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에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미래를 살아가는 베이비부머 세대와 헤비메탈에 얽힌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가 우리 곁을 찾아온다. 이번 공연은 너나 할 것 없이 민주화를 외치며 독재에 항거하던 80년대, 순수한 음악으로서의 헤비메탈을 추구하고자 밴드를 결성한 최광현과 그의 친구들이 걸어온 인생과 음악에 대한 이야기다. 이야기는 헤비메탈의 과격한 음악성 때문에, 그들의 음악이 금지곡이 되고, 결국 활동금지 처분을 받은 후 밴드가 해체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30년이 지난다. 50대가 된 그들은 잃어버린 자신들의 전성기를 되찾기 위해 다시 한 번 고군분투한다.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는>는 오는 6월 1일까지 대학로 자유극장(구 PMC소극장)에서 볼 수 있다.
인천 송도의 카페 거리 끝자락에 위치한 민속주점 ‘핵폭발’의 무대에서는 주말마다 왕년에 유망했던 헤비메탈 그룹의 보컬 최광현이 간지나는 복장을 하고 파워풀한 무대를 연출한다.
‘핵폭발’은 광현이 젊은 시절 활동했던 그룹 이름이다. 80년대 초, 세상을 삼켜버릴 듯 폭발적으로 떠올랐던 헤비메탈 그룹 ‘핵폭발’은 데뷔 앨범이 난무한 욕설과 세상과 맞짱 떠보겠다는 과한 열망으로 인해 판매 부적격 판정을 받고 금지 처분된다. 설상가상으로 민주화 운동으로 끓어오르던 대학가에서 누군가 ‘핵폭발’의 데뷔곡 ‘최후의 전쟁터’를 부르며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결국 핵폭발의 노래는 저항의 음악으로 회자되고, 멤버들은 취조와 고문을 당하며 긴 머리를 잘린다.
그룹은 해체되고 멤버들은 뿔뿔이 흩어진 채 30년이 흐른다. 음악을 접지 못하고 계속 노래하는 광현과 그 모습을 바라보며 진저리 치는 광현의 딸 보람은 갈등이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후두암 진단을 받은 광현은 딸이 흥얼거리며 부를 수 있는 곡을 남기기로 마음먹고 ‘핵폭발’ 재결성을 결심한다.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는 80년대 대학을 다니며 그룹 ‘핵폭발’을 결성했던 광현과 그의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386세대로 불리던 80년대 학번의 60년대 사람들은 세월이 흘러 현재 486, 586세대가 되었다. 20대의 젊음은 뒤안길로 하고 이제는 인생을 정리하며 마무리해야 할 나이가 되었고, 패기는 약해졌지만 열정은 가슴 속에서 영글어 인생을 너그럽게 바라볼 줄 아는 관록도 생겼다.
본 공연의 주인공은 한때 뜨거운 심장을 불태우며 음악을 했지만, 혼란스런 시대의 흐름에 휘말리면서 높이 날아보지도 못한 채 날개를 접고 주변인으로 살아가게 된 50대 남자다. 한 번도 빛나보지 못했지만 음악적 자존심 하나로 버틴 그의 심장을 뛰게 하고 버티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누구에게나 한번은 찾아오는 전성기. 연극 <내 심장의 전성기>는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 심장의 전성기는 언제였는가"하고. 누구에게나 전성기는 있다. 가장 뜨겁게 가슴이 뛰고 있는 바로 지금이 당신의 전성기일지도 모른다.
예매는 인터파크(ticket.interpark.com)에서 가능하다.
이지혜 기자 jhook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