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취재] 지방선거 앞두고 테마주광풍…세력들 다시꿈틀
[밀착취재] 지방선거 앞두고 테마주광풍…세력들 다시꿈틀
  • 김재현 프리랜서
  • 입력 2014-04-07 10:18
  • 승인 2014.04.07 10:18
  • 호수 1040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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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주 심상치 않은 움직임 유력 주자 종목 롤러코스터

써니전자·코엔텍·이월드·손오공·모헨즈…
특정株 관련 여야 핵심인사들 소문 무성

<뉴시스>
[일요서울 | 김재현 기자] 6.4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증권가가 정치권보다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지방선거와 관련, 일부 주식은 벌써부터 하룻밤 사이에 주가가 요동치는 롤러코스터 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관심이 모이는 테마주는 정몽준 의원 테마주와 안철수 의원 관련 주식이다. 안 의원 테마주는 지난 대선 때도 핫이슈 중 하나였다. ‘안철수 테마주’는 이른바 ‘테마주 광풍’을 주도하며 여러 테마주들 가운데 가장 주목을 끌었다. 이 외에 박원순 테마주와 남경필 테마주도 주식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테마주에 대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테마가 소멸하거나 정치권의 변수에 따라 하루아침에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특정 작전세력이 선거 테마주를 이용해 주가조작을 하고 있다거나 정치권의 특정 인사가 테마주에 개입돼 있다는 등의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최근 지방선거 특수를 누리고 있는 ‘정치 테마주‘는 대부분은 실적 불량 종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선거철만 되면 개인들이 기업의 실적을 무시한 채 테마주에 뛰어들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최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최근 급등락하고 있는 정치인 관련주 15개 중 12개(80%)가 지난해(4분기 실적 미발표 종목은 1〜3분기) 순이익이 적자였거나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다.

안철수 의원 테마주로 분류되는 케이씨피드는 작년 순이익이 83.5% 감소했고, 우성사료·안랩·대한제강도 순이익이 각각 57.3%, 53.1%, 49.4% 줄었다. 

써니전자, 솔고바이오, 미래산업, 오픈베이스는 적자가 지속되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이들은 안 의원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거나 지인들이 직간접적으로 회사와 연관됐다는 이유로 선거철만 되면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안랩과 써니전자는 안 의원이 민주당과 공동으로 신당 창당 계획을 밝힌 다음 날인 지난 달 3일 각각 8.8%, 15.0% 급등했다가 4일에는 5.5%, 7.7% 급락했다.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테마주로 거론되는 현대통신은 적자로 전환했고, 코엔텍은 순이익이 8.21% 감소했다. 하지만 현대통신과 코엔텍은 올해 들어서만 33.3%, 51.4%씩 상승했다.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선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의 테마주로 불리는 손오공과 서울시장 출마가 유력한 김황식 전 국무총리 관련주 이월드도 적자였다. 테마주 중에서는 링네트(안 의원)와 파라텍(남 의원), 모헨즈(박원순 서울시장) 정도가 전년보다 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파라텍은 주가수익비율(PER)이 101.7배로 코스닥 상장사 평균인 48.4배보다 훨씬 높았다. PER은 기업의 순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것으로 PER이 높으면 투자 매력이 높다고 보기 힘들다.

증권가 작전 사정당국 촉각

정치 테마주의 주가가 실적보다 부풀려 있음에도 일부 테마주에는 외국인까지 가세해 투기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안랩의 외국인 보유 비율은 조금씩 늘고 있고 써니전자도 외국인들 매수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테마주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내국인 작전세력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거래소는 작전세력 개입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장감시본부 산하에 특별심리부를 설치해 대응에 나섰다. 

전철홍 거래소 시장감시본부장보는 “테마주 거래 과정에서 이상매매 동향이 포착될 경우 특별심리부에서 따로 맡아 처리한다”며 “세간의 관심이 쏠려 있는 사안인 만큼 물의를 빚는 종목을 최대한 빨리 처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대선을 앞두고 최고 62.2%까지 상승했던 정치 테마주의 수익률은 대선 전일 0.1%로 떨어졌고, 147개 테마주 가운데 49개에서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발됐다. 

김수진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부장은 “테마주는 기업의 실적과 상관없이 특정 정치인의 과거 인맥만을 근거로 해 형성된다”며 “나만 손해 보기 전에 빠져나오면 된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테마주의 특성을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일반 투자자들은 늘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는 공허한 메아리로 그치는 분위기다. 경고를 비웃기라도 하듯 증권가는 하루하루 유력 주자들의 말 한마디 행동 하나하나에 들쑥날쑥하고 있다. 지방선거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은 대략 15개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지난 대선 때 테마주 광풍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안철수 테마주는 이번에 신당 창당이라는 빅이벤트로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예컨대 지난 3월 3일 민주당과 통합신당 창당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안철수 관련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히는 다믈멀티미디어와 써니전자가 대표적이다. 반도체 설계 전문업체인 다믈멀티미디어는 최근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뛰었다. 수정진동자를 만드는 써니전자 주가도 상한가를 기록했다. 반면 대장주 격인 안랩과 링네트의 상승폭은 그리 크지 않다. 오히려 상승했다하더라도 차익실현 물량이 쏟아져 주가가 곤두박칠 치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테마주도 강세를 이루고 있다. 산업폐기물처리업체인 코엔텍은 정 후보 테마주로 꼽힌다. 이 회사의 주가는 하루하루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역시 정몽준 테마주인 현대통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가정용 보안시스템 기기를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 두 종목은 1월 3일 정 의원이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후엔 주가가 10% 넘게 추락하기도 해 전문가들의 경고가 결코 괜한 우려가 아님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장 다크호스인 김황식 전 총리 테마주도 최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우원개발과 이월드, 일진홀딩스 등 김황식 테마주로 꼽히는 이들 주식은 최근 김 전 총리의 지지율이 다소 머뭇거리면서 주가도 맴돌고 있다.

테마주 뒤 정치권 검은세력

또 경기지사 후보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과 관련한 테마주도 새로 등장해 주목을 끌고 있다. 

손오공의 최신규 대표이사가 남 의원과 성남 국제게임페스티벌(IEF) 조직위원회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손오공의 주가는 연일 급등하며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 남 의원이 파라텍의 지분(8.99%)을 보유한 전필립 회장과 함께 엄홍길휴먼재단에서 상임부회장으로 함께 활동 중이라는 소식에 파라텍도 상승분위기를 타고 있다.

야권 통합 소식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던 박 서울시장과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한 바 있던 김기수 대표가 있는 모헨즈도 꾸준히 등락을 반복하다 박 서울시장에 유리한 기사가 나오면 급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지방선거 테마주를 정리해 보면 이렇다. 박 서울시장 테마주는 ▲휘닉스그룹: 경기고 동기동창 ▲웅진홀딩스 & 웅진그룹: 과거 웅진재단 임원 ▲풀무원홀딩스: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사외이사다. 
정 의원은 ▲코엔텍: 전직 대표 현대중공업 2대 주주 ▲현대통신: 현대건설 전 사장이 현 대표 ▲한국내화: 조카가 사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무성 의원은 ▲엔케이: 사돈관계 ▲디지틀조선: 사장과 사촌 등이 있다. 
김 전 총리는 ▲우원개발: 사외이사가 고등학교 대학교 연수원 동문 ▲일진다이아: 누나가 지분 1.92%를 보유하고 있다. 

국내 정치테마주는 인과관계가 모호하고 실적과의 연관성도 희박한 게 태반이어서 자세한 내막을 모르는 개인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또 정치권 일부에서는 당의 움직임이나 당의 선거계획이나 방침 등 여러 내용을 미리 알아내 주가를 움직이는 세력도 존재한다. 사정당국은 이런 세력들을 색출하려 다방면으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적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와 함께 정치테마주의 대부분은 인맥이 실적과 연결되지도 않을 뿐더러, 정책테마주라 해도 실적 개선 여부는 불투명하다. 

금융감독원이 2012년 6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정치테마주로 알려진 147개 종목의 주가 흐름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테마주의 위험성을 잘 알 수 있다. 이들 종목의 평균 주가는 2012년 대선 기간 중 최고 62% 올랐지만, 대선 전날엔 같은 해 6월 1일 주가보다 0.1% 하락했다. 대선 이후엔 최고점 대비 50% 가까이 폭락했다. 

불공정거래도 정치테마주 단골메뉴다. 금융감독원이 분석한 147개사 중 49개사 종목에서 주가 조작 등 불공정거래 혐의가 포착됐다. 정치테마주 관련 47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는데, 이들이 취한 부당이득만 660억원에 달한다. 

일단 주가가 오를 때 차익을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금감원이 2012년 대선 이후 1년간 147개 테마주와 수익률이 좋은 150개 종목을 비교해보니 정치테마주는 8% 상승에 그쳤지만, 수익률 상위 150개 종목은 88%나 올랐다. 정치테마주를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 행보를 이어가면서 이와 관련된 주식도 들썩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최근 이상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는 DMZ테마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주의를 촉구하고 나섰다.
최근 금감원이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는 테마주는 DMZ 관련주로, 지난 8월 DMZ세계평화공원 건설 관련 평화자동차 사장의 기자회견 직후 후보지 보유업체를 중심으로 테마주가 형성된 바 있다.

금감원은 “정치 테마주는 풍문만으로 단기간 급등락할 뿐만 아니라 실적부진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상승하는 등 자본시장의 건전성을 해할 우려가 있다”며 “6월 지방선거에 편승, 정치 테마주가 다시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되므로 고위험 테마주에 대한 신중한 투자를 당부한다”고 밝혔다.

 

김재현 프리랜서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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