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막판 뒷심 + 막강 자문단’…승자 기쁨 안겨
흑자경영 상태 기업 매각…먹튀 논란 불거져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증권가에는 ‘검은 머리 외국인’ 이라는 용어가 있다. 외국인 투자자로 등록돼 있지만 실제로는 한국인이거나 한국계 자금을 바탕으로 하는 투자자를 일컫는다. 이들은 단기적으로 치고 빠지는 투자전략으로 한국의 일반투자자처럼 주식매매를 한다. 이들의 수법은 비리의 온상으로 지적돼 2014년 사라져야 할 것으로 지목된다. 반대로 국내 기업명을 혼합해 쓰지만 실제로는 외국계 기업인 경우도 있다. GM대우, 홈플러스, 맥심 등과 같이 지분 전량이 매각된 회사도 있고, 에쓰오일처럼 지분의 절반 이상이 외국계기업에 매각된 사실상의 외국계 기업도 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을 국내 기업으로 생각하는 소비자가 많다. 이에 따라 [일요서울]은 국내 기업명이지만 지분은 외국계인 기업의 명단을 공개한다. 그 열두 번째는 ADT캡스(대표 브래드 벅월터)다.

길을 걷다보면 흔히 볼 수 있는 파란 마크가 있다. 팔각형 모양에 파란색으로 만들어진 ADT캡스의 패널이다. 무심코 길을 걸을 때는 모르지만 조금만 주의깊게 살펴보면 자주 눈에 띈다. 그만큼 생활 깊숙히 침투한 기업이다. 그런데 이 기업 속을 들여다보면 외국계 기업이다. 최근 칼라일 그룹(The Carlyle Group)이 ADT캡스 인수를 확정지었다. 이전까진 미국 타이코(Tyco)사가 주인이었다.
3일 인수합병(M&A)업계에 따르면 칼라일은 이날 ADT캡스 매각 주체인 미국 타이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다고 밝혔다. 거래가격은 약 2조1500억 원(20억 달러) 내외로 추정된다. 칼라일그룹은 워싱턴에 본부를 둔 사모펀드 회사다.
칼라일은 지난달 18일 열린 매각 본입찰에서 최고가를 써내 협상권을 따냈다. 이날 본입찰에는 칼라일 외에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AEP), 베인캐피탈-유니타스캐피탈 컨소시엄, 스탠다드차타드 프라이빗에쿼티(SCPE), IMM프라이빗에쿼티(PE) 등 총 6곳의 후보가 참여했다.
이 중 KKR와 어피너티가 칼라일과 최종까지 경쟁을 펼쳤지만 뒷심을 발휘하지 못했다. 두 후보군이 의기투합해 역전을 모색했지만 칼라일이 제시한 조건이 월등해 결국 고배를 마셨다.
칼라일은 막강한 자문단을 구축하는 등 초반부터 전의를 불태웠다. 특히 칼라일이 이번 인수전의 금융자문을 도이치증권과 UBS에 맡긴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또한 법률자문사로는 국내 법무법인 광장과 영국계 대형 로펌인 클리포드 챈스(Clifford Chance)를 공동 선임했다. ADT캡스 매각 주체인 타이코(Tyco)가 미국 기업인 점을 고려해 외국 로펌을 추가 선임한 것으로 분석된다.
자문단 외에 인수금융(Loan)을 주선할 금융사로는 한국외환은행과 KB국민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투자증권을 선임했다. 이들 금융 주선사는 9000억~1조 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지원할 것으로 알려졌다.
ADT(American District Tele-greaph)의 역사는 전신사업에서 시작됐다. 많은 사람들이 ADT가 무슨 뜻인지 궁금해 하는데 전신회사로 시작됐다는 사실에 놀란다. ‘전신'은 전보를 보내는 기술로, 모스부호로 유명한 모스가 1844년 발명했다. 이 후 전화나 인터넷 같은 통신 수단이 없었던 시대에 첨단 커뮤니케이션의 총아로 널리 활용됐고 각각 회사이름에 ‘District’란 이름을 넣어 사용했다. 1800년대 후반 미국 전역에 50만 대의 전화를 가설해 명실상부한 대서양 텔레커뮤니케이션의 중심으로 급부상했다.
세계 1위·140년 전통 고객맞춤형 기업 성장
1874년에 이르러 난립했던 전신회사들이 대대적으로 통합됐는데 이 때 미국 내 57개 전신회사들이 합병해 만든 회사가 ADT로, 오늘날 ADT의 전신이다. 그만큼 ADT의 역사는 오래됐다.
ADT캡스는 1971년 한국보안공사로 시작됐다. 1998년에 이르러서야 ‘캡스'로 회사명이 변경됐으며 1999년 미국 타이코(TYCO)그룹의 시큐리티 전문기업인 ADT 월드와이드사의 한국법인이 됐다.
ADT는 14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보안 전문기업으로 전 세계 고객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세계 최대 보안 전문기업이다.
ADT캡스는 출입통제 시스템, 종합 무인경비 서비스 영상감시 서비스, 통합보안 시스템(System Integrated System)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틈새 없는 모니터링 및 최단거리 출동 서비스를 가능케 하기 위해 신규관제 시스템 ADT 블루마스터(BlueMaster)를 구축하했다. 더불어 GPS 기반의 모바일 서비스, 경호 서비스 등 세계 1위의 시큐리티 회사인 미국 ADT사의 선진 기술과 서비스 노하우를 통해 고객에게 최고의 시큐리티 시스템과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계열사인 캡스텍, ADT시큐리티와 함께 고객에게 최적화된 통합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ADT캡스는 국내 고객에게 적합한 최상의 서비스 모델의 개발과 운영경험과 첨단 기술 노하우를 현지화해 최고의 안심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결과 세계 1위의 업체로 성장했고 전 세계 9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美 타이코그룹 비밀리 매각 진행
한편 이번 매각과 관련해 ADT노조 측은 다소 아쉽다는 입장이다.
타이코그룹이 1999년 ㈜캡스를 인수한 뒤 현재까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이어왔는데 이러한 흑자경영 상태인 ADT캡스를 매각한다면 또 하나의 악질적인 ‘먹튀’ 자본으로 남게 될 것이라 지적한다.
캡스노동조합에 따르면,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글로벌경기침체와 더불어 국내경기침체를 겪으면서 직원들의 낮은 임금인상, 임금인상시기 2차례 변경(2012년과 2013년), 승진시기 변경(2013년), 수년간 투자 동결로 노동강도 심화 등 직원들의 피나는 노력과 희생으로 회사를 성장시켜 왔는데 매각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전체 직원들이 허탈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