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공장·매몰지가 반경 1km내 위치
시민단체 “바이러스 위험…여전히 도사린다”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구제역 매몰지가 수원지 공장 부지로 사용된다면 어떨까. 역시 많은 이들은 가장 먼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이러한 공장이 있다. 풀무원샘물(대표 정희련)의 포천 이동 공장이다. 풀무원샘물은 지난해 5월 수원지를 기존 충북 괴산 문광면 유평리에서 경기 포천 이동면 연곡리로 변경했다. 포천은 2010년과 2011년 연이어 구제역이 발생한 지역이다. 더욱이 풀무원샘물 포천 이동 공장의 경우 구제역 가축 매몰지가 반경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지역에 밀집해 있다. 그 현장을 찾아가 봤다.
[일요서울]이 지난 2일 찾아간 포천 공장 주변은 왠지 모를 황폐함이 느껴졌다.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에 들어섰지만 주민들은 한가했고 경작지도 딱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더군다나 구제역 매몰지 주변에는 여전히 출입 금지를 알리는 표지판이 붙어 있었다. 누렇게 시든 풀숲 아래로 흐르는 하천 역시 구제역 파동을 다시금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또 해당 지역을 걸어 올라가면 10분 남짓한 거리에 풀무원샘물 포천 이동 공장이 자리해 있었다. 거리만 놓고 보면 안정성 문제가 제기되는 이유가 충분히 설명됐다.
이곳에서 만난 한 주민 역시 “구제역에 걸린 가축을 농가 바로 앞에 묻는 바람에 그동안 불안감이 가시질 않았다”면서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풀무원샘물 공장 위치도 찝찝하기는 마찬가지다”라고 거들었다.
무엇이 문제인가
다시 안정성 논란을 처음부터 짚어보면 2010년과 2011년 벌어진 구제역 파동으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포천군 이동면 연곡리의 경우 일대에 구제역 매몰지가 모두 37곳이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 공장 바로 주변인 연곡리 40-2번지에는 돼지 4425마리 269번지에는 돼지1390마리와 젖소 99마리, 한우 2마리가 매몰된 것으로 파악됐다. 또 306-2번지에 돼지 2201마리가, 1005-2번지에는 1950마리가 도살처분 됐다.
아울러 당시 정부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을 적용해 가축을 묻은 매몰지에 대해 3년간 사용 제한을 뒀다.
가축 매몰에 의한 2차 환경오염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가축 도살처분 시 구덩이를 5M 깊이로 판 뒤 비닐로 매몰지 전체를 덮고 바닥에 톱밥을 뿌리거나 부직포를 설치할 것을 권고했다.
그런데 이런 난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풀무원샘물이 지난해 5월부터 수원지를 기존 충북 괴산(문광면 유평리)에서 경기 포천(이동면 연곡리)로 변경하고, 이곳에서 자사 계열 브랜드와 코스트코에 납품하는 PB생수(커클랜드 시그니쳐 먹는샘물)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당연히 취수원이 구제역 매몰지 인근에 있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결국은 한 대형마트에서 풀무원샘물에 대한 환불 소동까지 일어났고, 정부가 직접 수질 조사에 착수하는 일이 벌어졌다. 다행히 정부가 조사 결과 생수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며 일단락됐지만 여전히 풀무원샘물을 정기적으로 정부의 검사를 받고 있는 처지다.
잊히지 않는 악몽
현재는 구제역 매몰지가 사용 3년 금지 기간이 끝나면서 농경지로의 새출발을 알리고 있다. 지역 주민 중엔 “관공서에서 나와 땅을 원상태로 갈아줬다. 이제 아무 문제 없다고 들었다”고 희망을 이야기 하는 이도 있었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전문가 일부를 중심으로 여전히 위험성이 존재한다는 주장이 흘러나오고 있다.
구제역 파동 당시 김을동 미래희망연대 소속 의원이 “경기 지역 현장조사를 벌인 결과 경기도의 생수회사 수원지 14곳 중 8곳이 구제역 매몰지와 같은 마을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생수공장 근처에 가축 매몰지 등 오염원이 있으면 생수의 원수가 되는 지하수의 오염가능성이 커진다”고 지적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환경운동연합의 한 관계자는 “구제역이 일어났을 때부터 매몰지 사용 금지 기한 3년이 짧다는 주장을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며 “매몰된 동물 사체가 분해됐는지 조금 더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다른 시민단체 관계자 역시 “땅 속 깊숙하게 관측정을 설치해 검사를 해야 한다”면서 “빗물 등 환경적인 영향으로 구제역 바이러스가 깊숙이 침투됐다면 3년이 지난 지금도 지하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풀무원샘물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풀무원샘물 관계자는 “매 분기별로 지속적으로 정부 검사를 받고 있다. 지난해 4분기 검사는 모두 적합 판정을 받았고 이번 1분기 검사는 4월 중 나올 예정”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취수원 주변 감시정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수질을 모니터링 하고, 매일 아침 생산된 제품에 대해 최소 8시간마다 미생물 검사, 냄새, 탁도, 수소이온농도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며 “국내 수질검사 기준 51가지를 외부 공인 기관을 통해 검사하는 것은 물론 연구소에서 기준의 10배가 넘는 550여 가지 수질검사를 실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제역의 악몽은 시민들의 의식 속에 아직도 공포로 남아 있는 눈치다. 올해 들어 일어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으로 구제역 파동의 잔상이 되살아난 탓이다. 여기에 북한에서 구제역이 발생해 방역 당국이 검역·방역 강화에 나선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구제역 발생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한 여성은 “구제역이 일어났던 지역에서 살다보니 당시의 기억이 또렷하다”면서 “구제역과 관련된 기사만 접해도 무서움을 느끼게 된다. 취수원 논란의 경우에도 소비자들이 더욱 안심할 수 있도록 조치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