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초 무너진 다저스 마운드…류현진 다크호스 등극
본토개막전에 이어 홈개막전 선발…시즌 호재

시즌 초반 LA 다저스의 선발 마운드는 안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다저스는 올 시즌 커쇼-잭 그레인키-류현진-댄 해런-조시 베켓으로 선발로테이션을 구성했다. 하지만 시범 경기부터 삐걱거렸다.
크레인키는 시범경기 첫 등판에서 볼 4개만 던진 후 종아리 통증으로 호주 원정에서 제외됐다.
베켓도 엄지손가락 감각이상증세로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해런은 개막을 코앞에 둔 지난달 30일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 프리웨이시리즈 3차전 선발로 나섰다가 2이닝 동안 홈런 2발을 포함해 6안타를 맞고 6실점을 기록했다.
여기에 믿고 있던 커쇼까지 지난 호주 개막전에서 선발등판 한 후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빨간불이 들어왔다.
그사이 류현진은 스프링캠프부터 활약을 보이며 팀의 해결사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호주 개막 2차전에서는 5이닝 무실점을 기록했고 지난달 31일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미국 본토개막전에서 7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호투를 펼쳐 업그레이드 된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의 진가를 발휘했다.
특히 본토개막전에서의 호투는 미국현지 언론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로 명품 투구를 선보였다.
본토개막전 명품 투구 존재감 입증
류현진은 1회와 2회만 하더라도 다소 불안한 모습으로 출발했다. 공에 힘은 있었지만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공이 스트라이크존에서 많이 빠지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지만 그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1회에는 1사 만루에서 투수앞 병살타로 위기를 넘겼고 2회에는 무사 1, 2루에서 후속타를 맞지 않아 무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3회에는 코리아 몬스터의 본모습을 되찾았다. 3회 상대 상위타선에 대해 위축되지 않고 삼자범퇴를 만들었고 4회 역시 욘더 알론소를 삼진 처리하는 등 세 타자로 마무리했다. 5회에는 삼진 2개로 삼자범퇴를 완성했고 6회에도 탈삼진 행진을 계속 이어갔다.
선두타자 크리스 데노피아를 범타 처리한 뒤 체이스 헤들리를 커브로, 제드 저코를 패스트볼로 탈삼진을 기록했다.
7회에서는 1사 이후 토미 메디카를 볼넷으로 보냈으나 곧바로 윌 베너블을 병살로 처리해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현진은 이날 포심 패스트볼, 서클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자신이 던지는 모든 구종으로 삼진을 잡아내는 등 완벽한 투구를 선보였다.
경기 후 류현진은 “초반 위기가 많았지만 커브, 슬라이더가 마음먹은 대로 잘 구사돼 후반에는 편하게 갔다”며 “한국에서처럼 시즌 개막전이라 긴장감이 컸다. 다음번 홈 개막전에도 감독이 던지라면 잘 준비해서 잘 던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류현진의 호투에 미국 현지의 반응도 칭찬 일색이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BL. com은 ‘류현진은 최고였으나 다저스는 8회에 (경기를) 놓쳤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류현진이 한국에서 5차례나 개막전 선발로 나섰다.
호주에서 입은 발톱 부상에도 불구하고 이날 16타자 연속 범타를 기록해 7이닝을 완벽히 틀어막았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돈 메팅리 LA 다저스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류현진은 오늘 정말 좋았다”며 “모든 구종이 효과적이었다. 패스트볼과 체인지업은 예전대로였고 커브와 슬라이더가 좋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현진은 시즌 개막 후 직전 2경기에서 1승을 수확했고 평균자책점은 제로, 여기에 위기 때마다 대처하는 능력이 돋보이며 메팅리 감독의 신뢰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이 같은 신뢰는 홈 개막전까지 이어졌다. 류현진은 전통의 라이벌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본토개막전에 이어 홈개막전 선발로 나서는 행운을 거머쥐게 됐다.
샌프란시스코는 다저스와 앙숙관계라 할 정도로 양 팀의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도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다.
루키시즌이었던 지난해 류현진도 중압감을 느끼며 초반에는 다소 부진했다.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첫 등판이던 지난해 4월 샌프란시스코와의 홈경기에서 6⅓이닝 10피안타 3실점(1자책)을 기록하며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특히 헌터 펜스와의 승부에 어려움을 겪었다. 바깥쪽 볼 공략 능력이 탁월한 펜스는 류현진의 주무기인 서클 체인지업에 효과적으로 대처했다. 이후 류현진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전혀 다른 로케이션을 선보여 압도적인 경기능력을 선보였다. 올 개막전도 펜스와의 승부가 최대관심사로 떠오른 이유다.
아직 시즌 초반이어서 선발투수인 류현진에게 승리보다는 평균자책점이나 이닝에 더 큰 의미가 있다. 평균자책점과 이닝은 본인 능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승리는 자기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미국무대에 데뷔하기 직전, 한화에서 2012년 182⅔이닝 평균자책점 2.66 210 탈삼진을 기록하고도 9승에 그친 바 있다.
지난해에도 14승을 거두며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지만 운이 좋은 투수에는 속하지 않았다.
시즌 중반까지 다저스 불펜은 방화를 하기 일쑤였고 류현진은 고스란히 승리를 날리는 일이 벌어졌다. 올 시즌 본토 개막전에서도 7이닝 무실점 호투에도 8회에 브라이언 윌슨이 득점을 허용하면서 승리를 놓쳤다.
시즌 2년차 체인지업 커브까지 진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현진은 시즌 2년차에 접어들면서 더욱 진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홈 개막전까지 3차례 등판했지만 지난해보다 경기 운영능력을 비롯해 볼배합, 멘탈까지 눈에 띄게 발전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류현진이 구사하는 모든 구종이 효과적이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로 뛰어난 제구력을 선보였다.
류현진은 기본적으로 평균 구속 140km 후반대 직구를 던지는데 이는 마치 자로 잰 듯 날카롭다. 또 결정적인 상황에서 강속구를 던져 상대를 당황하게 하는 특기가 있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은 메이저리그도 인정한 자타공인 명품 구종이다.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감독들이 ‘최고의 체인지업’ 2위로 선정할 정도로 뛰어났다. 직구인지 변화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상대 타자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올 시즌에는 여기에 신무기인 커브를 장착했다.
류현진은 릭 허니컷 코치에게 연마한 커브를 자신 만의 것으로 완성시켰다. 포수 A.J 앨리스는 “지난 시즌에 비해 류현진의 커브가 잘 구사됐다. 샌디에이고전에서 던진 커브는 지난해와 달랐다”며 높이 평가했다.
이와 함께 류현진은 긍정마인드가 최대의 장점으로 손꼽힌다.
그는 불리하거나 안타까운 상황에서도 흔들림이 거의 없다.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다음을 기약하며 동료간의 화합을 우선시해 일명 팀 분위기 메이커로 평가받고 있다.
류현진은 얼마 전 본토개막전의 아쉬움에 대해서도 “한 경기일 뿐이다. 아쉽지 않다”고 말해 긍정마인드에서 비롯된 맹활약이 올 시즌도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1억 달러 사나이 3경기 만에 주전 우뚝
추신수는 스프링캠프에 이어 시범경기에서 이렇다 할 방망이를 휘두르지 못하며 다소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개막전에서도 좌타수들에게 무참히 무너지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추추트레인 추신수는 이후 열린 2경기에서 잇달아 승리를 거머쥐는 주역으로 당당히 자리매김했다.
지난 3일 추신수는 텍사스 주 알링턴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린 2014시즌 메이저리그 필라델피아 필리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3으로 맞선 9회말 1사 만루에서 조나단 파벨본을 상대로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을 얻어내 팀에 승리를 안겼다.
이날 추신수는 매의 눈으로 무서운 선구안을 뽐내며 4타수 1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끝내기 볼넷은 1볼 1스트라이크 이후 파벨본의 공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잘 참아내며 결승 타점을 올렸다는 점에서 극찬이 이어졌다.
추신수의 끝내기 본능은 앞서 2일 열린 필라델피아전에서도 동점, 결승 득점을 모두 올리며 발휘됐다.
이날 추신수는 1-2로 뒤진 7회 좌전 안타를 쳐 출루했고 후속 타자의 희생번트와 내야 땅볼로 3루까지 진루했다. 이후 아드리안 벨트레의 우전 2루타 때 홈런을 밟으며 시즌 첫 득점이자 2-2 동점을 만들었다.
2-2로 맞선 9회엔 첫 타자로 나와 마리오 홀랜드에게 볼넷을 얻은 뒤 벨트레의 안타 때 또 홈을 밟았다. 바로 끝내기 득점이었다.
끝내기 본능, 출루율과 인내심 빛나
추신수의 활약은 팀의 분위기도 반전시켰다. 개막전에서 10-14 완패 이후 자칫 초반 분위기를 빼앗길 수 있었지만 2경기를 가져오며 반전에 성공했다.
추신수도 신시내티 레즈를 떠나 텍사스와 7년 1억3000만 달러(약 1375억 원)의 대형계약을 성사했으나 개막전 5타석 4타수 무안타 1볼넷 1삼진에 그치며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하루 만에 까다롭기로 유명한 텍사스 팬들과 현지 언론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특히 현지 언론들은 추신수의 타율만 타지지 않고 출루율과 인내심 등에 더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현지 언론인 댈러스 모닝뉴스는 “추신수가 2일 경기에서 네 차례나 출루했다”며 “2007년 이후 추신수는 선두타자로 나섰을 때의 출루율이 0.398이다.
오직 조 마우어와 치퍼 존스만이 추신수보다 나은 성적을 보여줬다”고 놀라움을 드러냈다. 실제 추신수의 개막 2연전 출루율은 0.467에 달한다.
ESPN은 추신수의 인내심을 집중 보도했다.
이들은 “추신수가 2일 경기에서 다섯 타석동안 총 21개의 공을 봤다. 끈질기게 공을 보며 상대 투수들을 괴롭혔고 그 결과 출루를 하지 못하더라도 팀에 공헌하는 효과를 낳았다”며 “추신수의 이런 모습은 텍사스 타선에 인내심을 불어넣었다.
이것이 추신수와 계약했을 때 텍사스가 꿈꾼 청사진이었다”고 평가했다.
MBL.com은 “추신수 끝내기 밀어내기 볼넷이 텍사스의 위닝시리즈를 이끌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추신수가 풀카운트까지 가는 승부 끝에 결국 승리를 결정짓는 볼넷을 골라냈다”고 전했다.
팀의 핵심 타자이자 정신적 지주인 벨트레는 2일 경기 후 “추신수가 꾸준히 출루할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좋은 일”이라면서 “그가 자주 출루한다면 우리는 더 많은 득점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추신수 효과에 대해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추신수는 올 시즌 3경기에 나와 타율 0.273 1타점 3볼넷을 기록하고 있다.
그는 서서히 컨디션을 끌어올려 타율 0.285(569타수 162안타) 21홈런 54타점의 지난 시즌 성적을 넘어서겠다는 각오다.
아직 새로운 팀 분위기와 동료 구장 환경 등 적응을 위해 상당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지만 초반 3경기 만에 팀의 핵심 멤버로 자리매김하며 역시 추신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추신수의 올 시즌 맹활약이 더욱 기대되는 까닭이다.
윤석민 트리플A 선발 확정
한편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윤석민(볼티모어)의 첫 등판 일정이 확정됐다.
윤석민은 볼티모어 오리올스 산하 트리플A 팀인 노포크 타이즈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가운데 오는 7일 미국 버지니아주 노포크의 하버파크에서 열리는 샬럿 나이츠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앞서 윤석민은 볼티모어와 계약한 뒤 취업비자 발급 문제 등으로 팀 합류가 늦어져 벅 쇼월터 감독의 결정에 따라 마이너리그행이 확정됐다.
윤석민은 트리플A에서 컨디션을 가다듬은 뒤 시즌 중반 메이저리그 승격을 노릴 것으로 알려졌다.
todida@ilyoseoul.co.kr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