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매각돼도 예식장 사업 큰 문제 없다”
변수 많아 불안감 높아…피해 줄일 대책 필요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결혼의 계절이 돌아 왔다. 일생에 단 한번뿐이라는 기대감으로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이 무사히 그 관문을 통과하려면 ‘예식장’ 예약은 필수다. 그 중에서도 호텔 예식장은 결혼식 로망의 끝판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때문에 신랑보다 식장을 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로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예식장을 예약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고생 끝에 예약한 예식장이 한순간에 사라질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한 곳이 있다. 삼부토건이 세운 르네상스서울호텔(이하 르네상스호텔)이다.
매각 문제를 두고 여전히 삼부토건과 갈등을 겪고 있는 르네상스호텔이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들에게 불안감을 주고 있다. 삼부토건이 호텔 노조와의 갈등 뿐만 아니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지스자산운용과도 매각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의 계획은 삼부토건의 매각절차를 따른 뒤 르네상스호텔을 철거하고 2017년 완공을 목표로 새로운 트윈타워(Twin Tower)건설이었다. 오피스(사무용) 빌딩과 호텔시설을 겸비한 지상 33층과 지상 35층으로 이뤄진 건물을 건설해 강남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런데 지난해 5월 삼부토건과 이지스자산운용은 MOU를 체결한 뒤 11월 본계약을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본계약 대신 MOU연장을 택했다.
르네상스호텔의 운명이 그 어떤 것도 확실하지 않은 채 더욱 깊은 미궁 속으로 빠진 것이다.
이에 소비자들은 르네상스호텔 예식장 예약에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날짜를 잡고 계약을 하더라도 자칫 결혼식 당일이 가까워졌을 때 호텔에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함이다.
실제로 르네상스호텔 예식장을 찾는 소비자들은 이 같은 마음을 드러내는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올 가을 결혼을 앞두고 있는 A씨(29)는 “만약 갑자기 공사가 시작돼 예식장 운영을 못한다는 통보를 받으면 지불한 비용에 대한 보상은 받을 수 있을지, 또 그때 가서 갑자기 어떻게 제 날짜에 맞는 다른 예식장을 구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면서 “만약 결혼식 진행을 못하게 되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어 르네상스호텔 예식장은 피하고 싶어지더라”고 말했다.
르네상스호텔 노조 관계자 역시 “고객들은 호텔이 갑자기 사라질까봐 불안해하는 얘기를 많이 한다”고 밝혔다.
한 웨딩 업체 관계자는 “르네상스처럼 매각이 된다, 안된다라는 얘기가 나온다든지 매각이 진행된 후 언제 공사가 시작될지 모르는 상황에서는 해당 예식장 예약을 피하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르네상스와 비슷한 소문이 돌던 예식장이 돌연 부도를 내고 사라져 예식장을 예약했던 예비부부들이 낭패를 본 적도 있음을 밝혔다.
또 다른 호텔에서도 르네상스호텔과 유사한 일이 발생한 적이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당시 계획했던 예식장이 사라져 낭패를 봤던 한 고객은 이중으로 돈을 내면서 부랴부랴 급하게 다른 예식장을 찾느라 마음고생이 심했다”면서 “불안요소가 있는 곳은 최대한 피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매각할 호텔 뒤처리 관심 없다?
하지만 삼부토건은 이와 관련해 어떤 대비책도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삼부토건의 한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 중 ‘르네상스호텔’이란 이름을 듣자마자 “관심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이후 웨딩홀 예식에 관련된 얘기임을 재차 강조하자 “구체적인 계획을 세운 것은 없다. 하지만 매각이 되더라도 공사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있으므로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 “이와 관련해서는 웨딩홀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르네상스호텔 매각을 결심해서인지 호텔을 찾는 소비자들의 불안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웨딩홀 관계자 역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웨딩홀 관계자는 “매각과 관련된 추후의 상황을 장담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2015년 날짜를 원하는 고객에게는 내부적인 확인 후 다시 통보를 하는 것으로 예약 일정을 잡고 있다”면서도 “올해 안으로 예식을 치르는 고객의 예약은 기존처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5년은 몇 월에 하느냐에 따라 예약을 가려 받고 있긴 하지만 매각 후 상황에 대한 구체적인 보상대책은 없다는 설명이다.
만약 르네상스호텔 측의 예상과 달리 당장 올해 공사가 시작된다면 올해 예약한 소비자는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이에 르네상스호텔 관계자는 “고객들이 우려하는 상황이 벌어지더라도 올해 예약을 받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하고, 그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측에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고 말했지만 장담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이런 와중에 지난 10년 동안 전국적으로 폐업하는 예식 업체 수가 29%나 줄어들면서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발생한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르네상스호텔 말만 믿고 호텔을 둘러싼 소문을 가볍게 여기기가 쉽지 않다. 예약한 예식장이 문을 닫아 피해를 본 소비자들이 사업주를 찾아 나서거나 경찰에 고소를 하기도 하지만 뚜렷한 보상 규정이 없어 보상 받을 방법이 막막한 상태다.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예약금을 10% 이하로 체결하는 것이 좋고, 업체의 재무 상황을 잘 살펴 보상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는 정도뿐이다.
한편, 르네상스호텔은 2011년 삼부토건이 현인마을 프로젝트파이낸스(PF)차환 실패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면서 호텔을 2년 안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7500억 원을 차입했다.
이에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뺏길 상황에 처한 르네상스호텔 노조는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인 이지스자산운용 투자금 모집을 거부하는 내용의 공문을 한국노총을 통해 주요 연기금에 발송하는 등 삼부토건의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매각을 둘러싼 노사분쟁의 심화, 이지스자산운용과도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않은 상황이 지속되자 르네상스호텔 매각이 좌초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도 등장했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에서 본계약 일정을 지키지 않은 뒤로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아 사실상 협상결렬로 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삼부토건은 지난 2월 28일 매각에 대한 주요 변동 사항이 없음을 공시한 바 있다. 또 이지스자산운용이 강남구청에 승인을 요청한 지구단위계획과 관련된 세부계획의 승인이 결정되면 호텔 매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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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