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외국계 금융 자회사들
사라지는 외국계 금융 자회사들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3-31 11:21
  • 승인 2014.03.31 11:21
  • 호수 1039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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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씨티…이름뿐인 지주사의 미래는

▲ <뉴시스>
명목 사라진 지주사, 적자사업 발빼기
남은 자회사는 은행 포함 단 두 곳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금융지주의 자회사 정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는 SC펀드서비스와 SC은행의 통합을 승인했다. SC펀드서비스는 자산운용사를 상대로 운용자산의 회계처리와 시스템 등을 지원하는 SC금융 자회사다.
또한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매각도 속도를 더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서는 해당 매물의 장부상 가치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인수자에 대한 보도가 이어졌다.

만약 SC금융이 발표한 대로 자회사 정리가 모두 끝나면 SC금융에 남는 계열사는 SC은행과 SC증권 단 두 곳뿐이다. 앞서 SC은행은 지난해 저축은행ㆍ캐피탈ㆍ퇴직연금 등을 모두 정리하겠다고 밝혀 금융권의 이목을 끈 바 있다. 이 세 부문은 수익성과 시장점유율 모두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SC은행은 2년 동안 공들인 퇴직연금 사업에서 시장점유율 0.1% 수준의 굴욕을 맛봤다. 타 시중은행과 달리 굵직한 기업금융 고객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SC은행은 향후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적자사업을 접었다.

저축은행과 캐피탈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저축은행은 타 저축은행들의 구조조정과 더불어 전반적인 업황 악화로 수익과 재무구조 모두 구렁텅이에 빠졌다. 캐피탈 역시 타 계열사의 지원으로 목숨을 연명하는 등 당기순손실을 이어갔다. 두 자회사는 SC금융 내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골칫덩이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당시 SC은행은 이들 부문을 정리하는 대신 상위 1%를 위한 프라이빗뱅킹(PB) 특화 서비스로 수익을 내겠다고 공언했다. 본격적으로 국내 개인금융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발표 몇 개월 만에 영국 SC그룹 본사는 국내에서의 입장을 뒤집었다. 한국 사업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전국 영업점을 25%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 바로 그것이다. 더불어 개인금융 영역에서 상당 부분 철수하겠다고도 밝혔다.

전과 판이한 사업계획은 SC금융의 탈(脫)한국 우려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이미 SC은행의 기업금융 약세가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법인영업 등에 주력하겠다는 방침도 혼란을 가중시켰다.

국내 영업점도 지속적으로 축소

현재 SC은행은 국내 영업점 350곳 중 100여 곳을 점차적으로 줄여 250여 곳만 남기는 안을 이미 실행 중이다. 기존에도 SC은행은 당초 440여 곳의 영업점을 20%가량 축소해 350여 곳으로 줄인 바 있다.

실제로 지난 2월 SC은행에서 특별퇴직한 직원은 200여 명에 달한다. SC은행은 본부 슬림화 정책을 발표하고 은행 경영진 및 본부 부서를 3분의 1씩 감축했다. 이에 해당 부서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이 희망퇴직 형식으로 은행을 나간 것이다.

게다가 국내 사업 수입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다. 지난해의 경우 SC금융의 국내 수익은 2012년 대비 약 15% 감소해 영업손실 규모가 2억 달러(약 2200억 원)에 근접했다. 이는 SC은행이 국내에 진출한 지 11년 만의 적자라는 이슈를 만들기도 했다.

또 피터 샌즈 SC그룹 회장은 SC은행의 수익성장률 목표를 두 자릿수에서 당분간 한 자릿수로 변경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피터 회장은 한국 영업권을 재평가해 10억 달러(약 1조1000억 원)를 축소한 바 있다.

같은 외국계인 한국씨티금융지주도 상황이 좋지 않다. 씨티금융의 주력 계열사인 씨티은행은 지난해 국내 영업점 218곳 중 22곳을 줄였다. 또한 씨티금융은 같은 해 말 씨티금융판매서비스(CFSK)를 정리해 씨티은행에 통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씨티은행의 인력 구조조정도 예상되고 있다. 앞서 씨티은행은 2012년 명예퇴직으로 200여 명에 달하는 직원을 감축한 바 있다. 이는 씨티은행의 국내 영업규모로 볼 때 결코 작은 수치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씨티금융 역시 씨티은행과 씨티캐피탈만 남은 형태로 전환되면서 외국계 은행을 가진 금융지주사들의 미래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외국계 금융들이 지주사를 은행에 통합시키는 형태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외국계 금융의 지주사 해체 및 은행 통합이 가시화되고 있다”면서 “지주사에 따르는 책임과 규제에 불만이 쌓인 외국계 금융이 운영 형태를 바꿔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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