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뺏긴 고객센터 반발 ‘소비자 기만’ 주장도
부진했던 계열사 결국 청산…투자만 하면 적자행진
[일요서울 | 강휘호 기자] 서울도시가스그룹(회장 김영민·SCG그룹)이 ‘갑의 횡포’ 논란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더욱이 처음 서울도시가스고객센터를 중심으로 일어난 이번 ‘갑의 횡포’ 논란은 “서울도시가스가 소비자들을 기만하는 행위까지 저지르고 있다”는 의혹으로 확산,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경영 일선에 복귀한 김영민 서울도시가스그룹 회장의 경영 능력에도 의문 부호가 붙었다. 그룹의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벌였던 교육사업, 목재가공사업 등이 패착으로 귀결됐고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도 신통치 못한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도시가스는 서울시와 경기도 일부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서울의 도시가스 공급비율이 94%에 달하는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익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서울도시가스가 더 큰 욕심을 부리다 사면초가에 싸인 모양새다. 소비자도 봉? 나아가 이 같은 논란은 소비자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고객센터의 숙직비·송달료·검침비 등을 내도록 하고 이를 중간에서 가로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장들에 따르면 서울도시가스는 과거 개인사업자 계약에 의해 운영됐던 고객센터(56곳)를 수년에 걸쳐 본사 지휘 체계의 센터(19곳)로 통합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서울도시가스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기존 고객센터 소장들의 일자리를 박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도시가스 전 고객센터 대표들은 “서울도시가스가 우월적 지위를 활용해 반강제적으로 고객센터를 통합법인화 했다”면서 “그런데 경비절감이나 용역비 인상 등 처음에 미끼로 내놓은 약속과는 달리 막상 통합이 진행되자 전체 70%가량 되는 인원을 정년과 권고사직 등으로 내쳤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그들은 통합고객센터 자본금 5억 원(3곳 통합 기준) 중 서울도시가스가 40%의 지분율인 2억 원을 투자하고, 나머지 3명이 각각 1억 원(지분율 20%)씩 출자하도록 해 서울도시가스가 법인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1983년부터 도시가스 지역 대행업소로 가스사용량 검침·고지서송달·안전점검·체납요금수납·가스밸브 및 계량기교체 등의 업무를 개인사업자 자격으로 해오던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 입장에선 굳이 서울도시가스의 자본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다.
서울도시가스는 고객센터 대표들을 강제로 ‘을’ 의 입장에 서게 만들고 협력하지 않은 대표들에겐 삶의 터전까지 빼앗은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한 고객센터장은 “한때는 대표였던 사람들이 일순간에 ‘놈팡이’가 됐다”는 과격한 표현으로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더군다나 이들은 재산권까지 침해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갑인 서울도시가스가 을의 위치인 고객센터장과 협약서를 작성하고 고객센터장들이 주식을 자유롭게 매각하지 못하게 만든 것이다. 이들에 따르면 도시가스의 박모 임원은 “계약을 해지하면 주식 가치가 똥값이 된다. 주식을 휴지조각으로 만들 수 있다”고 협박하기도 했다.
또는 계열사였던 타스베이커리에서 케이크를 구입하게 한 뒤 지급해야 할 용역비에서 케이크 구입비용을 상계해 지급하는 방식으로 케이크 값도 통합법인에게 지불하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고객센터장들의 신고를 받아 ▲고객센터에게 체납금의 대납을 강요하고 고객센터가 대납한 가스요금 중 미회수된 체납금을 부담토록 한 행위 ▲고객센터의 관할구역을 일방적으로 조정한 행위 ▲고객센터에게 올리브오일 및 케이크의 구입을 강제한 행위 ▲상·하수도 검침용역 입찰시 입찰가를 지정해준 행위 등에 대해 위반 사실이 있다고 판단하고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상태다.
이를 주장한 전 서울도시가스 고객센터 관계자는 “서울도시가스가 소비자에게 받아 고객센터에 지급하는 위탁수수료는 별도의 법적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혐의가 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와 고객센터를 동시에 무시하는 처사”라고 꼬집었다.
이를 전해들은 한 소비자 역시 “만약 이와 같은 일이 사실이라면 매우 큰 배신감을 느낀다”며 “내가 낸 요금이 제대로 알맞은 곳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편 논란의 중심에 선 서울도시가스는 사업 부문실적도 순탄치 못해 막막한 길을 걷고 있다. 지난해 김 회장이 경영일선으로 복귀했지만 특별한 진전 없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서울도시가스는 지난해 계열사 중 굿캠퍼스와 SCG포레스트(SCG FOREST)를 청산했다. 2008년 서울도시가스가 50억 원을 출자해 설립한 영어교육학원인 굿캠퍼스와 캐나다 목재가공업체 SCG포레스트가 적자만 쌓다가 패착으로 귀결됐다.
현재 남아 있는 캐나다 자원계열사 SCGC도 지난해 41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SCG에디오피아(SCG ETHIOPIA BRANCH)도 적자 행진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업체 SGC디스플레이와 전자부품업업체 썬텔도 같은 처지다. 재무구조가 조금씩 악화되고 있다. 본업인 도시가스사업에서 벗어나 추진했던 다양한 신사업이 대부분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는 실상이다.
결국 갑을논란, 소비자 기만, 경영성적 부진 등 모든 것이 김 회장의 경영 능력에 의문 부호를 달고 있다. 다만 서울도시가스 측은 태연한 모습이다. 서울도시가스의 한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결과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딱히 할 말이 없다”며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나중에 결과를 보면 알게 될 것”이라고 답했다.
사업의 부진에 대해선 “모든 사업이 잘 될 수 없는 노릇 아니냐. 사업을 벌여 성공하는 것은 원래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현 상황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투자, 영위해 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hwihols@ilyoseoul.co.kr
강휘호 기자 hwihols@ilyoseoul.co.kr