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형법 92조 6항’ 폐지 논란
‘군형법 92조 6항’ 폐지 논란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3-31 10:40
  • 승인 2014.03.31 10:40
  • 호수 1039
  • 1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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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한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군인 또는 군인에 준하는 사람에게)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하는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 처벌한다”는 ‘군형법 92조 6항’이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조항 속 ‘추행’의 의미에는 ‘합의에 따른 성적 접촉’도 포함돼 그동안 성적 소수자들과 인권단체의 비판을 받아 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17일 진선미 의원을 필두로 김광진·정진후·장하나·박원석·배재정·김재연·김제남·이상규·은수미 의원 등 10명이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끓는 물을 기름에 부은 격이다. 법률안이 발의되자마자 종교단체를 비롯해 일반 시민들도 크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진선미 의원이 제출한 ‘군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살펴보면 “현행 군형법 상에는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성행위 일반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는 반면, 제92조의 6항은 추행죄를 통해 강제성과 공연성이 없는 동성 간 성행위만 처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군대 내 이성간 성행위로 성군기를 훼손할 경우 징계를 통해 규율하는 반면, 동성간 성행위를 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게 되어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법률안 제출 동기를 밝혔다.

또 “군형법 상 추행죄는 입법정책적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 군형법 상 추행죄가 적용된 사건의 대부분은 형법 또는 성폭력특별법으로 처리할 수 있는 강제추행·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이라며 “2013년 4월 5일 군형법의 개정으로 성폭력범죄가 비친고죄화됨으로써 군형법 제92조의 6항은 결국 합의에 의한 성적 접촉만을 규율하게 됐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진 의원 측의 말을 정리하자면 군형법 92조 6항은 이미 사문화 한 법률로 합의에 의한 성적접촉만을 제재하고 있고 군형법 상 추행죄는 입법정책적 필요성이 현저히 낮다는 견해다. 반면 이 조항은 군인의 성적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평등권을 침해해 헌법상 평등원칙, 자기책임주의원칙,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보고 있다.

과거 판결 사례 “위헌성 인정”

군형법 92조 6항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6월 28일 김광수, 백미순, 박래군 외 5,687명이 군형법 상 추행죄를 폐지하라는 입법청원을 19대 국회에 접수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진 의원 측은 과거 보통군사법원, 인권위원회 등의 판결을 내세우며 법률안 폐지를 청원했다.

2002년에 있었던 군형법 상 추행죄에 대한 헌법재판소 결정(2001헌바70)에서 주선희, 송인준 헌법재판관은 “오늘날과 같이 성에 대한 사회적 의식 및 제도가 개방된 사정하에서는 공연성이 없고 강제에 의하지 않은 동성간의 추행을 군의 전투력 보존에 직접적인 위해를 발생시킬 위험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따라서 이를 금지하는 군형법 상 추행죄는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된다”라고 위헌 의견을 개진한 바 있다.

2008년 제22사단 보통군사법원에서는 군형법 상 추행죄에 대해 위헌성이 있다고 보고 위헌법률심판을 직권 제청했다.

2010년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위의 보통군사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따른 위헌법률심판사건에 관해 이 조항이 과잉금지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므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폐쇄적인 단체생활 특수성 감안해 처벌 OK

국가인권위 등의 ‘위헌성 인정’에도 불구하고 군형법 92조 6항 폐지는 “군대 내 동성애를 허용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의견이 많다.

중요한 것은 이 조항이 비정상적인 성적 만족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법률 개정을 통해 대상도 동성은 물론 이성 모두에게 적용이 된다. 또 헌법재판소는 2011년 군대 내 동성애를 ‘군기문란’으로 규정해 징역형을 선고하도록 한 군형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도 나왔다.

당시 헌법재판소는 군인이 동성애 행위를 하면 강제성 여부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징역형 처벌을 받도록 한 군형법 제9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5(합헌) 대 3(위헌) 대 1(한정위헌)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합헌 결정이유는 “남성 의무복무자들이 장기간 폐쇄적인 단체생활을 해야 해 동성 간 비정상적인 성적 교섭 행위가 발생할 가능성이 큰 군대에서 이 부분만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는 점이었다.

반대 3인 재판관은 “군형법 상 추행죄는 강제에 의한 행위와 합의에 의한 행위를 동일하게 처벌함으로써 가벌성이 현저히 다른 행위를 대등하게 처벌하게 하고, (중략) 행위자의 예견가능성을 저해하여 자기책임주의원칙에 반하고, 수사기관, 공소제기기관과 재판기관의 자의적 해석을 초래한다”고 위헌성을 인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대는 명령을 생명처럼 여기는 조직이다. 이러한 조직 속에서 부하에 대한 상관의 추행은 이성, 동성을 가리지 않고 발생할 확률이 매우 높다. 최근 늘어나는 군대 내 성폭력 문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또 지난해 상관의 성폭력과 가혹행위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15사단 오혜란 대위 사건만 봐도 피해자인 하급자가 상관에게 문제 삼기란 쉽지 않다.

진 의원 측은 군형법 92조 6항은 편견 때문에 기본권을 억압하는 악법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측은 성명서를 통해 “동성애는 어떠한 형태로든 절대 허용되어서는 안 되며, 특히 상명하복이 분명한 군대 내에서는 동성애를 처벌하는 규정을 엄격히 준수하여 피해를 당하는 하급자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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