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수發 시한폭탄 실체 추적
강덕수發 시한폭탄 실체 추적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4-07 11:40
  • 승인 2014.04.07 11:40
  • 호수 1040
  • 2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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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이명박 정부 정권 실세들 ‘사정설’주목

檢, 로비 가능성 염두에 두고 용처 추적 중
“정관계 로비 없었다…성실히 조사받을 것”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샐러리맨의 신화’강덕수 전 STX 그룹 회장이 지난 4일 소환됐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임관혁 부장검사)는 “재임기간 회사자금을 빼돌리는 등 개인 비리를 저지른 의혹”에 대해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이날 조사를 두고 꼬리자르기식 수사였다는 의혹이 들끓고 있다. 이번 수사가 사전에 청와대 조율을 거쳐 재가까지 받은 사실이 공공연한 비밀처럼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강 전 회장을 겨냥하고 있는 수사가 정·관계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내비쳐진 상황에서 개인비리 수사만 이루어진다는 것은 무엇인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다. 일단 검찰은 강 전 회장을 비롯한 전직 경영인들의 배임 의혹이 수사 대상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정·재계주변에선 강 전 회장의 비자금 사용처가 수사의 본류라고 입을 모은다. 아울러 검찰이 강 전 회장과 지난 정권의 유력 인사들 간 커넥션을 뒷받침할 자료까지 확보한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횡령·배임’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이 검찰에 출석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지난 4일 오전 9시20분께 강 전 회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강 전 회장은 변호인과 함께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청사에 나와 정관계 로비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해외 출장이 많기 때문에 전혀 그런 일을 할 시간이 없었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강 전 회장이 재직 시 STX중공업 자금으로 다른 계열사를 지원할 경우 회사에 손실을 입힐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했는지, 그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는 없었는지 등을 캐물었다.

‘비자금’ 만든 정황 포착…사용처는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이번 소환을 ‘몸 풀기’ 성격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검찰이 그동안 강 전회장이 회삿돈 일부를 개인적으로 횡령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해왔던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

검찰은 강 전회장이 횡령을 통해 마련한 ‘비자금’으로 정·관계에 구명로비를 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용처를 추적해왔다.

이에 따라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강 전회장의 비자금을 추적하다보면 ‘수사 대상’이 정치권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지난해 중반부터 STX 내사를 꾸준히 진행하며 상당한 양의 ‘강덕수 파일’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 하다.

또한 이번 수사가 김진태 검찰총장이 취임한 뒤 벌이는 첫 대기업 수사라는 점도 이목을 끈다.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서울시 공무원 간첩 증거 조작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동시다발적인 정·관계 로비 수사를 통해 돌파구를 찾겠다고 혈안이 된만큼 강 전 회장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검찰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강 전 회장 수사는 시기만 조정하고 있다. 상당부분의 자료와 증거들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으며 전 정권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귀띔한다. 강 전 회장은 이명박 전대통령 측과 상당히 가까웠던 인물로 알려진 만큼 논란은 가중될 전망이다.

강 전 회장은 이 전 대통령의 해외순방을 자주 수행하는 등 전 정권 인사들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계열사들 중 STX조선해양은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2년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으로부터 대규모로 대출을 확보해 이명박 정권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도 했다.

검찰이 MB 정권 핵심 실세 A씨가 비자금에 연루된 정황을 잡고 강 전 회장 때 STX에 손실로 처리된 자금을 살핀다는 이야기도 공공연히 알려지고 있다.

노무현 정부 때 사세를 급속히 키운 강 전 회장은 당시 정권의 유력 인사들과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도 알려진다.

일각에서 흘러나오는 청와대와 검찰이 긴밀하게 협의를 했다는 얘기도 전 정권 실세 수사설과 같은 맥락에서 해석되고 있어 수사의 향방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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