‘열쇠’였던 것이다. 일단 이 프로그램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화면에 나타나는 모든 것들이 실시간으로 저장, 보관된다. 따라서 이메일이나 채팅을 할 경우 이 화면이 통째로 저장되면서 무슨 내용으로 이메일과 채팅을 했는지 완벽한 파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메일이나 메신저의 비밀번호는 어떻게 알아냈을까. 보통 비밀번호는 화면상에 ‘****’와 같은 식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화면 저장만을 통해서는 파악할 수가 없다. 바로 이것을 해결해주는 것이 ‘키보드 저장장치’. 역시 입력되는 모든 키보드가 자동적으로 저장되기 때문에 비밀번호까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따라서 일단 이 프로그램을 깐 후 해당 컴퓨터를 사용하게 되면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이야기다. 이 프로그램을 만들어 낸 한 업체 관계자는 “요즘에는 아이들의 음란물 차단보다는 배우자의 불륜을 감시하는 용도로 더욱 많이 사용되는 것 같다”며 “사용법에 대한 문의전화를 보면 음란물 차단보다는 화면 저장, 키보드 기억 기능에 대한 것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같은 프로그램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고 있자 ‘대책’을 세우고 있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업체관계자는 “기능에 관련한 문의도 많지만 프로그램 자체의 제거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아이들의 음란물 차단용이라면 굳이 제거할 필요가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결국 컴퓨터를 ‘불륜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제거한다는 이야기다.

프로그램 문의 늘어나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각종 컴퓨터 활용기술을 통해서도 서로의 불륜사실을 감추고, 또한 이를 찾아내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접속사이트의 주소를 지우는 것. 흔히 익스플로러 주소창에 사이트 주소를 치게되면 그것이 자동적으로 저장되어 다음번에도 편리하게 들어갈 수 있도록 해주는 기능이 있다. 따라서 억지로 지우지 않고서는 고스란히 접속 주소가 남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말끔하게 정리할 수가 있다. 윈도 기능 중에 있는 ‘인터넷 접속’ 기능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잘만 이용하면 언제든 주소창을 ‘깨끗하게’ 관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문서’라는 기능도 있다. 최근에 열어본 각종 자료들에 빠르게 접근할 수 있도록 10개 이상의 문서를 계속 기억하고 있는 기능이 그것이다.

비록 해당 문서나 동영상을 삭제했더라도 그 이름은 계속해서 남아있기 때문에 대략 어떤 문서나 동영상을 봤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윈도의 특정 기능을 활용하면 모두 삭제할 수 있기 때문에 ‘부지런한’ 사람의 경우 꼭 뒷마무리를 잘하는 경우가 많다고. 직장인 최모(37)씨는 “사실 휴대폰의 경우 아내의 명의로 되어 있으면 불법을 저지르지 않고서는 통화기록을 뽑을 방법이 없다”며 “하지만 컴퓨터는 다소 쉽기 때문에 가끔씩 집의 컴퓨터를 아내 몰래 확인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또 남성들은 여성들보다 컴퓨터에 대한 지식이 많기 때문에 이같은 확인과정을 별 힘들이지 않고 할 수 있다. ‘첨단이기’라고 할 수 있는 컴퓨터. 하지만 이제 컴퓨터가 생활 자체가 되면서 사람을 편하게 해주기도 하지만 때로는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는 ‘감시의 도구’가 되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박경민 프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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