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신간]전쟁을 이긴 두 여인
[화제의 신간]전쟁을 이긴 두 여인
  • 인터넷팀 기자
  • 입력 2014-04-07 15:01
  • 승인 2014.04.07 15:01
  • 호수 1040
  • 6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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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되지 않은 분단의 상처를 치유하다!

60년 분단의 상흔을 비롯한 세상 모든 아픔을 보듬고 이 땅을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회복시키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인 6·25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에게 들려주는 절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전쟁, 분단, 이산, 오해, 불신 등 현실적인 악조건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그러안고 포용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냈다. 《외숙모》와 《어머니》, 이 두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지난 2월 남북 이산가족 상봉이 2차례에 걸쳐 금강산에서 이뤄졌다. 60여 년간 꿈에 그리던 혈육들을 만나 얼싸안고 오열하는 이산가족들의 상봉 장면은 한반도 전체를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부모자식·형제자매 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한을 가슴에 묻은 채 강산이 여섯 번이 바뀌고서야 만나게 된 이 기막힌 상황은 지구상 단 하나의 분단국가라는 현실을 다시 한 번 통감하게 했다. 60여 년의 세월 동안 저마다의 가슴에 묻어두었던 통한의 슬픔들이 이 한 번의 만남으로 치유되지는 않겠지만, 그간 켜켜이 쌓였던 가슴속 응어리는 조금이나마 풀어졌을 것이다.

이렇듯 현실에서 60여 년 만의 이산가족 상봉으로 분단의 아픔을 달래고 통일에의 열망을 품었듯이, 이 책은 이산의 상처를 문학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통일의 싹을 틔워 나가는 소설이다.

이 책은 두 편의 소설 「외숙모」와 「어머니」를 품고 있다. 「외숙모」는 1991년 가을에, 「어머니」는 1993년 봄에 처음 발표된 소설로 특히 「어머니」는 당시 제3국인 중국에서 월북한 아버지와의 만남을 과감하게 시도한 작품으로 ‘이데올로기보다도 강한 핏줄의 힘’을 피력함으로써 통일문학의 물꼬를 튼 바 있다. 삼엄한 이데올로기적 대립 상태에서 벗어나 “피는 이데올로기보다 진하다”는 사실을 여실히 증명한 작품으로 주목받았다.

이번에 이 작품들을 새롭게 다듬어 발표하면서 작가는 ‘아직 끝나지 않은 전쟁’인 6·25를 경험하지 못한 다음 세대에게 간곡히 권하고 있다. 절실함이 담긴 작가의 목소리에 비장함마저 감돈다.

이 책은 대의명분에 갇힌 가문주의가 아닌 가족주의를 중심축에 놓고, 작가가 철날 무렵 6·25를 당해 피난 간 경상도 능바우에서 있었던 ‘기억’을 바탕으로 한다.

그렇다면 작가에게 ‘기억’이란 어떤 구체성을 띠고 있는가. 특히 소설 「외숙모」에 그에 대한 묘사가 잘 드러나 있다. 외삼촌이 6·25전쟁 때 의용군으로 끌려간 후 홀로 된 외숙모와 1·4후퇴로 피난을 온 소년 사이에 외가 능바우에서 주고받은 애틋한 기억이 존재한다. 40여 년 후 소설가가 된 이 소년은 외숙모와의 그 기억을 가공해 뛰어난 분단소설을 쓰려는 욕망을 품는다.

그러나 실제 외숙모의 삶은 가공된 삶을 훌쩍 뛰어넘는다. 그 어떤 상상력도, 그 어떤 어려움도, 전쟁마저도 외숙모의 삶에 대한 진정성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러한 문학적 장치의 도입은 소설의 참 주제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세상 그 어떤 것도 어찌할 수 없는, 세상 모든 것을 감싸안는 여성성이 그 빛을 발하게 된다.

기억에 뿌리를 둔 작가의 문학적 영토는 「어머니」쪽으로 확대된다. 6·25전쟁 때 월북한 아버지와 남쪽에 남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은 아버지를 가슴속으로 그리며 삼류 카바레 색소폰 연주자로 살아간다.

세 번이나 재혼한 어머니의 비루한 삶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치던 아들은 마침내 중국 류허에 있는 사촌누이를 통해 북쪽 아버지와 중국에서 짧은 만남을 갖는다. 이를 통해 아버지가 지식인으로서의 신념 때문이 아니라 젊은 여선생과 눈이 맞아 월북한 사실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어머니를 비로소 이해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외숙모」보다 한층 강하고 끈질긴 여성의 생명성을 어머니에게서 발견할 수 있다. 세월의 흐름 속에서 아픔을 잊고 용서하며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어머니 모습에서는 뭐라 형언할 수 없는 생명의 힘이 발산된다. 그 어떤 이데올로기보다도 강력한 여성성이 작품 전면에 배치되어 있어 놀라움을 안겨준다.

이렇듯 작가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경험은 이 책에서 문학적 원형이 되었다. 소설 곳곳에 전쟁, 분단, 이산, 오해, 불신 등의 현실적인 악조건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이 모두를 그러안고 포용하는 생명력 넘치는 여성성으로 그 모든 것을 이겨내며 이 땅을 살아 숨 쉬는 곳으로 회복시키는 여성들의 모습을 담담한 필치로 그려내고 있다.

‘한국전쟁 종전 60주년’을 맞이하여 끊어진 한반도의 허리를 다시 잇고 새로운 통일의 역사로 나아가기 위한 길목에서, 이 소설들과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홍상화 지음 | 한국문학사 

인터넷팀 기자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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