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재해석한 ‘노래하는 샤일록’ …이달 20일까지 국립극장서
‘베니스의 상인’ 재해석한 ‘노래하는 샤일록’ …이달 20일까지 국립극장서
  • 조아라 기자
  • 입력 2014-04-09 11:43
  • 승인 2014.04.09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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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샤일록’이 이달 20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오른다.  이 작품은 재일교포 3세 연출가인 정의신이 셰익스피어의 ‘베니스의 상인’을 각색·연출을 맡았다.

원작을 크게 변형하지 않으면서도 상세한 인물 구축과 맛깔 나는 대사, 재치 있는 상황 설정을 통해 셰익스피어 희극의 정수를 극대화했다. 다채로운 음악과 더불어 시종일관 유쾌한 정의신표 유머를 만나볼 수 있다. 셰익스피어는 희극과 비극의 경계를 넘나들고 선인과 악인에 대한 편견을 깨부수며 인간과 세계의 폭을 무한하게 보여준다. ‘노래하는 샤일록’은 익숙하지만 새로운 시선으로 관객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정의신의 작품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꾹꾹 담아내면서도 덤덤한 태도를 잃지 않는다. 어떤 인생의 어떤 상황이라도 희로애락이 뒤섞여 있다. 이번 작품 역시 인간과 삶에 대한 애정에서 비롯되는 커다란 감정의 울림을 선사하며 어김없이 희망을 얘기한다.

‘베니스의 상인’은 셰익스피어 희극 중에서도 가장 다채롭고 복합적인 인물과 열려 있는 플롯을 가지고 있다. 거기에 정의신은 몇 가지를 더한다. 그의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가족에 대한 사랑, 이웃에 대한 배려, 소외인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거기에 빼놓을 수 없는 양념 같은 그의 유머가 추가됐다.

샤일록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에게 멸시 당하고 갖은 모멸을 당한다. 그를 무시했던 안토니오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에게 복수를 하려고 한다. 하지만 결국 돈도 잃고 자식도 잃는 가련한 아버지일 뿐이다. 셰익스피어는 샤일록을 악의 화신으로, 안토니오를 선의 화신으로 대립하게 그리지 않았다. 작품은 입체적이고 복합적인 인물들을 통해 흑백 논리로 판단할 수 없는 사람과 세상살이를 탁월하게 그리고 있다.

정의신 연출의 ‘노래하는 샤일록’에서는 그 인물들이 우리에게 한 발짝 더 다가온다. 샤일록은 세상살이에 지친 고집쟁이 아버지를 닮았고, 사랑하는 남자와 야반도주를 하는 제시카에게서는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도피하려는 여인들의 모습이 엿보인다. 밧사니오와 안토니오처럼 친구와의 의리에 죽고 사는 모습은 그 나이 때 젊은 나이의 남자들이 갖고 있는 흔한 우정이며, 노처녀 포샤와 로렌조 역시 내 주변에 꼭 하나쯤 있는 익숙한 인간상이다.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하는 정의신 연출의 시선이 투영된 ‘노래하는 샤일록’의 인물들은 흡사 이웃의 얼굴을 하고 관객들을 만난다.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사진=국립극장

조아라 기자 chocho621@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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