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나원의 알·조·직
구나원의 알·조·직
  • 구나원 전문강사
  • 입력 2014-03-24 14:54
  • 승인 2014.03.24 14:54
  • 호수 1038
  • 4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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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나한테 호감이 있는 줄 알았지

상대방을 배려해 건전한 소통문화 갖는 것이 우선
착각에 빠지기 전 5초만 더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현주는 오후 4시부터 11시까지 근무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10시께 점주 박씨가 현주와 손님 간에 시비가 발생했다는 연락을 받고 편의점에 왔다. 일이 정리가 되고 오후 11시께 근무를 마친 현주와 박씨는 편의점 인근에서 술자리를 가졌다.

자정 무렵 두 사람은 술자리를 파하고 잠시 도로변에 서있었는데, 박씨가 갑자기 현주를 껴안고 얼굴을 포함한 온몸에 힘을 가하며 현주를 더듬었다. 놀란 현주는 완강하게 거부한 후 자신의 차를 세워둔 지하주차장으로 갔다. 박씨는 현주를 뒤따라가서 “(집에)들어가지 마라”고 말했고, 이에 현주는 “많이 취했다”고 말한 뒤 귀가했다.

다음 날 박씨는 편의점으로 나와서 현주에게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 나 정말 미쳤었나봐. 차라리 그때 나 때리지 그랬어?”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주는 진심 어린 사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며, 일을 그만 두기로 하고 후임자에게 인계되는 시점까지만 일을 하기로 했다.

(1주일 후)
오전 7시께 현주는 박씨에게 개인사정이 생겨서 근무시간을 바꿀 수 있을지 물어보기 위해 편의점에 들러 연락을 했다. 이에 박씨가 편의점으로 직접 나와 함께 아침식사를 하게 됐다. 현주는 지난 주 일에 대한 사과를 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식사를 마치고 함께 탄 차 안에서 “모텔이란 말을 떠올리니 마음이 심하게 뛰고 어쩔 줄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박씨에게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수치심이 들어 곧바로 편의점 근무를 그만 두었다. 그리고 본사 담당자에게 유선상으로 내용을 알리고, 박씨에게는 항의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런 상황에서 박씨는 현주의 입장과는 다른 내용을 주장했다. 본인과 아르바이트생 현주는 비슷한 또래이기도 해서 친구처럼 말을 트고 지내는 편한 사이라고 하며, 술자리를 파한 후 길가에 서있다가 포옹한 것도 서로를 좋아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해서 한 일이었고, 현주의 거부 반응에 바로 다음 날 현주에게 사과를 한 뒤 다시 편하게 지냈다고 한다. 그리고 얼마 후 현주로부터 전화가 왔다. 이른 아침부터 전화한 것으로 보아 당연히 본인에게 호감이 생겨 연락 온 것이라 생각했고, 둘 다 식전이라 아침식사를 같이했다. 그리고 현주가 먼저 “나 지금 집에 가면 잠 못 자는데…”라는 말을 하길래 “그럼 드라이브나 하자”고 제안했고 차로 이동하던 중 길가에 모텔이 보여서 “같이 모텔 갈까?”라는 물었는데 이에 현주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면서 정색을 했고, 그 이후 현주는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처럼 행위자는 서로 호감이 있는 듯해서 한 행동이라고 하고, 피해자는 수치스러웠다고 하는 경우. 그리고 근무시간이 끝난 후에 근무처가 아닌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직장 내 성희롱으로 볼 수 있을까?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에 따르면 ‘성희롱’은 공공기관의 종사자, 사용자 또는 근로자가 그 직위를 이용하거나 업무 등과 관련해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을 말한다. 어떠한 행위가 성희롱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주관적 사정뿐 아니라 당사자의 연령 및 당사자 간의 관계, 성적 언동의 사실관계, 행위가 행해진 장소와 상황, 행위 상대방의 명시적 또는 추정적인 반응 등의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게 된다.

위 사례에서 박씨와 현주는 편의점의 점주와 직원의 관계에 있었고, 두 사람이 함께 근무하지는 않았지만 편의점에서 일어난 현주와 고객의 시비를 해결하기 위해 나왔다가 그 직후 술자리로 이어진 점에서 볼 때 업무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일주일 후 아침 일에 대해서 현주는 근무시간 조정이 필요해 연락을 했다가 만나게 되었다고 하지만, 이에 반해 박씨는 사적인 만남으로 생각했다고 말한다. 이처럼 엇갈린 진술을 하는 점에서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는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맨 처음 술자리를 가진 후 심야에 박씨는 현주를 끌어안는 등의 신체접촉을 하고, 집에 가려는 현주에게 “들어가지 마라”고 말한 것은 명백한 성적 언동이다. 이에 대해 명시적인 거부 의사를 밝힌 현주가 성적 굴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데에 별다른 의문의 여지가 없다.

다음 날 박씨가 현주에게 사과 한 것과는 별개로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모텔에 갈 것을 제안하는 성적 언동이 있었지만 그 언동 자체는 엇갈린 진술로 인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업무 관련성을 입증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이미 발생했던 성적 굴욕감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라 보여지며 현주가 본사담당자에게 유선상으로 퇴사사유를 이야기한 것과 박씨에게 보낸 항의문자에서 일관성을 인정할 수 있다. 그래서 위의 내용 중 맨 처음 술자리에서 이어진 박씨의 성적언동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제5호가 규정한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직장 내 성희롱예방교육에서 가해자로 지목되었을 때의 대처요령은 제일 먼저 즉시 사과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례처럼 가해자의 사과가 피해자에게는 진심 어린 사과로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수치심이나 불쾌감 등이 지속될 수도 있다. 만약 범죄가 일어났는데 “미안합니다”라고 사과를 하더라도 그 범죄사실이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사과를 하되 피해자의 마음을 충분히 풀어 줄 수 있도록 진심 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

'실 엉킨 것은 풀어도 노 엉킨 것은 못 푼다.'라는 속담이 있다. 사소한 입장차이로 시작된 작은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지만 쌓여서 큰일이 된 후에는 좀처럼 해결이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고 사소한 오해가 쌓여서 큰 문제가 되기 전에, 현명하게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는 업무상 마주하는 상대방에 대한 주의를 기울여서 건전한 소통문화를 갖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례에서처럼 직장 내 성희롱은 상대방의 생각을 무시한 채 생각하는 ‘괜찮을 거야’와 같은 본인의 착각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 내 말과 행동에 불편해한다면 기분 나빠하기 전에 상대의 입장에서 이해해보도록 하고, 착각에 빠지기 전에 5초만 더 생각한다면 직장 내 성희롱 예방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건전하고 능률적인 조직문화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구나원 전문강사>

 

구나원 전문강사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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