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청부에 경찰 매수?…실사판 영화 ‘황해’
살인청부에 경찰 매수?…실사판 영화 ‘황해’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4-03-31 11:04
  • 승인 2014.03.31 11:04
  • 호수 1039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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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고다교육 회장부부 막장드라마 따로 없네…
▲ <뉴시스>

살인 음모-사건은폐 의혹 “경찰 출두해 조사 받겠다”
뒤봐주는 배후설? ‘살인공모’ 의혹 풀 블랙박스 어디에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파고다교육그룹 고인경 전 회장(70)과 박경실 대표(59)의 부부싸움이 막장드라마를 연상케 하고 있다. 청부살인에 이어 사건 무마 청탁의혹까지 겹치면서 검찰조사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사건의 뒤를 봐주는 배후설이 등장하면서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한 편의 영화를 떠올리게 하는 정도다.

영화 ‘황해'를 연상해보면 조용히 처리하려 했던 청부살인 사건이 꼬여버리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그러자 청부살인의 배후가 밝혀질까 봐 불안해지기 시작한 조직폭력배 태원은 모든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구남(하정우 분)을 잡으려 하고, 이에 구남을 죽여 주겠다며 거래를 제안해 온 면가 또한 제거해버리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그야말로 영화에 지나지 않고 현실에선 불가능할 법한 일이다. 그런데 파고다교육그룹내 에선 가능한 일이었다. 돈 때문에 이 모든일이 가능했다는 게 씁쓸함을 남기지만 이런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을 주고 있다.

아울러 이번 사건에 뒤를 봐주고 있는 배후설 주장까지 나오고 있어 이목이 더 쏠린다.

한국학원총연합회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안경헌, 이하 비대위)는 “박 회장을 비호하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의 이름으로 준엄하게 경고한다"는 내용을 담은 자료를 배포했다. 박 회장이 맡고 있는 학원총연합회장직이 정치인들과 쉽게 교분을 쌓을수 있는 자리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2011년 제12대 회장으로 취임할 당시 박 회장을 축하하기 위해 여당과 야당 중진급 인사들이 직접 행사장을 찾거나 화환을 보낸 사실도 있다. 이날 행사장을 찾은 의원들 중엔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사람이 수두룩하다. 박 대표는 지난 26일 열린 총회에서 한국학원총연합회장에 재선임 됐다. 또한 교육열에 불타는 국내 상황을 보더라도 파고다교육그룹 정도라면 그 영향력이 상당했음을 예상해볼 수 있다.

2012년 연매출 800억 급성장

그렇다면 총망받던 교육자 집안에선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이번 일은 고 전 회장과 박 회장이 혼인을 맺은 197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 전 회장은 1969년에 한·미 외국어학원을 세웠지만 당시 경영상의 고충이 많았다. 그러나 아내인 박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급성장했다. 이 성과로 부인이 1994년 대표로 취임했고 2009년엔 경영을 총괄하게 됐다.

2012년에는 연매출 890억 원을 기록하는가 하면 서울 강남과 종로 등에 어학원 9개를 운영하고, 온라인 동영상 강의 사이트, 파고다서점 등 계열사도 거느리게 됐다.

문제는 1995년,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이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경영권을 장악한 박 회장이 고 전 회장 몰래 회사의 주식 지분을 딸에게 이전했는데, 전처의 딸보다 자신이 낳은 딸에게 더 많은 지분을 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이후 고 전 회장은 지난해 초 박 대표가 회삿돈 10억 원을 횡령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에 박 대표는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파고다어학원 부부싸움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고 전 회장의 사촌 동생 A씨가 박 대표의 뒤를 캐고 다닌다는 소문이 나돌자 이를 안 박 대표가 A씨를 살해하도록 했다는 고발장이 경찰에 접수됐다.
이런 가운데 박 대표가 사건 무마를 위해경찰에 7억여 원을 주고 사건 무마를 청탁했다는 의혹까지 더해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정수봉 부장검사)는 박 대표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건무마 청탁과 함께 브로커에게 거액을 건넸다는 첩보를 입수해 수사하고 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검찰 등에 따르면 박 대표는 자신에 대한 수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브로커 서모씨에게 수억 원을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해 말 다른 사기 사건으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브로커 서씨는 검찰에서 청탁과 관련한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랙박스’의 행방은?

한편 이번 사건의 핵심 자료로 떠오른 블랙박스의 행방을 두고도 설전이 이어지고 있다. 이 블랙박스에는 박 대표가 자신의 운전기사 박모씨에게 ‘고 전 회장의 측근 A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운전기사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박 대표에게 5억 원을 받았고, A씨를 살해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대표 측은 “브로커를 자처한 운전기사 박씨에게 검찰 수사를 잘 처리해달라며 12억 원을 건넸지만, 살해지시는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의혹을 해결할 핵심 열쇠가 박 대표의 승용차 블랙박스에 있다고 보고 메모리카드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달 박 대표의 집무실과 운전기사 박씨의 자택 압수수색 과정에서 메모리카드는 발견되지 않았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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