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로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용처 추적 중
“정관계 로비 없었다…성실히 조사받을 것”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4일 오전 9시20분께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강 전 회장은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재직 시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회사에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했는지, 그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비자금’ 만든 정황 포착…사용처는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이번 소환을 ‘몸 풀기’ 성격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검찰이 그동안 강 전회장이 회삿돈 일부를 개인적으로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해왔던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전회장이 횡령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으로 정·관계에 구명로비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용처를 추적해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강 전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다보면 ‘수사 대상’이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중반부터 STX 내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상당한 양의 ‘강덕수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또한 이번 수사가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벌이는 첫 대기업 수사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동시다발적인 정·관계 로비 수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고 혈안이 된만큼 강 전 회장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 전 회장 수사는 시기만 조정하고 있다. 상당부분의 자료와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전 정권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귀띔한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전대통령 측과 상당히 가까웠던 인물로 알려진 만큼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자주 수행하는 등 전 정권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계열사들 중 STX조선해양은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대출을 확보해 이명박 정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검찰이 MB 정권 핵심 실세 A씨가 비자금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강 전 회장 때 STX에 손실로 처리된 자금을 살핀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사세를 급속히 키운 강 전 회장은 당시 정권의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청와대와 검찰이 긴밀하게 협의를 했다는 얘기도 전 정권 실세 수사설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어 수사의 향방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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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