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삼성가 차기대권 손잡나
노대통령-삼성가 차기대권 손잡나
  • 홍성철 
  • 입력 2004-12-28 09:00
  • 승인 2004.12.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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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과 국내 최대 재벌그룹인 삼성가의 관계가 심상치 않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처남인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주미대사로 깜짝 내정됐기 때문이다.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 참여정부 첫 정통부 장관에 발탁된 이후 두 번째 ‘삼성맨’ 입각이다. 하지만 홍 회장의 현정권 참여는 진 장관 입각 보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엇보다 홍 회장이 삼성가와 인척관계를 맺고 있고 재벌 언론사 발행인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홍 회장은 정치지향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홍 회장의 발탁 배경과 관련해 갖가지 억측이 난무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평가와 무관치 않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차기 대권 제3후보론과 맞물려 이른바 ‘노무현-삼성가 대권밀약설’ 의혹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다.밀약설의 중심에는 노 대통령과 삼성 이건희 회장이 자리잡고 있다.

진 장관에 이어 홍 회장 발탁 이면에는 두 사람의 사전 조율 내지는 물밑 교감이 불가피했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진 장관은 이 회장이 삼고초려해서 발굴한 대표적인 삼성맨이고, 홍 회장은 이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씨의 친동생이기 때문이다.홍 회장 발탁 배경과 관련해 김우식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미 정부 차원의 관계는 매우 돈독해지고 있으나 아쉬운 것은 미 사회 여론과 지식인들을 향한 대한(對韓) 인식을 고양시켜야 한다는 것”이라며 홍 회장의 역할론을 강조했다.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노 대통령이 ‘홍석현 빅카드’를 꺼내든 배경에는 보이지 않는 정치적 노림수 내지는 밀약이 내포돼 있을 것이란 의혹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노무현-삼성가대권밀약설도 바로 이러한 의혹에서 기인한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이후 노무현 정권과 삼성가의 밀월관계 징후는 곳곳에서 감지됐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사상 초유의 정치인 사정 태풍을 몰고 왔던 불법대선자금수사.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노 대통령의 강한 의지와 맞물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불법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현역 의원을 포함한 20여명의 정치인이 사법처리됐다. 하지만 대선자금 수사의 한 축을 형성했던 삼성 등 대기업은 대부분 면죄부를 받았다. 특히 여야 정치권에 수백억원대의 정치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드러난 삼성은 실무자 몇 명만 사법처리 됐을 뿐 오너 일가는사법처리망을 벗어났다.삼성그룹이 전사적으로 추진했던 기흥 삼성전자 증설 허가건과 골칫덩어리였던 대구 삼성상용차 부지 처리 문제가 해결된 점도 현정권과 삼성간의 밀월관계를 뒷받침하는 정황들이다.홍 회장이 발행인으로 있는 중앙일보도 현정권과 막후 밀월관계를 유지해 왔다.

지난 2월14일 노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이뤄진 노 대통령과 홍 회장간의 특별인터뷰는 이러한 밀월관계를 대변하고 있다. 이날 특별대담은 ‘빅3’인 조중동 가운데 최초로 노 대통령 인터뷰라는 의미 외에 대담 시간만 장장 3시간 반이라는 기록을 남겼다. 대담 분위기도 화기애애했던 걸로 당시 참석자들은 전하고 있다.이후 참여정부와 조중동간의 파워게임 와중에도 홍 회장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언론정책을 옹호하는 등 우회적으로 노 대통령의 언론관을 막후 지원했다. 노 대통령과 직접적인 정치적 인연이 없는 홍 회장이 주미대사로 깜짝 발탁된 배경에는 홍 회장의 이러한 우호적 행보 및 중앙일보와 현 정부간의 보이지 않는 밀월관계가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이처럼 현정권과 삼성가(중앙일보 포함)의 밀월관계는 홍 회장의 주미대사 발탁이후 ‘대권밀약설’ 의혹으로 증폭되고 있는 형국이다.

노 대통령은 대선 최대 공약인 각종 개혁정책을 임기내에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해서는 경제 언론 인적 인프라 등을 장악하고 있는 거대조직 삼성의 막후 지원이 절실할 것이고, ‘대망론’ 플랜을 물밑 가동하고 있는 삼성가 입장에서는 현정권과의 밀접한 관계 설정이 불가피할 것이란 게 밀약설의 골자다.특히 정치자금 문제 등 정권이 바뀔 때마다 홍역을 치러야 했던 삼성가 로열패밀리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대망론’ 플랜을 모색해 왔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홍 회장은 97년 대선이후 그가 대주주로 있던 보광그룹 탈세혐의(99년 10월) 사건에 연루돼 구속되는 수모를 겪어야 했고, 2002년 대선이후에는 불법대선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삼성 임원진이 고초를 감내해야 했다. 삼성 입장에서는 수백억원대에 달하는 거액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정치권에 상납하고도 그 부메랑에 고통받아야 했던 것. 이처럼 정치권과의 악순환이 계속되자 삼성가 내부에서는 차라리 대권주자를 양성해 삼성의 힘으로 정권을 창출하는 이른바 ‘대망론’을 물밑 강구해 왔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핵심 측근인 진 장관이 참여정부 초대 내각에 참여한 것이나 홍 회장이 주미대사에 깜짝 기용된 배경에는 삼성가의 이러한 ‘대망론’과 맞물려 있을 것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홍 회장과 진 장관 외에도 남궁석(삼성 SDS 대표이사 출신) 국회사무총장, 정순균(중앙일보 출신) 국정홍보처장, 한행수(삼성중공업 대표이사 출신) 주택공사사장 등 주요 ‘삼성맨’이 정관계 요직에 두루 포진해 있는 것도 ‘대망론’과 무관치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여기에 홍 회장의 동생인 홍석규 보광그룹 회장은 외무고시 출신으로 대통령 비서실, 주미대사관, 외무부 등에서 근무했던 정통 외무관리 출신이고 막내 동생인 홍석조 인천지검장은 현직 검찰 간부로 활동하고 있다.따라서 정치권 관계자들은 삼성가의 물밑 ‘대망론’과 정치지향적인 홍 회장의 스타일에 비춰볼 때 그가 현정부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대권행보를 걷게 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삼성가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홍 회장을 잠재적인 ‘대망론’ 적임자로 낙점하고 그를 적극 지원할 것이란 소리가 나돌고 있다.

여권 일각에서도 홍 회장을 차기 대권주자군에 포함시키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여권 주변에서 나돌고 있는 차기주자 제3후보론과 맞물려 홍 회장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는 형국이다.제3후보론은 여권내 차기주자로 분류되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두 장관과 이해찬 총리 등으로는 정권 재창출이 불가능할 것이란 회의론을 바탕으로 제3의 인물을 영입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제3의 인물군에는 고건 전총리를 비롯해 홍 회장, 정운찬 서울대 총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특히 홍 회장의 경우 삼성이라는 거대 조직과 막강한 자본력을 흡수할 수 있고, 무엇보다 여권의 취약지역인 영남권에서 지지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이라는 점에서 여권 영남사단이 물밑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제3후보론은 아직 공론화 단계에 접어들지 못했고, 삼성가 대망론 플랜과 맞물린 ‘노무현-삼성가 대권밀약설’ 의혹도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다만 현정부와 삼성가의 작금의 밀월관계와 향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그리고 변화무쌍한 정치지형을 감안하면 양측이 대권을 담보로 밀약을 체결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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