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사건 대책위 여준민 사무국장 인터뷰
형제복지원사건 대책위 여준민 사무국장 인터뷰
  • 오두환 기자
  • 입력 2014-03-31 10:27
  • 승인 2014.03.31 10:27
  • 호수 1039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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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이 사람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가뒀는지 명명백백하게 가려내야 한다"
▲ 형제복지원사건 대책위 여준민 사무국장 <뉴시스>

[일요서울 | 오두환 기자]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세상이 시끌벅적하다. 전대미문의 사건으로 정치·사회계와 시민들까지 언론을 주시하고 있다. 과거 인권유린 사실만으로도 충격적인 가운데 피해자들의 증언 또한 경악스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이 사건은 2012년 11월 피해자 한종선씨가 형제복지원에서 겪은 일들을 엮어 만든 ‘살아남은 아이’라는 책이 발간되면서 1987년 이후 또다시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후 2013년 4월부터 형제복지원사건 진상규명 대책위원회 준비위가 구성됐고 같은 해 11월 드디어 대책위가 만들어졌다. 여준민 사무국장은 대책위가 만들어진 이후 피해자들과 함께 자료를 수집하고 시민들에게 진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요서울]이 여준민 사무국장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형제복지원 사건이 27년 만에 재조명되고 있다. 사건을 간단히 소개한다면.
- 한국사에서 단일한 장소에서 벌어진 최대의 인권침해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사건은 진상규명이 철저히 돼서 한국의 아픈 역사 슬픈 역사로 제대로 기록돼야 한다. 그래서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고 그것에 대한 책임을 질 사람은 누구인지 사회 전체적인 책임은 무엇인지와 함께 사회·역사적인 반성으로 남아야 한다.

▲ 현장 조사를 다녀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 현장을 가야 감이 좀 올 것 같아서 갔다. 주변에서 그 터가 다 없어 졌다고 하더라. 건물도 다 허물고 아파트가 들어섰다고 했다. 가 봐도 옛날 흔적을 찾을 수 없을 거라는 말이다. 하지만 확인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갔는데 가기를 잘 한 것 같다.

▲ 행복복지사건 '진상조사' 요구 집단진정 기자회견

▲ 구체적인 피해사례를 소개한다면.
- 형제복지원에 수용인원이 가장 많았을 때는 3700명까지 수용됐었다고 한다. 1975년부터 1986년까지 따지면 수용자만도 2만 명 정도다. 피해자분들에 따르면 뒷산에 십자가 표시로 무덤을 많이 만들었다고 한다. 그냥 암매장한 거다. 시체가 썩은 물이 흘러내리면 진흙하고 범벅이 된다. 수용자들은 너무 배가 고파서 그걸로 진흙과자를 만들어 먹었다고 한다.

▲ ‘한국판 아우슈비츠 수용소’라고 불릴 정도로 피해상황이 심각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가능했을까.
- 처음엔 박인근 원장 책임인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 보니 박 원장 책임일수도 있겠지만 실은 사회·국가가 만들어낸 범죄였던 거다. 이게 국가와 개인이 결탁해서 하지 않으면 도저히 가능하지 않은 사건이었다. 우리가 얘기하는 진상규명은 개인처벌이 아니고 왜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국가는 왜 내무부 훈령 410호라는 것을 만들어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쓰레기 취급하며 가두려고 했는지 명명백백하게 가려내려고 한다.

▲ 일반인들조차 이번 사건을 충격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다. 시민들이 이번 사건을 어떻게 바라보길 바라나.
- 사람들은 ‘형제복지원’하면 사건은 대부분 알고 있다. 그리고 옛날에 다 폐쇄되고 해결되지 않았나. 원장도 감옥 갔다 왔잖아라고 말한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간과한 것이 피해자들이다.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적이 한 번도 없다. 그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그들이 왜 그곳으로 갔는지 그곳에 갔다 오고 나서 그 안에서 어떤 일들을 당했고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한 번도 밝혀진 바가 없다. 대책위가 꾸려진 것도 피해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통해서 진실을 전하기 위해서다. 피해자들에게 듣는 이야기들이 너무나 어마어마한 인권침해이고 고문이었다. 시민들도 피해자들을 위해 진실을 위해 더욱더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

▲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당시 박정희·전두환 정권, 부산시 등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1975년 12월 5일에 만들어진 내무부 훈령 410호는 박정희 정권 때 만들어진 것이다. 박정희 때부터 시작이 됐고 1986년, 1988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때 전두환 정권이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가속화 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이 사람이 아주 훌륭한 사람인데”라며 훈장도 주고 박 원장을 비호하기도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사건은 국가와 개인이 결탁하지 않으면 일어날 수 없는 사건이다. 그래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사건이 너무 오래돼 공식적으로 안행부나 부산시에 자료를 요청해도 “너무 오래된 거라 자료가 없다”는 것이 공식적인 답변이다. 하지만 자료라는 게 지하 창고에 파 묻혀 있을 수도 있다. 그걸 다 뒤 집어 봐야 한다. 민간단체로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특별법을 발의한 거고. 수사 권한을 가진 국가기관이 조사를 해야 한다.

▲ 과거 인권위에도 진정을 제기 했던 걸로 아는데?
- 지난해 말 대책위가 피해자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국가차원에서 조사하도록 안전행정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집단진정을 제기했으나 인권위는 1년 내 발생한 사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2005년 참여정부 때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진상규명 기회가 있었지만 피해자 상당수가 저학력자이거나 구타로 정신이상자가 돼 진정을 할 수 없었다. 위원회 역시 형제복지원 사태를 과거사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 우리 문제가 정책과로 넘어갔는데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6월에 인권위 주최로 토론회가 있을 예정이다. 크게 역할을 할 수는 없어도 인권위가 책임감을 갖고 이 사건을 보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있다.

▲ 박 원장에 대한 처벌도 문제다. 공소시효 문제도 있고 어떻게 생각하나.
- 공소시효도 걸리는 부분이다. 하지만 일단 박 원장에 대한 책임보다 당시의 국가정책과 우리 사회가 어떻게 이걸 용인했는가가 중요한 문제다.

▲ 특별법 발의안 상임위 배정도 문제가 되고 있는데.
- 상임위가 안행위가 아니라 복지위로 결정이 됐다고 들린다. 지금 이 안건은 복지위로 갈게 아니다. 그런데 안행부에서 이 건은 복지위로 가야할 건이라고 했다고 한다. 진선미 의원이 발의를 한 것은 이 건이 안행위 건이라고 못을 박고 간 건데 안행부가 이건 복지부로 떠넘긴 거다. 이것 자체가 책임회피이고 국가책임이라는 것을 벗어나려고 하는게 아닌가 한다. 사회복지시설 문제니까 복지부가 맡아야 한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다.

freeore@ilyoseoul.co.kr

오두환 기자 freeor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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