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천 후폭풍]기초단체장 선거 X맨 판친다!
[무공천 후폭풍]기초단체장 선거 X맨 판친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4-04-07 09:14
  • 승인 2014.04.07 09:14
  • 호수 1040
  • 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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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당 기초단체장·후보 “비슷한 이름 때문에...” 곤혹

박빙지역선 금품제공 무소속 출마 종용 소문까지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일요서울 | 홍준철 기자] 새정치연합이 당 안팎으로 ‘무공천’관련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는 가운데 안철수-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약속을 지켜라’며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안 공동대표가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 면회’를 신청하면서까지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청와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호남을 제외한 기초단체장 이하 출마자들의 당선이 불확실해지면서 불만이 최고조로 향하고 있다. 선거 판세는 불리한데 신당 지도부는 이렇다할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무소속 구청장 후보
김성환? 김생환?

특히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수족 역할을 담당하는 기초단체장, 광역/기초 의원들이 5월15일전 탈당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낙선된 후보자들이 재차 복당하지 않아 당이 와해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감도 확산되고 있다.

무엇보다 새정치연합 후보군들은 말 못할 해프닝부터 새누리당 후보의 ‘꼼수 정치’까지 겹치면서 울상을 짓고 있다. 특히 투표장에서 ‘기호’없이 자신을 알려야 하는 야당 후보들은 자신과 동명이인의 출현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다. 투표용지에는 이력이나 후보자 얼굴이 없고 달랑 이름만 적시돼 있는 상황에서 아무런 정보가 없이 투표소에 들어간 유권자의 경우 헷갈릴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곳으로 서울 노원구청장 선거가 꼽히고 있다. 현재 노원구 예비후보자를 보면 새누리당 후보로는 김양섭 정희개발 대표, 원기복 구의원, 정기완 전 부구청장이 출사표를 던졌고 새정치연합 소속 예비후보로는 김광수 시의원, 김생환 시의원, 김성환 현 구청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기호 1번으로 출마하는 새누리당 후보는 상관없지만 문제는 무소속으로 출마해야 하는 김성환 현 구청장의 경우 자신과 이름이 비슷한 김생환 시의원이 골칫거리인 셈이다.

지역 유권자들이 구청장에 대한 인지도가 높지 않은 가운데 이름마저 비슷해 20대와 60대 이상에서 표 분산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 같이 당이 공천할 경우에는 기호를 보고 찍으면 됐지만 무소속으로 출마할 경우 자칫 자신보다 앞서 기명된 김생환 시의원이 더 표를 가져가 새누리당 후보가 당선되는 웃지 못할 일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현직 프리미엄이라는 점을 기대하고 있지만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서울 중구청장 선거 역시 비슷한 경우다. 야당 후보로 김상국 전 부구청장, 김수안 전 구의회의장, 김충민 전 구청장대행, 송태경 전 시의원, 이용재 전 부구청장, 이용주 전 서울시 인재개발원장, 최강선 시의원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1차적인 문제는 대거 출마한 후보 교통정리가 문제다. 두 번째는 만약 이용재 전 부구청장과 이용주 전 서울시 인재개발원장이 동시에 출마할 경우 노원구청장 선거와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전국적으로 226개의 기초단체장 선거가 치러지니 10%만 동명이인이나 유사이름이 있을 경우 20여 군데에서 비정상적인 선거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여 후보, 야권표 가져갈 X맨 찾아라!

더 큰 문제는 이런 ‘무공천’의 허점을 이용해 새누리당 후보가 돈으로 후보자를 매수해 등록시킬 경우다. 여야 박빙의 선거구도로 치러지는 경우에는 치명적이지 않을 수 없다. 어렵게 야권 후보가 정리돼 무소속으로 단독 출마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새정치연합소속으로 서울에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지역에 흉흉한 소문이 돌고 있다”면서 “새누리당으로 기초단체장에 출마하는 여당 후보가 금품을 주고 사람을 사서 본선에 무소속으로 등록시켜 무소속으로 나온 야권 후보 표를 분산시키려 한다는 내용이다”고 우려감을 표출했다.

말인즉 여당 일부 후보가 금품으로 후보자를 매수해 X맨을 심어 적전 분열을 시도하고 있는 얘기다. 게다가 야당 후보와 이름마저 동명이인이거나 유사이름을 가졌을 경우에는 선거판에 치명적이다. 박빙의 선거구에서는 1천표 미만에서 당락이 가려지는 만큼 야당 무소속 후보 진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새정치연합 국회의원들이나 기초단체장들의 ‘무공천 철회’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3일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 출연해 “무공천을 하려면 차라리 정당을 해산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신 최고위원은 “작년에 있었던 (기초선거 무공천에 대한) 전당원 투표는 (여당과) 함께 무공천을 할 경우를 상정한 것이지 (야당만) 홀로 무공천하는 것을 상정한 것이 아니다”면서 “공천 여부에 대해 당내토론, 여론조사, 전당원 투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는 이목희 의원은 “기초단위의 선거에서 패하면, 결국 당의 근간이 무너지는 거다. 게다가 지금까지 당을 위해 봉사해왔던 사람들을 내쫓는 것이 말이 되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당내 중도 합리적인 성향의 우상호 의원 역시 보도자료를 통해 ‘전당원 투표로 공천여부를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 지도부 역시 박근혜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동시에 ‘무지개 선대위’를 구성해 투트랙전략으로 지방선거 총력지원에 나설 전망이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를 비롯해 문재인, 손학규, 정세균, 정동영, 김두관 상임 고문 등이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을 나눠 지원에 나서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이미 지난 대선에서 ‘용광로 선대위’ 체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선거에 어느 정도나 영향을 줄지 미지수다.

‘IT전문가’ 安
‘소설가’ 金 정치적 상상력 기대

결국 정치권은 새정치연합이 ‘무공천의 덫’에서 어떻게 빠져나올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키는 박근혜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약속을 지키겠다며 전향적으로 ‘무공천’을 수용하는 방법과 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전당원 투표를 실시해 ‘무공천’을 철회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하지만 현재 두 가지 방법 모두 실현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야권 일각에서는 지난번 안철수 공동 대표의 ‘IT적 상상력’과 김한길 공동대표의 ‘소설가적 상상력’이 더해져 ‘전격합당’과 같은 깜짝 선언이 또 나오지 않겠느냐는 체념 반 기대 반 태도를 보이고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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