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주식, 세력 붙었나
호텔신라 주식, 세력 붙었나
  • 김나영 기자
  • 입력 2014-03-31 11:09
  • 승인 2014.03.31 11:09
  • 호수 1039
  • 2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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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가치보다 부풀려져…작전주 논란까지
▲ 신라호텔

창이공항 입점ㆍ면세 한도상향…이미 알려진 호재에 반응
주가수익비율(PER) 30배 넘어도 몰려…고평가 이유는

[일요서울 | 김나영 기자] “누가 보면 작전주인 줄 알겠다.” 삼성家의 호텔신라 주식을 두고 나오는 말이다. 호텔신라 주식은 최근 지나친 급등으로 “마치 세력이 관여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눈길을 받고 있다. 실제로 코스닥도 아닌 유가증권시장에서 이와 같은 상승세는 이목을 집중시킬 만하다. 하지만 현재는 지나친 고평가로 일부 애널리스트들조차 매수 의견을 거둬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호텔신라는 꾸준히 우상향한 주식이다. 2009년 5월 호텔신라의 주가는 1만4000원선이었다. 2년 뒤인 2011년 4월에는 2만4000원 선으로 상승했다. 3년 뒤인 2014년 3월 현재는 최고가가 9만 원대를 넘나들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1년 전인 지난해 4월에는 5만 원대에 머물렀다. 불과 2개월 전인 1월에도 주문실수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6일 장중 5만5000원대를 기록했다. 당시는 호텔신라의 바닥선이 6만 원선으로 여겨지던 때였다.

그러나 6일 이후부터 3월 6일까지 두 달간의 그래프는 지나치게 가파르다. 종가 기준으로 1월 6일 6만5000원선이었던 이 주식은 3월 6일 종가 9만 원을 찍었다. 이후에도 지난 24일 장중 9만1600원 등 최근 두 달간 연일 신고가 행진을 거듭했다.

호텔신라가 이러한 행보를 거듭하는 내내 증권사들은 앞다퉈 추천 리포트를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었다. 대부분이 강력매수에 목표주가 상향으로 경쟁하듯 금액을 높여갔으며 이를 반영하듯 주가도 끝없이 올랐다.

박종대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호텔신라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5335억 원과 27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12.7%, 224.8% 증가할 것”이라며 “올해 10월부터 운영하는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과 허가를 기다리는 태국 시내면세점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고 분석했다.

또한 손윤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면세점 운영으로 호텔신라의 연간 매출액이 5500억 원에서 6000억 원가량 생길 것”이라며 “글로벌 점유율 확대가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 목표주가를 9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상향조정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성장 가능성 있지만 과열로 잠시 무너져

문제는 이를 뒷받침할 만한 힘이 다소 부족하다는 점이다. 물론 싱가포르 창이공항 면세점 입점이나 국내 거주자 면세 한도 상향과 같은 면세사업 부문의 몇몇 호재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이미 알려지거나 주가에 반영된 호재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지난해 호텔사업 부문의 리모델링 등 눈에 보이는 마이너스는 지나치게 간과됐다. 호텔신라에서 호텔이 차지하는 비중은 면세의 10분의 1 수준으로 작다. 그러한 호텔이라도 전관 폐쇄 후 공사하면 비용은 증가하고 수입은 감소하는 것이 당연하다.

호텔 부문의 서울 신라호텔은 지난해의 절반에 해당하는 7개월가량 리모델링에 돌입했다. 여기에 소요된 자금은 약 835억 원이다. 그동안 모든 객실과 업장은 닫혀 있었던 터라 매출도 없었다. 아무리 면세가 받쳐주더라도 2013회계연도의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주가는 이를 반영하지 않다가 아무런 사건이 없던 지난 25일 갑자기 무너졌다. 주가가 9만 원대이던 이날부터 외국인은 거대한 물량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외국인은 25일부터 28일까지 3거래일 동안 46만주가 넘는 주식을 내다팔았다. 28일 하루에만 16만주를 팔 정도였다.

기관도 25일부터 26일까지 이틀간 15만주를 팔다가 27일부터는 매수로 돌아선 상태다. 하지만 이는 외국인 매도 물량의 10분의 1가량에 불과했다. 결국 호텔신라가 단기조정을 받고 다시 올라갈지 혹은 박스권에 갇히거나 무너질지를 두고 증권가의 눈이 쏠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7일 시세탄력 둔화를 들어 호텔신라를 추천제외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자들은 “고평가된 호텔신라가 외국인과 기관의 차익 실현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급락하는 꼴”이라며 “증권사들도 추천 일색일 때는 언제고 바로 추천제외에 들어가 혼란스럽게 한다”며 성토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호텔신라가 고PER주인 만큼 그만큼 위험이 따르는 것도 사실”이라면서 “아무리 매수 리포트가 나오더라도 새로 진입하는 것보다는 당분간 관망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호텔신라의 배당금은 여전히 가장 낮은 수준으로 화제를 모았다. 호텔신라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59억3990만3400원을 현금으로 결산 배당한다고 밝혔다. 주당 배당금은 보통주가 150원, 우선주가 200원이며 시가배당률은 보통주 0.2%, 우선주 0.8%다.

이는 현금 배당을 결정한 곳 중 시가배당률 최하위인 네이버(NAVER)에 이어 두 번째다. 네이버는 시가배당률 0.1%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했으며 호텔신라ㆍ베이직하우스ㆍ경방ㆍLS네트웍스 등이 모두 0.2%로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했다.

nykim@ilyoseoul.co.kr

김나영 기자 nykim@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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