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가 짧은 시간 안에 고도성장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기업과 사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이들 기업가들은 독특한 경영이론과 기법들을 창안했으며 한국의 기업풍토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과 경영이론들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삼성을 창업한 이병철은 인재제일주의를, 현대의 정주영은 생산의 혁신을, LG의 구인회는 인화모델을 각각 창안해 냈다. 현재 대한민국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이들 1세대 창업자들의 도전과 혁신적인 창업정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일요서울]은 한국 경제의 한 획을 긋고 있는 기업들의 창업스토리를 출판물 또는 기존 자료를 통해 다시금 재구성해 본다. 마흔 여섯 번째 창업스토리의 주인공은 한국 최초 커피브랜드, 할리스커피(대표 신상철)다.
우리나라의 커피문화는 어느 순간 바람이 일어나 새로운 원두커피 문화를 세웠다. 스타벅스가 들어서면서부터일까? 아니다.
사실 한국시장에 처음 외국계 커피전문점들의 공세가 시작되기 이전인 1998년에 서울 강남역 한가운데 오픈해 한국 젊은이들의 고급 커피문화를 일깨웠던 기업이 있다.
바로 할리스커피다.
한국 첫 에스프레소 전문점
할리스커피는 순수 국내브랜드로 1998년 서울 강남에서 국내 첫 에스프레소 커피 전문점을 개점했다. 당시에 인테리어만으로 승부를 거는 일반적인 원두커피 전문점이 포화상태에 이르자 소비자들은 식상함을 느끼고 있었다. 그때 신세계가 도입키로 한 신개념 ‘테이크아웃(Take Out)’형 커피전문점인 미국의 ‘스타벅스’ 추진팀의 일부가 독립해서 만든 것이 할리스커피다.
할리스커피는 스타벅스가 진출하기 이전부터 한국 대표 커피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할리스커피는 국내 최초이자 국내 대표 커피전문점이 되기 위해서 향기와 빛깔이 좋고 부드러운 맛을 선호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개발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신맛과 쓴맛이 강하지 커피를 선호했기 때문이다. 할리스커피는 각고의 노력 끝에 이를 개발해냈고, 국내 최초의 독창적인 테이크아웃형 에스프레소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1998년 6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1999년 6월 분당 로마고속주유소점(가맹점 1호점)부터 본격적인 프랜차이즈화를 시작했다. 그렇게 그해 12월 압구정점(가맹점 2호점), 양재점(가맹점 3호점) 등을 통해 할리스커피의 탁월한 맛과 편안한 분위기를 전국으로 전파했다. 하지만 좋은 이미지와 맛으로 고객에게 사랑을 받은것과는 다르게 초기의 할리스커피는 마케팅 부족으로 후발주자인 스타벅스의 아성에 묻혔다.
할리스커피 사업 초기인 2004년 전국 매장은 30여개 정도였다. 할리스커피에 대한 브랜드 인지도도 낮아 대부분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 때 할리스커피는 경영혁신을 돌파구로 삼았다. 철저한 분석으로 단기간의 매출성과를 올리고, 그런 뒤에는 단독 법인으로 독립까지 했다.
경영혁신을 위한 전략중 하나는 다국적 브랜드를 모방하던 ‘나도 똑같이(Me too)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메뉴의 차별화였다.
메뉴의 차별화를 통해 열린 신선한 세계의 요거트 세이크 음료인 아이요떼와 고구마라떼 등은 할리스커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료다. 경쟁 커피전문점들과 비교할 때 이색 메뉴가 많은 점이 결국 할리스커피만의 특징이 됐다. 빠이니와 아이요떼, 고구마 마끼야또, 마론 카페모카 같은 메뉴는 할리스커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창작 아이템’이다.
특히 여름철에 ‘아이요떼’는 전체 매출 중 20%를 차지할 정도로 효자 상품이 됐다. 아이요떼나 고구마라떼 등은 이제 할리스커피 뿐만 아니라 전세계 할리스 프랜차이즈의 대표적인 한국 메뉴가 됐다.
결국 이런 새로운 메뉴는 한국적인 맛과 분위기를 강조한 할리스커피의 최대 경쟁력인 차별화 메뉴로 자리 잡았다.
바로 한국적 느낌을 갖게 한 토종 브랜드커피의 등불을 밝히는 순간이 온 것이다.
장점을 강하게, 더 강하게
E-마트, 칠성사이다, 롯데리아….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정답은 바로 글로벌 파워브랜드인 월마트, 7-up, 맥도널드를 누르고 우리나라에서 당당히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토종브랜드라는 점이다.
여기에 외국문화의 대표격인 커피전문점 업계에도 ‘스타벅스’에 도전하는 토종 브랜드, ‘할리스커피’도 존재한다.
한국 최초의 한국 브랜드가 갖는 장점은 소비자들의 트렌드와 시장상황의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출시하고, 독특하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할리스커피 역시 이런 장점을 이용해 건강, 다이어트, 웰빙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춘 메뉴를 출시해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신제품 성공사례를 남겼다.
전세계적인 높은 인지도와 풍부한 자금력으로 시장을 장악해가는 외국브랜드들에게 토종 신생브랜드들이 맞서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때문에 할리스커피는 한국 최초의 커피 브랜드라는 장점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의사결정 단계가 다국적 브랜드에 비해 신속하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소비자의 급격한 변화 욕구에 대해 발 빠른 대응으로 맞선 것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한발 빠른 시장대응만이 살 길이었다.
커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바리스타의 이야기를 전하자면 갓 볶은 원두커피는 신선한 커피의 맛과 향이 살아 있다고 한다. 또 추출할 때 빵처럼 부풀어 오르고 미세한 거품이 일어난다고 한다. 볶은 후 2~3일부터 14일까지의 커피 맛이 가장 좋다. 그래서 원두커피를 구입할 때는 분쇄하지 않은 상태로 구입하고, 추출 직전에 분쇄해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신선한 커피·신선한 서비스
그러면 볶은지 오래된 원두커피는 어떨까. 바리스타들은 오래된 원두커피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이 없고, 좋지 않은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추출할 때 부풀어 오르지도 않는다. 공기와 많이 접촉해 산패한 기름처럼 건강에 좋지 않으니 될 수 있으면 가까이 하지 말라고 한다.
할리스커피는 과연 이 모든 사항을 점검해서 커피에 대해 모두 알고 마시는 고객이 있을까를 고민했다. 이를 잘 모르는 고객을 집중적으로 공략하자는 계획이었다.
할리스커피는 1위를 따라만 해서는 절대 1위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외국 거대커피브랜드와의 차별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했다. 그 결과 커피전문점 브랜드에서 가장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커피의 맛과 향, 특히 여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커피의 ‘신선도’에서 해외브랜드가 따라올 수 있는 장점이 있음을 발견하고 이를 더욱 강화해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집중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커피의 경우 열두(생두)를 볶은 직후부터 산화가 진행돼, 가능하면 빨리 마셔야 최고의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할리스커피는 2005년 ‘신선한 재료 사용 전략’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볶은 지 한 달이 안 된 원두만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집중 홍보했다. 한 달이 넘을 경우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원두의 오일 성분이 산패돼 맛과 향이 변하기 때문이다. 원두를 외국에서 공급해오는 글로벌 브랜드로선 따라올 수 없는 전략이었다.
그 후 약 1년간에 걸친 OEM(주문자 생산방식) 생산 및 물류시스템의 개선, 물류창고와 각 매장의 재고관리 강화 등의 사전작업을 거쳐 원두 생산 주기를 월 4회로 늘렸다.
또한 고객에게 이러한 장점을 알리고 부각하기 위한 ‘신선한 커피 캠페인’을 2005년 1월 1차에서부터 2008년 10월 5차까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해 플래쉬 애니메이션, 말풍선 채우기, 로스팅 일자 알아맞히기 등 타겟(target) 고객의 취향에 부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으로 프로모션을 했다.
그러다 2008년 말에는 TV CF에도 신선한 커피를 등장시켰다. 외국에서 볶은 원두를 들여와 사용하는 다국적 브랜드와 달리 국내에서 ‘직접 볶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품질로 승부하겠다는 뜻이었다. 전략은 적중했고, 소비자들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장 동력은 우연한 계기에서
이처럼 신선도에서 할리스커피의 성장 동력을 찾은 것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됐다. 인터넷에서 신선한 커피와 관련해 모 프랜차이즈업체와 누리꾼 간에 논쟁이 붙은 적이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커피 전문점은 어디에 있을까” 라고 시작된 한 질문에 여러 댓글이 붙은 것 때문이었다. ‘미국에서 들어온 커피는 이송 시간 탓에 커피가 신선하지 않다’는 댓글로 인해 누리꾼들과 업체 간 논쟁이 붙었던 것이다. 이를 보고 할리스커피는 국내에서 직접 로스팅을 하는 시스템을 채택했다.
할리스커피는 이를 알리기 위해 매장마다 칠판에 ‘지금 드시는 커피는 ○월 ○일에 볶은 신선한 커피입니다’를 그날 그날 쓰도록 했다.
또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는 커피를 찾아내는 데도 공을 들였다. 콜롬비아산과 브라질산 커피를 섞어서 수십 차례 맛을 테스트한 결과, 쓴맛이 적고 부드러워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맛을 찾을 수 있었다. 고객의 발걸음이 잦아지면서 상도 많이 받았다. 고객만족 및 브랜드 최우수 기업, 서비스 만족대상 등이 그 증거다.
할리스커피는 다른 브랜드들과 비교했을 때 맛과 향이 다르다. 그 이유는 엄격한 관리를 통해 코스타리카 SHB(해발 1500m 이상에서 재배된 커피에 붙는 등급)와 브라질의 5군데 지역의 최상급 아라비카종 원두를 조화롭게 블렌딩하기 때문이다.
현재 할리스 커피는 여전히 ‘볶은 후 1개월, 개봉 후 1주일, 분쇄 후 1시간 이내의 신선한 원두’만을 사용하고 있다. 이를 지키기 위해 국내 원두 생산 업체와 생산량을 조율하고 가맹점에선 재고량과 관련된 데이터를 받고 있다.
할리스커피는 매장에서 갓 볶은 커피만 공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볶은 지 한 달이 지난 커피는 사용을 엄격히 규제해 폐기하고, 패키지를 뜯어 공기에 노출된 원두는 1주일 내, 분쇄된 원두가루는 1시간 이내, 추출된 에스프레소는 10초 이내에 커피음료를 만드는데 사용하는 매뉴얼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커피 한 잔 이상의 가치를 주는 할리스커피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할리스커피의 노력은 이것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다음호에 계속>
<정리=박시은 기자>
<출처=스타벅스를 넘어
창조적 커피로 가는 신선한 할리스커피│
지은이 이옹규│채니북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