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만난 낯선 여인’이라는 영화같은 이야기가 현실로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곳은 다름 아닌 대구와 부산. 이 지역은 특히 유흥문화가 발달되어 있기 때문에 ‘외롭지 않은 밤’ 을 보낼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이들이 주로 가는 업소는 나이트 클럽과 룸살롱. 서울 여성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2%’가 있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공통된 말이다. “지금이야 서울과 지방간의 문화차이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아직도 서울에서 맛볼 수 없는 새로움이 있기는 하다. 특히 서울 사람에 대한 지방 여성들의 동경 때문에 나이트를 가도 부킹이 잘되고 룸살롱에서도 한결 재미있게 노는 것이 사실이다.”(최모씨·모자 디자이너)“넓다고는 하지만 때로는 좁은 곳이 서울이기도 하다. 가끔씩 아는 사람을 길거리에서 마주치기도 하지 않는가. 그런 점에서 서울에서 다른 사람 눈치 안보고 마음껏 놀기는 힘들다. 하지만 지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는 자유를 느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모씨·직장인)한번 마음먹고 간 여행이기에 이들이 ‘노는 수준’은 상당하다는 것. 일단 나이트 클럽에 입장해서는 웨이터에게 상당한 액수의 돈을 쥐어주며 ‘몸매와 얼굴이 되는 여성을 부킹해 달라’고 부탁한다. 이렇게 해서 1차로 부킹이 되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원나잇스탠드’의 가능성 여부.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으니 조용히 잠만 잘 수는 없다’는 결연한 의지를 불태우는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대구 유성에 위치한 L나이트 클럽의 한 웨이터는 “서울에서 내려온 사람들은 눈빛부터 다르다”며 “어떻게든 본전을 뽑고 가려는 생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웨이터의 부킹실력이 마음에 차지 않으면 다른 웨이터에게 ‘뒷돈’을 주면서까지 무한정 부킹을 이끌어 내려고 한다고. 그러나 부킹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여성들 역시 같은 지역의 사람보다는 서울에서 온 사람과 즐겁게 놀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어색하게 같은 동네에서 만날 수 있는 가능성 자체를 아예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싶어서 이다.
나이트 클럽에서 만난 한 여성의 이야기다. “맘 편히 만나요.”“고속철도가 개통하고부터 서울 남자들이 금요일에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사실 은근히 서울 사람들과의 부킹이 기다려지는 것이 사실이다. 어차피 하루만 지나면 서울로 올라갈 사람들이고, 따라서 서로를 귀찮게 할 가능성도 없기 때문이다.”룸살롱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지방의 경우 오히려 서울 쪽보다 더 재미있다는 것이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다. 일단 ‘나가요걸’들도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고 한다. 서울의 경우 철저히 규격화된 룸살롱 시스템에 따라 움직이고 때로는 2~3테이블에 동시에 들락거리는 ‘따블’과 ‘따따블’ 등이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맛이 많이 떨어진다. 하지만 지방의 경우 아가씨들이 훨씬 순진하고 때로는 개인적인 만남도 가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색다른 맛’을 원하는 남성들이 몰리고 있다.
“지방 룸살롱 아가씨들은 시키면 시키는대로 다한다. 서울 아가씨들은 잔머리 굴리며 술도 덜먹으려 하고 이것저것 지능적으로 피해가지만 지방은 다르다. 룸살롱 아가씨라면 대부분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들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아직 순수한 면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박모씨. 전문직)하지만 일부에서는 이와같은 유흥문화가 새로운 폐해를 나을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이른바 ‘현지불륜’이 대거 양산될 수 있다는 것. 서울과 지방간의 이동시간이 짧기 때문에 얼마든지 현지에 불륜 상대를 둘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남성은 이를 ‘불륜 전국구 시대’라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 불륜 전국구 아닌가. 옛날에야 부산에 애인을 둔들 무슨 수로 어떻게 만날 것인가. 하지만 고속철도가 있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주말을 이용해서 언제든지 짧게 만날 수 있다. 또 사실 하룻밤만 놀고 온다고 한들, 남녀가 서로 정이 들면 핸드폰 번호 주고받다가 서로 애인 관계로 발전하는 거 아니냐.”한국철도 1백년의 역사 중에서 최대의 혁명이라고 불릴 만한 고속철도. 그만큼 편리한 점도 많겠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 ‘시간차’를 이용해 색다른 유흥투어를 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박경민 르포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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