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제조식에 티백 포함 안돼…가격차 입증 불분명
자체 기준 항목 많다 이유로 “엄격하다”는 설명 뿐
[일요서울 | 박시은 기자] 동서식품(대표 이광복)이 소비자를 혼동시키는 꼼수 마케팅을 부린다는 의혹이 등장했다. 같은 보리차 제품을 다른 상품처럼 이름만 바꿔 가격을 다르게 매겼다는 것이다. 더욱이 제조공정이나 위생관리를 명확하게 밝히는 기준이 없어 이를 이용해 소비자를 상대로 꼼수 마케팅을 벌였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또 커피믹스 제품에도 각 봉지별로 원재료 표시를 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의 당분 과다 섭취 우려도 깊어졌다.

동서식품이 같은 보리차 제품을 포장만 다르게 만들어 서로 다른 제품인 것처럼 판매했다는 구설에 올랐다. 특별한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일반과 유아용으로 나눠서 가격을 다르게 매기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일을 기준으로 대형마트 온라인몰에서 일반 동서 보리차인 순 보리차는(10g티백*30개입) 300g은 1970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유아용 순 보리차(8g티백*30개입) 240g은 2200원에 판매됐다. 유아용 순 보리차의 중량이 더 적은데도 더 비싼 가격에 팔리고 있는 것이다.
동서식품이 이 두 제품을 두고 ‘꼼수 마케팅’을 썼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는 두 제품의 설명서에 표기된 내용이 차이점보다 공통점이 더 많고, 차이점의 근거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두 제품은 모두 식품 유형이 침출차 형태이며 원재료와 함량은 모두 보리 100%다. 또 티백(여과지) 역시 모두 ‘폴리프로필렌 코팅종이제’를 사용하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유아용은 ‘국내산’ 보리를 사용하지만 일반 보리차는 ‘미국산’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동서식품은 일반 보리차 티백 제품에도 국산 보리차를 사용했던 적이 있지만 2010년 유아용 보리차가 출시된 후로는 가격이 더 비싼 유아용 제품에만 국산을 사용하고 있다. 또 유아용 보리차는 ‘마일드 로스팅’ 공법을 사용한다는 점 정도의 차이가 있다.
동서식품은 “유아용은 유아제조식에 맞게 더 철저한 검증과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된다”며 “두 제품의 차이가 없다는 내용은 완전히 잘못 알려진 내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동서식품이 주장하는 차이점이 구체적으로 증명된 것은 없다. 유아용 보리차에 적용되는 엄격한 기준과 다른 공정과정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공정을 살피는 기준은 식품의 ‘유형’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유형이라면 같은 기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동서식품의 두 보리차 제품은 모두 ‘침출차’라는 같은 유형으로 표기돼 있으므로 다른 기준으로 공정방법 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아조제식은 별도의 위생관리 기준이 존재하지만 이는 분유와 같은 ‘식사 대용제품’에만 한정된 기준이다. 보리차와 같은 티백 제품에는 별도의 기준이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동서식품이 일반과 유아용을 나눠서 판매하는 것을 두고 꼼수 마케팅이라는 오명을 벗기는 힘들다.
맛을 더 부드럽게 내기 위해 보리를 덜 볶는 공법인 마일드 로스팅을 사용한다는 점도 가격 차이가 발생할만한 큰 이유는 되지 못해 보인다. 업계 마일드 로스팅 공법은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즉 일반 보리차 제품과 유아용 보리차 제품 간의 객관적인 차이를 보여줄 수 있는 명확한 근거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더욱이 유아용은 ‘국내산’이라는 차이점에 대해서도 큰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모양새다. 국내산 보리를 사용할 경우 원산지를 정확히 밝히는 타사와 비교했을 때 동서식품은 원산지를 정확히 밝히고 있지 않다. ‘국내산 100%’라는 표기가 전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아용 보리차가 정말 국내산인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당분 과다 섭취 방치 논란까지
또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제품에 각 봉지별로 원재료 표시를 하고 있지 않아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분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동서식품의 커피믹스 포장지 겉면에 표시된 원재료는 커피 함량만이 13.3%로 표시돼 있고 나머지는 백설탕, 식물성크림(물엿·식물성경화유지·천연카제인·제이인산칼륨·제산인산칼슘)이라고만 표시돼 있다. 커피 함량만 알 수 있고 나머지 원재료의 함량은 표시된 것만으로는 알 수 없다.
반면 다국적 기업인 한국네슬레의 커피믹스 제품인 네스카페는 영양성분이 표시돼있어 당분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네슬레 측이 자율적으로 공개한 것으로 12g의 커피믹스 한 봉지 당 당류가 6.2g(전체 탄수화물은 9.4g)이 들어있다. 설탕은 영양학적으로 탄수화물의 일종인 대표적인 당류로 네스카페 커피믹스 당류 성분의 주를 이룰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기준으로 세계보건기구(이하 WHO)의 성인남성 기준 하루 당분 권고량으로 제시된 25g을 넘지 않으려면 네스카페 커피믹스는 4봉지가량만 물에 타 먹어야 한다.
WHO는 “과도한 당 섭취는 비만과 당뇨병, 충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당분섭취 권고량을 이전보다 절반으로 줄인 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런데 동서식품은 이를 살펴 먹을 수 있는 수치를 명확히 알려주지 않아 당분 과다섭취를 방치하고 있다는 문제를 지적받았다. 이 같은 경우 동서식품 뿐만 아니라 업계 전반이 지적을 받는 문제이기도하다. 다만 식약처 고시 상 커피믹스 제조회사의 의무사항은 아니기 때문에 영업비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면 이를 위법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동서식품의 한 관계자는 “보리차와 관련된 의혹은 말 그대로 ‘의혹’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유아용 티백 제품에 대한 기준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동서식품이 자체적으로 기준과 공정방법을 다르게 정해놓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유아제조식에 유아용 보리차 티백이 포함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그 규정에 맞춰서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자체 기준 항목에 어떤 것들이 있냐는 질문에는 “기준을 엄격하게 두고 있다”는 설명이 전부였다. “항목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또 국내산 보리차의 출처에 대해서는 “국내산이라는 것만 안다”고 말했다.
커피믹스의 원재료 표시에 관해서도 “배합 비율은 영업 비밀이기 때문에 표시하고 있지 않는 것”이라면서 “식약처에서 판매 승인을 받는 절차에서 어떤 문제도 없다는 것을 검증받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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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